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갑작스럽게 밝아오는 불빛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아니, 자고 있던 게 맞나? 잘 모르겠다.

나는 분명 불타서 재가 되어 버린 코시기나의 저택에 있었을텐데...

이미 화마가 휩쓸고 간 그 곳에는 켤 수 있을만한 조명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빅토르가 나를 발견하고 베르체노프가의 저택으로 데려 온 건가? 루슬란 오빠가 직접 왔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나는 이미 죽은...건가?


모든 게 죽일 듯이 원망스러웠다.

친애하는 친구의 딸이자 양녀였던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주시던 양어버지, 양어머니도,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사랑하는 여동생으로 바라봐주며 아끼고 보듬어주던 루슬란 오빠도.

갈 곳 잃은 증오와 분노는 정처 없이 떠돌다가 결국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가족들에게 향했다.

누구라도 좋았으니까, 그냥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많은 죄악을 짊어졌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증오와 저주를 퍼붓고, 미친 사람처럼 분노하며 울부짖었으며, 끝끝내는 그 증오의 화살이 사랑하는 양어머니에게로 향했다.

그때, 적당히 좀 하라며 루슬란 오빠에게 뺨을 얻어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 세세한 기억들이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무언가 손에 잡힐 듯, 안 잡힐 듯, 희미하게 남은 기억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천천히 눈을 뜨며 전방을 응시했다. 눈을 찡그릴 정도로 강한 조명이 내 눈가를 때리고 있었다.

이곳은...병원인가?

며칠씩이나 코시기나의 저택에서 혼수 상태로 누워있었을 테니,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아직 눈이 부셔 잘 보이지 않는 눈을 찡그린 상태로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무언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병원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 곳에 비치되어 있는 의료기기들을 보자니, 외과인가...? 외과적으로 부상을 입을 만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보았다. 무언가 내 몸의 느낌이 아닌 것 같았지만, 오래 누워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순간, 극심한 통증이 오른손을 타고 전해졌다.


"...윽...!"


이제는 어느 정도 빛에 적응된 시야로 통증의 진원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건...


'...철심...?'


철심을 박을 정도로 크게 부상을 입을 정도였던 건가, 의식을 잃었을 때, 무언가 잔해가 떨어져 손에 큰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런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원래의 내 작고 연약한 손이 아닌, 무언가 남성의 것 같은 크고 다부진 손의 모습이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내 몸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환자복 사이로 명확하게 느껴지는 남성미가 이것은 나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나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허망하게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뭐야...이게...?"








모여명팬픽 끄적이다가 막히는부분있어서 좆같아서 개그성으로 하나 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