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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두번째 인간은 요리사입니다.-1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소설) 두번째 인간은 요리사입니다.-2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소설) 두번째 인간은 요리사입니다.-3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소설) 두번째 인간은 요리사입니다.-4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평상시와는 그리고 방금전까지와는 다르게 무거운 침묵만이 내려앉은 오르카호의 조리실. 한 명의 남성이 아주 강렬한 눈빛을 눈앞의 여성에게 보내며 그녀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래서 변명은 준비하셨나요?"


..........


"요리를 하다가 미숙해서 다친 것이 아니라 자해를 해서 손가락 두개를 자르다니요! 진짜로 제정신으로 하신 일이십니까?"


그리고 이 무거웠던 침묵을 꺠고 울려퍼진 오르카호의 요리장 토니오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함께 안쓰러움이 담겨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전에 일어난 레오나의 자해 행각에 그는 매우 크게 놀람과 동시에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문 밖으로 나서기 전에 내뱉은 수많은 폭언 때문에 상처받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탓에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마음 한켠이 갑갑하기도 한 것이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십쇼! 왜 그런 행동을 한건지. 아니면 저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런 갑갑함과 불안함이 목소리가 떨리게 만들었고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시 화를 내는 어조로 그가 말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런 그의 말에도 레오나는 바닥만 쳐다보다 힘없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답답해서 그런거야......


"답답해서요? 답답해서요!? 아무리 답답해도 그렇지 자기 손으로 손가락을 자르는 사람이 세상 어디있냐는 말입니까! 여긴 오르카호지 야쿠자 같은게 아니라고요! 제가 붙일 수 있어서 망정이었지! 만약 아니었다면 평생 반쪽짜리 손으로 사셔야 했습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간신히 대답한 것이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의 화를 돋구었다. 가슴이 답답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인 것을 간신히 참고 있는 것인데 그걸 말로 해결하려는 시도조차 안하고 자해를 하다니!


"바이오로이드의 몸이 튼튼하다고 한들 결국 사람입니다! 목숨은 하나고 몸도 하나. 그것들을 결코 쉽게 던져버리지 말란 말입니다! 몸은 자해를 하라고 있는게 아닙니다!"


매우 사납고 큰 목소리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기에 나오는 말들이다. 그것을 그녀도 아는 것일까.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그렇지. 그런데 그럼 달링.....아니 사령관도 사람이겠지?


"당연한 소리를 왜 하시는 겁니까."


그럼 내가 그에게 했던 말들은 분명히 큰 상처가 되었겠지?


"말이요?"


예전 이야기야.


자신의 말을 토니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자 레오나는 의자에 털석 주저앉고는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 사령관이 오르카호로 왔을 때. 난 그에게 상당히 차갑게 굴었어. 최후의 인류, 오르카호의 사령관 이 두 단어가 가진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


맨 처음. 이 기나긴 사연의 시작점이 되었던 때의 이야기부터.


그가 사소한 실수만 저질러도 지적하고 개선하라며 닥달하고 부족한 모습이 보이며 무섭게 달려들어 고치려 들었어.


어쩌면 그녀가 가장 크게 실수했을 지도 모르는 순간까지.


하지만 너도 알다싶이 사령관은 그걸 전부 이겨내고 지금의 그로써 성장했지. 


"불패의 지휘관이자 오르카호의 성군으로써요?"


그래. 결과적으로 그렇게 성장했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된거지. 어쩌면 그 밑거름이 되어준 것이 날 포함한 다른 이들의 훈계일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내 생각 이상으로 과거에 그는 우리에게 들었던 말들에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아.


"그 후회물인가 뭔가 하는 소설 떄문인가요?"


그래....사령관은 아마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 중이겠지만...오르카호 내에서 그 아이디를 쓰는건 닥터와 그이 뿐이니까. 바로 눈치챘지. 


그거 알아? 글을 쓰다보면 작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에 담긴 감정들을 전부 그 안에서 표현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지.


전에 하르페이아가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던 것을 엿들었을 때 알게된 이야기다. 글은 작가의 심상의 표현이라고 그렇기에 그 안에는 작가가 특정 사건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묻어나온다고.


 

그 이야기 속에서 난....배은망덕한 년이었지....고작 겉모습에 속아 사령관을 등지고 누군지도 모를 개자식의 밑에 깔려서 울기 바쁜.....쓰레기.


