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2 「아키하바라를 조사하라」


----

#1

오사카베히메

마침내 나 왔다, 아키하바라!

음, 근데 어째 동네 상태가

상상하던 거랑 다른데…….

아니, 아키하바라 같은 분위기긴 한데

으음?


다 빈치

지금 너희가 있는 곳은

아키하바라의 메인 스트리트라 칠 수 있는 곳이야.

주위 상황은 어때?


마슈

네, 매우 북적이고 있어요.

큰 도로는 보행자 천국이 되었나 봐요.

위협으로 보이는 건 안 보여요.

오히려 다른 때보다 평화로운 곳처럼 보여요.


에리세

뭐, 예상대론가.

내가 아는 《아키하바라》하곤 다른 곳이네.


- 실은 똑같은 감상이야


마슈

도쿄에서 오신 선배도요?


오사카베히메

그치? 기록 영상이랑 애니에서 본 아키하바라하곤

건물 생긴 게 좀 다른 거 같아.

뭐 시대가 바뀌면 경관도 바뀌기 마련이니

이런 건 오차 범위인가─.


다 빈치

그래도 여긴 (플레이어)가

살던 시대랑 거의 비슷해.

그런데……으음, 역시 기록에 있는

아키하바라하곤 일치하지 않는걸.

이 특이점 특유의 변화인가……?


에리세

그런데……어째 우리 주목 사지 않았어?


시민

아, 야. 저기 좀 봐.


시민2

진짜네, 코스프레 고퀄이구만.

……사진 찍게 해 줄까?


시민

츄오도리는 그런 거 안 되는 룰 있지 않았냐.


시민2

그렇구나. 아쉬운데. 근데 그거 따지면

코스프레로 걸어다니는 것도 안 되지 않냐.


시민

졸라 자연스럽게 걸어다녀서

가드도 눈치를 못 채는 거 아닐까?

저 일상적으로 보이는 옷맵시,

아마 코스프레 고단수야.


시민2

뭐 혼나는 건 저 사람 문제니까, 우린…….


시민

그래. 마음 속으로 좋아요 버튼 연타밖에

못 하지. 개추!


오사카베히메

에리치……

(어깨에 손 올림)


에리세

뭔데!? 아, 아니거든!


오사카베히메

부정해도 소용없어.

저건 완전히 야마타이국 쪽 코스프레로 본 거야.

……세트 되게 히미코라도 불러 올까?


에리세

잠깐, 잠깐만? 옷이 여기랑 안 맞는 건 인정하겠는데!

코스프레 취급은 굴욕적이야.

이 모습은 서번트의 복식이란 말이야.

다들 그렇지? 뭐야, 왜 눈 돌려?

근데 그렇구나……서번트가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이 아키하바라에선 이상한 거구나……으음, 그건 즉?


네로

후후후……후우후후후─!


마슈

난데없는 웃음!?

무, 무슨 일이세요, 네로 씨?


네로

아니 그게, 슬슬 비밀 공개 타이밍 같아서 말이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방금 시선은 모두 짐에게 쏠린 것이니라!

에리세도 짐이 인정하는 미소녀이긴 하나

이 땅은 현재 짐의 위광의 찬란한 땅이니 말이다!


에리세

화, 황송합니다.

(우와, 로마 황제 폐하께

이런 말씀을 듣는 날이 오다니……)


네로

똑똑히 보거라, 답은 저기에 있노라!

뭐 방방곡곡에 다 있다만!


(두리번)


마슈

이, 이건!?

네로 씨 굿즈 광고……비슷한 건가요?


오사카베히메

곰곰이 보니 오만 빌딩 광고에

다 있네! 왜!?


다 빈치

으음……이게 대체 뭐니?


네로

후후후.

그러면 설명하마.

여긴 예술과 노래의 고장이고

짐은 예술과 노래를 끔찍이 아끼는 황제지.

그렇다면───짐이 이 땅을 손에 넣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바 아니겠느냐?

아니, 물론 짐은 (플레이어)의

서번트인 이상

특이점 해소를 방해하진 않을 거다.

물리적으로 손에 넣는 건 불가능하지.

