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닿았던 탑이 무너진다.


지하에 깊숙이 박혀 있던 도시도 불타오른다.


가장 견고하던 바위가 깎여나가듯, 인류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종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종말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해답도 갈리기 마련이다.


인류가 종말을 맞는다고 해서, 인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치고 들어온 새로운 문명에게 지배당해 가축이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어도 인류와 그 문명 자체는 멸망한 게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종족이 몰살당하지 않는 한, 인류는 자유에 대한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은, 세대를 건너 지속되어 결국엔 자유를 자신들의 손으로 쟁취하게 만든다.



허나, 외계인들은 인류를 살려둘 정도로 자비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 기관.


사회가 무너질 때, 우리가 일어난다.


중병에는 극약을.


우리는— 디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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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멸망했지만, 멸망하지 않았다.


문명 자체는 괴멸되어 그저 가축이나 노예로 살아갈 뿐이었던 신세였지만, 그 동안 인류를 지배하던 문명은 전성기를 맞고 천천히 쇠락의 길을 걸었고, 인류에게는 다시 한번 딛고 설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다시 몇백 년이 지난 후.


인류는 대규모의 반란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켰다.


자신들의 신을 원래 문명의 신에 대항해 옹립시키고, 그 신을 따르며 전쟁을 펼쳤다.


20만 년을 살아온 인간답게 한둘이 쓰러진다고 무력화되지 않는다.


아무리 수천 년간 가축품종으로 개량이 있었다고 해도, 지성은 퇴화하지 않은 것이다.


AD(Anno Domini, 기원후) 19021년, 바꾸어 말하자면 AD(After Doomsday, 파멸후) 0년 1월 1일.


인류의 두 번째 여명이 밝았다.


단 13시간동안 지속된 문명 수복 전쟁.


인류가 승리한 것은, 인류가 전쟁을 시작하며 옹립한 자신들의 신 덕분이었다.


인류 문명에서 과학이 또 한 번 급속도로 발전하며 종교가 쇠퇴한 서기 2500년경부터, 신은 인류와는 완전한 단절을 택했다.


그러나 절대선이었던 신은 그로부터 75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에도 인류의 간절한 부름을 무시할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기록된 이후로 정말 참으로 오랜만에 현계에 현현하여 인류가 자신들의 문명을 되찾는 데에 힘을 보탰다.


근데 솔직히 아무리 봐도 좀 씹새끼인 것 같은데.


인류를 대가 없이 사랑하여서 인류가 7500년 만에 불러도 응답해주면서, 그 대가로 나를 여자로 전생시켰잖아. 자기 멋대로.


도대체 무슨 사고방식인 거야, 그건.


뭐 어때, 예쁘게 전생시켜 줄게—


라고, 그 또라이 같은 금발 신은 말했다.


아무튼, 이왕 전생한 거 최대한 인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해낸 생각은 간단했다.


먼 미래에 또 다른 문명이 쳐들어온다면, 그에 대한 방호력이 있어야 한다.


전 인류는 문명이 잘 기능할 때에는 강대한 나라들의 집합체였지만,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사회는 전투기와 미사일로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국의 시민 90%가 들고일어난다고 거기에 미사일을 쏠 나라는 독재 국가를 제외하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외계의 문명은 그런 식으로 우리의 문명을 찬탈했다.


지구 밖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와서 알게 된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군사적이지 않은 공격에 취약했고, 대응팀을 꾸리기에는 전쟁이 너무나도 빠르게 끝났다.


17시간 전쟁.


우리—새로운 인류는 그 치욕을 17시간 전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찬탈자 문명을 17시간 안에 수복하기로 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던가.


인류의 복수는 수천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치밀한 계획과 기다림.


찬탈자들은 자신들이 썼던 것과 정확히 똑같은 수법으로 우리에게 당했다.


13시간 만에.


물론 우리는 그들에게 반란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종족을 몰살했다.


그런 다음은 바쁘게 인류 문명의 재건이 이루어졌다.


찬탈자들의 품종 개량으로 인류는 유전적으로 우수해졌다.


돌연변이는 배제되고, 수명은 비약적으로 길어졌다.


길어진 수명으로 인해, 우리는 한 세대에 더욱 많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대가 덜 바뀌면 한 세대의 권력자와 친분을 쌓기도 쉬워졌다.


십수 년간의 설득 끝에, 나는 새로운 문명의 지도자가 창설한 국토안보부 산하의 조직 총장으로 부임할 수 있었다.


전략사회보위부(Strategical Society Protection Division).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사부, 또는 디비전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조직의 목적은, 범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남아있는 것들을 지키는 것.


모두를 지킬 순 없다.


나도 그 정돈 안다.


그러니, 모두를 지킬 수 없다면 남아있는 거라도 지켜야 하지 않겠어?


전략사회보위부 취임식에서 손을 들어 거수경례를 하며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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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은 2편까지 나온 더블 망겜입니다
하지마세요
하지말라고


아 맞다 키워드는 세개 다임


2화 이후에서 밝혀질 떡밥들을 던져보자면 인간 품종교배때 수인족이 만들어졌고 인간들은 수인들이 자기보다 힘도 세고 커여워서 그냥 같은 종족으로 인정해주기로 함


그리고 살아남은 외계인 문명이 대륙 건너편에 있는데 나중에 그거 정복전쟁하러 갈거임


절대악은 뭐 당연히 걔네 대가리가 절대악이지


아지다하카 유력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