그렇다면 사령관의 이야기 속에서 나타난 지휘관 개체들의 모습은....그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그녀들의 모습이라는 것이 된다.


사령관은 잊지 못했던거야. 과거 우리가 그를 닥달하고 재촉하며 성장시키겠다고 밀어붙였던 때의 기억을. 그리고 원망하고 있는 거겠지. 


우리가.....과거의 그를....너무나도 아프게 했다고.


말을 끝낸 그녀의 눈에는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녀의 사고 모듈은 일반적인 바이오로이드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그러다보니 잊고 싶은 것도 잘 잊지 못한채로 기억하기 쉽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지금도 계속. 자신들을 원망하듯 글로 감정을 토해낸 사령관의 모습이 맴돌고 있다는 것. 


아무리 세뇌모듈로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해도 평정심을 원망과 후회의 감정이 밀어내고 자리잡는다. 거대한 한마리의 지네가 머릿속에서 기어다니며 뇌를 뜯어먹히는 듯한 통증마저 느껴진 탓에 손을 부들거리며 떨려왔다.


그래서 사령관한테...특별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어. 전투의 승리나 밤의 봉사 같은 일들은 다른 이들도 해줄 수 있고 수많은 이들 중 비범한 선물을 해줄 이들은 많기에....평범해보이지만 그래서 특별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어.


"그게 요리라는 건가요?"


그래...내 마음을 담아서, 내가 노력해서, 내 손으로 만든.....평범하지만 마음이 담긴 요리를 선물해주고 싶었어.


레시피대로 따라 만들 뿐인 뻔한 것이 아니라....내가 노력해서 만든 특별한 것으로...


하지만 오만이었나보네. 미안해 요리장. 나 때문에 힘들게 만들어서. 난 그만 가볼께.


그녀는 말을 끝내고는 고개를 힘없이 푹 숙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했다. 하지만 토니오는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아뇨. 미안해 하실 것 없습니다. 그리고 떠나지 마세요. 레오나 소장님의 말만 하시고 떠나시는건 너무 치사하지 않습니까?"


나한테 따로 할말이라도 있는거야?


"많죠. 과할 정도로. 그리고 소장님의 말중에 부정할 것도 몇가지 있어서요."


부정할 말이라고? 라는 듯한 느낌의 표정을 지은 그녀의 손을 잡은채 조리실의 의자로 데려와 앉힌 그는 레오나의 피가 묻은 식칼을 쓱쓱 닦은 후 양파를 여러개 꺼냈다.


"먼저 사령관님이 레오나 소장님을 원망하고 있으시다고 하셨죠?"


그래.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


그는 양파들을 빠르게 채썰며 물었다. 대략 5개의 양파가 순식간에 채썰어져 재료통에 담기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이 제가 처음 오르카호에 왔을 때. 사령관님은 일단 지휘관급 개체인 여러분에 대한 것부터 제게 알려주셨어요. 오르카호의 기둥이나 다름 없는 이들이니 절대로 먼저 무례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대신 먼저 무례하게 군다면 똑같이 대해주라면서."


그래서 멸망한테 땅딸보 젖탱이라고 부르고 신속한테는 칸이라는 호칭으로 깍듯이 대한거야?


"그렇죠. 사령관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역지사지. 역으로 지랄해야 사람은 지 잘못은 안다고 말이죠."


풋....


역지사지가 그 뜻을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든 탓에 작지만 웃음을 터트린 그녀의 모습을 뒤로한채 올리브 오일을 프라이팬에 두른 그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제가 완전히 여러분의 신뢰를 얻은 때. 그러니까 제 2회 오르카호 요리대회가 끝났을 때에 사령관님은 더 자세히 여러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사령관님의 진심을 가득 담아서 말이죠."


.....알고 있었구나.


"네. 여러분이 아직 미숙했던 시절의 사령관님께 심하게 대하셨던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때의 우리는...소위 말하자면 썅년들이었지.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사람에게 지휘를 맡겨두고 기대 이하라고 깐거니까...


순식간에 옅은 미소마저 사라져버린채 스스로를 자조하는 비웃음 섞인 말을 하는 레오나의 모습에도 토니오는 묵묵히 양파를 볶으며 마늘을 몇알 으깨서 넣었다.