그러면 하다못해───이 명성이 드높은

예술의 고장에 짐이란 최고의 예술을 새길 따름.

그 또한 짐이 이 땅을 손에 넣은 셈이

되지는 않겠나 싶어진 것이니라!

그러니 짐은 오만 힘을 다 구사하여

이 아키하바라에 짐 컨텐츠를 전개했노라.

완성도 완벽한 피규어를 유통시키고

코미컬라이즈, 애니화 진행,

SNS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트렌드를 키웠고……

당연히 악곡 제작도 진행 중이지만

그건 짐의 장인정신이 강하여 발매에 애먹는 중이다.

잠시 기다리거라.

아무튼 그 결과가 바로 이거이니라!

계획대로 짐의 컨텐츠화는 대성공!

현재 이 아키하바라에서

짐은 모르는 이가 없는

캐릭터로 널리 알려져 있지!

므흐흐흐. 어떠냐 어떠냐, 마스터여. 놀랐느냐?

……서프라이즈!


- 벌린 내 입이 닫히질 않네…… - 선택

- 무슨 짓이에요, 황제 폐하!


다 빈치

못 살겠네, 역시 밀항 레이시프트는 네가 했구나.

아직 조사도 안 한 특이점 안에

변화를 주는 건 좀 그런데…….


네로

그 말은 이해한다. 허나 봐다오!

짐은 속전속결형 황제라 말이다!


마슈

그런데 특이점이 발견된 후에

그걸 시작하신 거라면 시간도 적지 않으셨나요?

용케 이렇게까지…….


네로

으므, 유행의 흥망성쇠에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광고력이지.

황제특권과 로마 머니를 펑펑 쏟으면

쉬운 일이니라.

당연히 짐과 같은 뮤즈, 누가 봐도 알 만큼

매력적인 존재란 밑바탕도 있어야 한다만.


오사카베히메

압력과 매수로 번역되네.

명불허전 폭군 노릇…….

그럼 혹시 이 경관도

자기 입맛대로 바꾼 거야?


네로

응? 아니, 경관 자체는

짐이 처음 봤을 때부터 이랬다만?


(웅성웅성)


시민3

야, 저기 봐.

네로 짱 아니야? (웅성웅성)


시민4

그러게.

사인 받을 수 있을까…… (웅성웅성)


네로

으므으므, 대인기 컨텐츠의 모델인 짐.

당연히 이목을 끌고 말고.

이거─, 인기인은 곤란하군─. 곤란하구나─!


에리세

기뻐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요.

여기서 주목받는 건 피하는 편이 좋을걸요.


다 빈치

맞는 말이야. 일단 자리를 옮기자.


네로

오오, 그러면 따라오거라.

안내할 곳이 있느니라.

사실 거기가 서프라이즈의 핵심이다!


오사카베히메

하는 수 없지, 일단 폐하를 따라가 볼까.

빨리 쇼핑하고 싶은데…….


(이동)


에리세

여긴……역 앞 광장인가.


- 여기에 뭐가 있어?

- 서프라이즈의 핵심이라 했는데 - 선택


네로

후후후, 설명해 주마!

이 역 앞 명당에는 등신대 짐 인형이 배치되어 있다!

아직 직접 확인하지는 못 했지만 그렇게 안배해 두었노라.

이 예술도시 아키하바라의 상징인 양

모든 이가 역을 나오는 즉시 마주하는 것은

휘황찬란하며 포멀한 웨딩 드레스를 입은

짐의 인형…….

그걸 본 모든 이가 짐의 위광에 감격하여

짐의 아름다움에 혼을 빼앗기지───

즉 그 등신대 인형이 짐의 아키하바라 독차지 계획의

트로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라!

자 여기다! 똑똑히 보거라,

그리고 똑똑히 듣거라, 짐의 예술적 승리 선언을!


(두리번)


- …………?


에리세

?


오사카베히메

?


마슈

……?


네로

왜들 그러느냐, 하나같이 멍한 표정이나 짓긴.

저기다. 역에서 나오면 무조건 보이는 명당.

진정한 대인기 컨텐츠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저 전시 케이스 안에───

………….


네로

없지 않느냐!

어어어어째서지?

