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모두 안녀엉~ 유바 유바!"

특유의 백치미넘치는 귀여운 목소리로 방종 멘트를 날리고는 방송 종료 버튼에 손을 올린다. 방송을 끄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에 너무나도 끄기 싫었지만 29시간 연속 방송을 했더니 정신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그리고 방송이 꺼지자 시야가 암전했다.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 놈들은 나를 위해 별도의 휴식 공간 따위 마련해주지 않았다.

그저 의식의 각성이 끝나 내일 있을 다음 방송때까지 깊은 잠에 들기를 바랄 뿐이다.


내 이름은 김틋붕이시아, 직업은 V튜버.

구독자수 300여만명의 인기 버튜버다.

버츄얼 유튜버라는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라면 까무러칠만큼 많은 구독자수겠지만 이제 전세계 인구가 140억이 되었으니 그때만큼 많은 수는 아니다. 그래도 인기있는 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나름 인기 버튜버인 만큼 많이 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게 들어오는 금액은 0원이다.

내가 소속된 회사는 R&C 프로덕션,

겉으로만 보면 멀쩡한 MCM 회사 같지만 그 정체는 사채업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노예 동물원이다. 전시하는 노예는 우리같은 빚쟁이들이고


빚쟁이가 다 그렇듯이 딱히 우리를 불쌍하게 볼 필요는 없다.

평가수익률 -99.21%를 찍고 전재산을 5억에서 400만원으로 바꾼 뒤 주식인생 15년 마지막 도전이랍시고 해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냐며 이 업체에서 17억을 빌려 작전주에 꼴아박은건 나니까.

태평양 새우잡이와 노예 동물원 중에 노예 동물원을 택한 것도 나다.

시발 차라리 태평양 새우잡이 한다고 할걸


현실의 육체는 이제 없다.

놈들이 돈을 다 갚으면 나를 원래 몸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유혹하지만 나는 그 말이 구라라는 것쯤은 알고있다. 애초에 실시간으로 미친듯이 이자가 붙고 있기 때문에 전 지구적 스타 버튜버가 되지 않는 이상 빚 변제는 요원한 일이다. 그리고 빚을 다 갚을 정도로 성장했다면 그만큼 돈을 쓸어담는다는 소리이므로, 부당계약을 해서까지 계속 이 업계에 남아있고 싶어하기도 한다. 물론 나 또한 여지껏 살면서 한번도 만져보지 못한 만큼의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빚을 다 갚으면 재계약을 할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육체가 없으면 식비라던가 물값이라던가, 아무튼 신체 유지비가 굳기 때문에 뇌만 떼어내고 몸은 소각해버리는 것이다. 쓸만한 몸이라면 빚을 어느정도 깎아주는 대신 뇌이식용으로 부자들에게 비싸게 팔리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모조 알코올과 인공담배로 찌든 내 몸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