"그럼 사령관님이 여러분에 대해 소개를 해주실 때. 저에게 뭐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나요?"


대충 예상은 돼. 멸망의 메이는 도움도 안되면서 입만 살은 땅딸보라고 욕했을 거고.


"메이 소장님은 언제나 오르카호의 화력을 담당해주는 귀여운 대장이라고 하셨고."


불굴의 마리는 변태 성욕을 가진 몸빵 밖에 못하는 년이라고 했겠지...


"마리 소장은 언제나 오르카호의 방패로써 모든 전장에서 충분히 의지가 되는 분이라고 했으며."


슬슬 양파와 마늘의 색이 나는 것을 확인한 그는 대충 소금과 후추를 톡톡 뿌렸고 레오나는 멍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아스널은 쓸데 없을 정도로 색에 미친 년이라고 욕했을 거고....


"당당하기에 더더욱 의지가되는 여장부라 평하셨습니다."


시..신속은 분위기 파악 못하는 너구리라고 했을거....


"칸 소장만 있다면 그 어떤 전투를 치르던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 칭찬하셨습니다.


마늘과 양파를 완전히 익혀 수분을 쫙 빼, 카라멜라이징 시킨 후 그것을 냄비 안에 밀어넣으며 말하는 그에게 레오나는 이제 악을 쓰듯 이를 악 다문채로 입을 열었으나.


그럼 난 건방지고 입만 산 년이라고......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오판을 찾아내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모든 대장분들을 입의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더군요."


냄비 안에 우유와 버터, 치킨 스톡을 톡톡 넣고 불을 피우며 그는 말을 마무리 지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레오나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정말로 사령관이 우릴 그렇게 생각한다고?


"사령관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을 때. 땀을 핥아보니 거짓말을 하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전부 진실...진심이라는 것이겠죠."


땀을 핥았다고...? 


아니..그건 둘쨰 치고.


정말로...그 말이 사실이야...? 지어내거나 꾸며낸 말은....아니지?


"제 명예를 걸고. 결코 아닙니다."


팔팔 끓는 수프를 휘휘 저으며 그는 그녀를 향해 뒤돌아서 미소지었다.


"사령관님께서는 생각 이상으로. 여러분께 의지하고 계시더군요. 자신이 이 오르카호의 심장이라면 여러분은 손과 발, 그리고 머리라고요. 여러분 중 그 누구하나라도 없다면 자신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레오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에는 원망이나 슬픔이 담긴 눈물이 아닌 기쁨과 안도감이 담긴 울음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부정할 것이 있다면...."


그는 그리 말하며 레오나에게 다가와 조리법이 적힌 책을 펼쳤다."


"소장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조리법 그대로 음식을 만드는게 마음을 담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계속 말해봐....


"그러죠. 일단 이 요리법들은 결코 한순간에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거대한 석탑이 한 순간에 쌓아지지 않듯이 아주 간단한 요리법도 사실은 수십, 수백, 수천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수많은 요리사들이 좌절한 끝에서야 완성된 것이다. 


"간단히 고기를 굽는 방법도, 수프를 끓이는 방법도, 부드러운 빵을 만드는 방법도, 천번의 노력과 백번의 우연이 겹쳐져 만들어진 노력과 마음 그 자체의 방식인 거지요.."


"쉽게 예시를 들어보자면 여러분이 쉽게 드시는 부드러운 빵. 그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역사에 대한 지식은 저장되어 있는데 내가 말해줄까?


"아뇨. 알고 계신다니 요점만 이야기하죠. 빵을 부풀게 하는 효모가 발견된 것은 모두가 알다싶이 우연....그렇다면 그 효모를 활용하는 방식을 자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기술로 구현하는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었을까요? 얼마나 많은 시도가 있었을까요?"


"수천? 수백? 수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조리법조차도 요리사들의 노력이 담긴 요리법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그들이 수많은 노력과 의지를 갈아넣어 만들어낸 방법들을 따라가는 것은 그저 선배들이 희생하여 제시한 방향을 찾는 것일 뿐입니다. 그 안에 노력과 마음을 담는 것은 하는 사람 나름인 것입니다."


그리 말하며 다시 한장을 넘기며 그는 책에 적힌 수백개는 되어보이는 포스트잇을 하나씩 읽어나갔다.