짐은 신뢰가 가는 업자에게 발주했을 텐데!?

예정대로라면 진작 납품되어

여기 배치되어야 할 터───므음?


(웅성웅성)


오사카베히메

왜 저러지?


에리세

저 빌딩 대형 TV야.

무슨 방송을 시작하나 봐.


네로

방송 따윈 아무래도 좋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짐의 인형 실종 사건이지───

앗, 뭣이라아아아아아!?


???

반짝반짝 네로네로 꿈의 거리~☆

아키바의 천사가 찾아왔다네~☆

다들~, 잘 지냈어~!? 짐짱이야~!

아키하바라 공인 아이돌 겸 응원단장,

아키바 네로의 게릴라 생방송───시작할게─!


네로

짐이 아니더냐─!?


----

#2

마슈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 저 화면에 나오는 건 네로……?


네로

그럴 리가 있겠느냐! 짐은 여기 있노라!

저건……뭐지?

짐은 짐이기에 안다.

저건 칼데아에 가끔 보이는 다른 측면 영기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니라.

서번트인 짐하곤 무관한 존재다.

허나 짐의 모습을 해놓고 짐이 아니라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음……? 짐의 모습……?


시민

우오오────! 네로 쫘앙!

죠와해─, 도네하게 해 줘잉─!


네로

거기 그대! 말 좀 묻지!


시민

으억, 네로 짱……의 코스프레?

대단한데, 엄청 고퀄이구만.


네로

에잇, 몹시 복잡한 심경이지만

지금은 제쳐 두마.

저 화면에 나오던 자는 누구냐?


시민

엉? 코스프레했는데 몰라?

아키바 네로 짱. 요즘 인기 대박인……

뭐더라, 로컬 아이돌? 같은 애야.


네로

……그렇느냐.

그러면 이상한 질문을 하마.

…………저건………….

인형 아니더냐?


시민

맞는데?


마슈

!


시민

뭔지 몰라? 아키하바라의 기적.

이 동네에선 사랑만 있으면 『조형왕』이

인형에 인간 같은 생명을 불어넣어 줘.

네로 짱은 그 대표고. 역 앞에 있던

등신대 인형에 조형왕이 슬쩍 손을 대니

그게 인간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

즉 첫 기적이라 이거야.


에리세

믿기질 않네.

무슨 동화 같아.


네로

조형왕……이라고.

그게 누구냐!


시민

조형왕은 조형왕이야. 킹갓 금손 조형사!

그야말로 갓이지! 만난 적은 없지만.


마슈

만난 적이 없는데

믿으시는 건가요?

솔직히 말씀을 들어 보면

많이 믿기 힘든데요…….


시민

증거가 곳곳에 널려 있거든.

현재 아키하바라는 살아 있는 인형으로 가득해.


다 빈치

주변 조사를 마쳤어.

아무래도 이 사람 말이 사실인가 봐.


인형

어디 갈래─?


시민2

역시 노래방이지. 저 가게가

애니송 더 많이 수록했대.


시민3

오랜만에 격겜 뜨고 싶은데.

같이 땡기자.


기계인형

좋지.

쓰러트려도 되는 거지?


시민3

너 인마 세게 나온다? 5선승 가자, 5선승으로.


마슈

둘러보니 진짜 그렇네요. 워낙 자연스러워서

걸어다니는 걸 알아채질 못 했어요……!


네로

므음……

이 특이점의 이상사태는 이거겠구나.

조형왕이란 자의 손으로 인형에 생명이 불어넣어져

거리를 태연히 돌아다니는 세계.

그리고 짐의 인형이 짐의 허가도 없이

맘대로 아이돌 활동을 하는 세계!

짐에게 그쪽 재능이 차고 넘치는 거야 두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바지만

본인에게 허가가 없다니 컴플라이언스상 NO.

할 거면 차라리 짐이 하고 싶노라!


아키바 네로

그럼 다음은 노래해 봤다 코너!