"이건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제가 책을 빌릴 때부터 이런 상태였죠. 요리사를 희망하던 이들이 선배들의 희생으로 방향을 찾아내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그 길을 개척한 흔적을 남긴 것이 바로 이것인 겁니다."


"요리사로써의 긍지와 마음. 그것을 담아 훗날 같은 길을 걸어갈 후배들을 위해 써내려간 단 하나의 조언들.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더없는 [진실]이기에 절대로 빛바래거나 사라지지 않았죠. 그런데 그것을 따라가는게 정말로 기계처럼 찍어내는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고개를 양옆으로 흔든다.)


"오히려 그것을 따라가며 필요한 것은 바로 마음. 이 요리를 먹을 사람이 웃는 모습을 생각하며 온 노력과 마음을 담는 작업이 필요한 겁니다. 기계가 찍어낸 음식이 사람의 온기가 담긴 조금 불규칙적이고 촌스러운 음식을 따라오지 못한 이유도 그 마음 탓입니다."


"그러니 남들이 제시한 방법이라 특별하지 않다고. 마음이 담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 길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마음을 담아 만든다면 그건 그들의 것과는 정말로 다른 것이 되는겁니다."


그리 말하며 그는 방금막 팔팔 끓은 양파 수프를 한그릇 떠서 그녀에게 건넸다.


"보기에는 간단하고 평범해보이는 이런 음식에도 저 같은 사람들은 마음과 성의를 담지요. 이 음식을 받은 사람이 웃기를 바라며, 잠시나마 내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그러니 한번 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그에게 받은 수프를 한번 떠먹은 그녀는 잠시동안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평범한 수프임에도 어째서인지 그녀가 기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기계가 만들어낸 인스턴트 수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온기가 몸을 타고 흐르는 느낌은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던 슬픔과 후회를 녹여 없애주었다.


슬픔과 후회가 사라진 빈틈에 차오르는 것은 명확한 목표와 의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하고픈 마음.


"음식이란 어머니.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따스함을 느끼게 되는 어머니처럼 슬픔도, 아픔도, 후회도, 회한도, 분노도, 전부 보듬어 날려주는 존재...그것으로 마음을 표현하시고 싶으시다면 한번 믿어보시죠. 먼저 이 길을 걸어가며 선배님들이 남긴 발자취를."


그의 말이 끝나자 레오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보살과도 같이 미소 짓고 있는 그의 모습. 예전이었다면 멍청한 웃음이라 생각하며 넘기겠지만 지금만큼은 의지가 되는 따뜻한 미소였다.


뻔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정말로 신경쓰지 않는다면....다시한번 부탁해도 될까?


"언제든지. 그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그렇게 다시금 요리수업은 시작되었으나. 토니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게 높아지거나 레오나가 그에 맞서 변명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딸을 가르치듯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한 명의 요리사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여인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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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사령관실. 


흐어어어....힘들어 뒤지겠네....


오늘도 변함없이 산처럼 쌓인 일거리들을 해결하며 진이 쪽 빠진채 책상에 엎어진 사령관은 한숨을 토해냈다.


오르카호 내에 있는 다양한 부대들은 각자 성향도 다르게 행동 양식도 다르기에 사고를 치는 분야나 맡는 임무도 다르다보니 그것들을 전부 조율해주는 사령관은 언제나 격무에 시달리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자원 총원 기간인 탓에 대부분의 부대가 임무에 나갔는데 그 임무에서 쓰일 전략을 수립하고 인원들을 배치하는 것도 엄연히 사령관의 역할이라 더더욱 바쁜 것이다.


그나마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남아있던 탓에 직접 조율할 부대가 하나 줄어든 것이 안심이었지만 그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 그는 지쳐 책상에 엎어져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래 들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 사령관은 이런 시간대에 올만한 인물은 토니오 정도라 생각해 반가운듯 말했다.


들어와~


-달칵!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문의 너머에서 들어온 사람은 찰랑거리는 금발이 인상적인 쿨해보이는 미녀, 레오나였다. 인간 친구가 아닌 레오나가 갑작스래 들어오자 처음에 사령관은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진정하고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와 레오나.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달링. 혹시 시간 남아?