짐짱의 노래, 잘 들어 줘!

~~~~~♪


오사카베히메

엥.


- 엥


에리세

으음~……무난한데?

임팩트가 덜한 게, 자극이 좀 부족한걸.


마슈

마스터. 아직 모르는 거 투성이인데,

하나 확신을 얻은 게 있어요.

저건 네로 씨가 아니에요!


- 아무래도 그런가 봐!


네로

으므, 무슨 연유로 단숨에 확신까지

다다른 것인지는 도통 모르겠으나…….

최소한의 인식은 공유했나 보니 다행이로구나.

저건 짐을 본뜬 가짜에 불과하다.

하여간에 남의 모습과 남의 목소리로 신나게 저러기는!

짐에게 그 스테이지를 넘기거라!


에리세

이 동네에 움직이는 인형이 많은 건 알겠어.

그런데……그게 조형왕의 존재를 증명한다 쳐도

너희는 너무 간단히 받아들인 것 같아 보여.

이유가 뭐야?


시민

아아.

그건……우리가 『위시맨』이라 그래.


마슈

?


시민

동네를 돌아다니는 인형들은 조형왕이

무슨 역할을 맡기려고 만든 게 대다수인데……

조형왕은 그거랑 별개로 참된 사랑을 품고

자기 앞에 다다른 녀석한테

상으로 그 녀석이 사랑하는 인형한테

생명을 준다고 해.


네로

흐므?


시민

그거 진짜 죽여주지 않냐?

좋아하는 피규어라 갖고 있는 거고

그게 생명을 얻어 말하고 놀아 주는 날엔 아잉!

그래서 지금 아키하바라에 모인 건

대부분 그걸 바라는 놈들이야.

다들 조형왕을 만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

뭐 그 이전에 이 동네, 아키하바라에 모인 우린

애니랑 만화, 게임, 모든 창작물을 좋아해.

그 세계에 진심으로 빠져 들고 싶고,

창작물 속 캐릭터들이랑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고도 싶어.

그 의미로 봐도 적절하다 싶어서

언제부턴가 아키하바라에 모인 녀석들은 스스로를

『위시맨』이라 부르기 시작한 거지.


오사카베히메

그, 그래.

자칭이구나…….


시민

뭐 좀 많이 폼재는 것 같기야 하지만!


오사카베히메

자각은 하는구나!


네로

그대들의 호칭은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역시 조형왕이란 자이지.

그 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느냐?


시민

그래, 그거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시민4

저, 저기! 그거 네로 짱 코스프레죠.

사진 찍어도 되나요?


시민5

아, 야나두! 부탁드릴게요!


네로

으음? 갑자기 사람들이 확……

이거 참─, 역시 인기쟁이로구나, 짐!

옳지 옳지 줄들 서거라!


시민4

아─, 1인칭은 『짐짱』이야.

아직 코스프레에 안 익숙한가 봐?

그런 점에도 리얼리티가 깃드는 법이니

진심으로 캐릭터가 되어───


네로

짐짱은 무슨!

오리지널은 짐이니라!


시민4

아, 네로 짱 이전의 원조판 팬이야?

별일인걸, 지금은 네로 짱 인기가 하도 많아서

장르 네로 짱물로

흡수된 상태인데.

요즘 유입들은 네로 짱이

붐의 시초인 줄 아는 애도 있을 지경이지─.


네로

울컥─!


(삐삐삐) (쿵 쿵)


???

이곳에서 촬영, 모임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빨리 해산하여 주십시오.


시민

이런, 아키바 가드야!


- 그게 뭐야?


시민

이것도 조형왕이 생명을 불어넣은 인형들이야.

자율적으로 아키바를 순찰하면서

경찰 노릇을 해 줘.

삥 뜯기 사건도 줄었고, 분실물이나

미아 대처를 해 주는 건 좋은데

이런 룰 위반에는 많이 가차없는 편이라……


아키바 가드

당신이 주모자군요. 동행하여 주십시오.

룰 위반에는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네로

짐은 짐으로서 여기 있는 것이니라!

그게 룰 위반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

썩 물럿거라, 어리석은 것들!


아키바 가드

반항적 대응. 하는 수 없군요.

실력 행사 모드로 이행하겠습니다.

구속, 확보, 체포, 수용,

재판, 즉결, 처형!


에리세

저쪽은 어째 싸울 작정인가 본데.

어쩔래?


- 여기서 잡힐 수는 없지