원래는 없지만...레오나를 위해서라면 남길 수 있지!


갑자기 그러는건 반칙이야...


그래서 싫어?


그런건 아니야. 그보다...이거..


이건...?


레오나는 천천히 그의 옆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들려있던 그릇을 올려두었다. 


장어덮밥이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데!


달링은 바빠서 제대로 밥을 못 먹으니까. 내가 특별히 해왔어. 감사하면서 먹도록 해.


안그래도 배고팠는데! 잘 먹겠습니다!


그리 크게 외치며 그릇을 잡은 사령관은 기뻐하면서 음식을 입에 퍼넣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비어있던 속은 쌀알들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더더욱 그의 손을 재촉하였다.


엄청 맛있어!


훗.


그리고 그와 동시에 느껴진 맛에 사령관은 이번에는 좋은 의미로 소리를 지르며 그것들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평상시의 레오나가 만들던 음식과는 다르게 지금의 음식은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살아있다는 표현을 남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자칫하면 느끼하게 느껴질 장어의 기름기를 같이 올려둔 생강 절임이 해결해주고 겉면에 발라진 간장은 달큰하면서도 짭잘하고 생선의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살아있으면서도 비린맛은 전혀 없었다.


밥은 방금막 지은 것인지 윤기가 흘렀으며 입에 들어가자 쌀알들이 부드럽게 풀어지며 혀를 살짝 감싸면서 술술 넘어가는 것이 이거라면 3그릇도 연속으로 먹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사령관이 "므와아아아아아있어!!" 를 남발하며 젓가락을 놀리는 가운데에 레오나는 사령관에 턱에 묻은 간장을 닦아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나 지금이나 칠칠 맞은건 변하지 않았네. 우리 달링은 내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라나?


맞아. 맞아. 나도 레오나가 내 옆에 있어줘서 기뻐.


정말이지...여자 맘을 잘 다루는 것도 똑같아...


그게 내 주특기인걸?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을 담아 말하는 탓에 사랑하는 사람으로써는 이기기 힘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레오나는 기분 좋은 패배라 생각하며 웃었고 사령관은 와준건 고마운데 왜 그녀가 갑작스래 온 것인지는 모르기에 궁금해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걸 다 할 생각을 했어?


예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떄가 떠올라서.


아....(ㅅㅂ, 설마 오르카넷에 내가 글쓴걸 말하는건가?)


이제와서 생각해보니까. 예전의 내가 사령관에게 했던 언행이....너무나도 무례하고 무책임하고 가혹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거야...사령관이 우리를 원망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ㅈ됐다. 이거 100퍼센트 알고 온거야.)


(내가 글을 쓴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됬지? 난 분명 딱 한명한테.......잠깐만. 레오나의 요리실력이 원래 이러지는 않았고 내가 글을 쓴걸 알고 있다?)


(토니오오오오오오!! 너였구나!!!!)


달링?  왜 그래?


아...아무것도 아니야!


레오나가 말하기 무섭게 머리를 심각하게 빨리 굴리며 상황판단을 끝낸 사령관은 그대로 이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원망하며 굳어버렸지만 레오나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그럼 계속 말하자면 난 달링한테 과거의 내가 저질렀던 말들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서 온거야. 그때...당신은 아직 어렸고 미숙했는데 우린 그걸 감싸주기 보다는 몰아세웠으니까.


난 이미 잊은지 오래인 일인걸?


달링...굳이 거짓말하지 않아도 돼. 기억하고 있는거 알아. 그리고 무의식적으로인지 아니면 인지하고 있는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원망하고 있는 것도 알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내가, 우리가 당신에게 너무나도 가혹하게 굴었으니까....


.....음.....확실히 좀 과하긴 했지.


난 그때 기억도 없는 채로 발견되서 갑자기 오르카호의 사령관이라는 중책에 앉은 상황이었는데 날 다독이고 가르치기보다는 몰아붙이고 훈계하기에 바빴으니까.


내가 얼마나 힘들든, 아프든, 괴롭든 상관조차 하지 않고 그저 제대로 하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날 몰아붙였으니까.


......달링.....


사령관이 기억하기 싫은 일이 기억 났다는 듯이 이를 악 다문채로 말하자 그녀는 다시한번 마음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몰아냈던 과거의 후회가 다시금 고개를 들며 그녀의 마음 속으로 들어올려하고 있다.


내가...미안ㅎ.............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령관이 다시 표정을 풀며 웃는 얼굴로 외치는 소리에 레오나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


확실히 예전에는 좀 많이 힘들었어. 난 나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옆에서 쪼아대고 훈수를 뒀으니까.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것도 다 경험이더라고.


그가 생각하기에도 과거의 자신은 좀 많이 모자란 사람이었다. 전술도 못 짜고 신체도 약해서 격무도 힘드니 이 오르카호에 진짜로 필요한 인물인지 스스로가 의심할 수준이었다.


너희가 옆에서 날 도우면서 해준 훈계랑 가르침들이 지금의 날 만들었고 완성시켰지. 그리고 부족한 내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떄까지 너희는 이 범고래를 지켜왔고 말이야.


그런데 내가 너희를 어떻게 원망하겠어? 조금 아쉬울 뿐이지 난 너희를 싫어하거나 원망한 적은 정말 한번도 없었어!


달링....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레오나. 오히려 내가 말해주고 싶은걸?


부족한 날 믿고 여기까지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도 믿고 의지해도 되겠냐고 묻고 싶었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오나는 그의 품에 안기며 목을 팔에 두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도움으로 쌓아올려졌던 후회와 슬픔이 사라졌고 사령관의 마지막 말로 그 토대마저 산산히 부서져 자취를 감췄다.


그렇기에 이제는 더이상 망설임이나 후회없이 레오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격렬히 끄덕였다.


내 대답은... 응, 달링. 앞으로 난 한 남자만 바라보며, 한 남자를 위해, 당신을 위해 살아갈게. 나도 사랑해, 달링. 


앞으로도 영원히 내게 의지해도 좋아. 달링.


그리 말하며 기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사령관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진하게 입을 맞췄다. 


과거에 쌓였던 약간의 미움도 설움도 전부 털어내듯 격하고 애정 넘치는 연인들 사이의 입맞춤에 둘은 한참을 연결되어있다가 하얀 실선을 남기며 떨어졌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흐어어그으으으윽!?


달링?! 갑자기 왜 그러........


아...


사령관은 갑자기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고 레오나는 당황하여 그의 몸을 살피다가 하반신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이며 솟아오른 그의 남근의 모습에 마찬가지로 얼굴을 붉혔다.


미안...레오나...참기가 힘들어!!


달링?! 일단 진정을...꺄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령관은 그녀를 품에 앉아 들어올리더니 그의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갑작스래 몸이 들어올려지고 곧바로 침대로 직행하자 레오나는 그녀 답지 않게 소녀스러운 비명을 내질렀으나 그 비명에도 그는 진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피가 아래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흐어....하악......으으....


정말이지. 무드라고는 없는 사람이라니까!


물론......그런 면까지 사랑하는거지만.....


이제는....한계야....!


알았어...그럼 격렬하게...부탁할게....


완전 꼴려!!!


흐하아앗! 헤으으으으으으으응!!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작된 연인 사이의 교합, 평소보다 과격하고 격렬하게 사랑을 표하는 사령관이었기에 그녀는 상당한 아픔을 느꼈고 눈을 가리던 손으로 이불을 강하게 잡아야했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에 담긴 감정은 만족감과 행복이었다. 


다시금 서로가 연결되었다는 환희와 사랑이 이어진 것에 대한 기쁨도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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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 밖에서는.


"아주 잘했어. [펄 잼]. 남근의 기능도 강화 가능했구나?"


[메샤아아아앗!]


레오나의 요리에 약간의 조미료를 더해준 토니오가 살짝 웃으며 사령관실의 문에 팻말을 하나 걸어주고 떠나갔다.


[오늘은 사령관 쉬는 날. 용건이 있는 경우 라비아타 총통에게로 향할 것!]


사령관의 방이 방음이 아주 잘 된다는 것에 기뻐하면서.











토니오: 펄 잼이 정력 강화 기능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이득.

레오나: 해서 이득.

사령관: 맛있는거 먹음, 순애 섹스 해서 이득.


이게 바로 누이좋고 매부 좋은 일이죠! 원래는 토니오도 러브라인 좀 만들어주려다가 말았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닌듯 해서요.


넌 아직 준비가 안됐다!

script by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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