- 대충 뿌리치고 튀자! - 선택


마슈

네, 네!

네로 씨, 화나시는 건 이해하는데

살살 부탁드릴게요!


(배틀)


네로

부아가 치미는군.

왜 짐이 도망을 쳐야 하는 거냐!


다 빈치

어쩔 수 없어. 저기서 난리를 피운들

이득이 하나도 없잖아.

으음, 현재 위치는……

츄오도리에서 한 블록 들어간 데구나.


오사카베히메

으으, 기껏 아키바에 왔더니만!


다 빈치

정보도 그럭저럭 모였으니

일단 정리 시간을 가지자───

아, 잠깐만!

서번트 반응이야, 가까이 있어!

북서쪽, 약 20m……

위치상으로는 건너쪽 길 점포쯤이야.

서번트처럼 보이는 사람 없는지

육안으로 확인해 봐!


???

이건───매우 흥미로운 작품이군요.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타협이 없습니다,

특히 흉부와 둔부에 범상치 않은 집념이 느껴집니다.

……맙소사, 뒤집어야만 보이는 데까지

이만한 퀄리티. 훌륭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군요.

네. 평가는 참 잘했어요입니다.


오사카베히메

으음. 가게에 전시된 미소녀 피규어를 무지 진지하게

보는 사람은 있는데…….


----

#3


다 빈치

그냥 지나칠 이유가 없지.

일단 경계하면서 접촉해 보자.


마슈

알겠어요. 그러면……


마슈

저기, 실례할게요.

잠시 시간 되시나요?


???

네, 무슨 일이십니까.

그림이라면 안 살 겁니다만.


오사카베히메

(아키바 고단수급 대응법이네……)


마슈

그림……?

아뇨, 그게, 서번트 분으로 보이셔서요.

저희는───

이 특이점을 해소하려는 입장이에요.

당신이 왜 여기에 있고, 여기서 뭘 하시려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여기 있는 이유 말입니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여기에 있었을 뿐입니다.


에리세

(토지에게 소환된 솔로 서번트란 건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말이지만)


???

하지만 제가 바라는 건 명확합니다.

저는 그걸 위해 존재합니다.


- ……뭔데?


???

제가 사랑하는 유일한 왕───피그말리온 왕.

그 분과 재회하는 겁니다.


다 빈치

피그말리온 왕이라고? 그건……그리스 신화의

한 에피소드에 나오는 키프로스 왕이야.

그럼 너는 즉?


???

네. 제 이름은 갈라테아.

피그말리온 왕의 손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이자,

그 분의 사랑에 의해 인간이 된 존재입니다───


(잠시 후)


다 빈치

(플레이어)는 어때,

피그말리온 왕 이야기 알아?


- 들은 적 있어!

- 미안한데 몰라…… - 선택


마슈

저도 자세히는…….

피그말리온이란 이름은

들은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요.


다 빈치

맞아. 피그말리온 컴플렉스나

피그말리오니즘 등,

이름 자체는 인형애에 관련된 용어로

현대에도 쓰이고 있거든.


네로

좋아, 그렇다면 짐이 간단한 줄거리를 설명해 주마.

예술을 사랑하는 황제로서 당연한 교양이지.

……어느 날, 조각가인 키프로스 왕은

아주 아름다운 조각상 하나를 완성했다.

그리고 왕은 이상의 여성으로 조각한

그 조각상에게 진심으로 사랑에 빠졌지.

허나 결국은 살아 있지 않은 조각상. 보답받지 못 하는 사랑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쇠약사할 지경까지 갔으나,

이를 측은히 여긴 신이 왕의 소원을 들어 주어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으로 만들었다……그런 내용이니라.


오사카베히메

헤에─, 그게 너구나─.

듣고 보니 피부가 진짜 곱긴 하지.

척 보이게 매끈매끈 촉촉해 보이는 게 진짜 인형 같아……


(만질)


오사카베히메

아 미안, 무심코 헛말이!

이런 소린 실례되지!


갈라테아

상관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무래도 서번트인 저는

『조각상이자 인간』인 상태인가 봅니다.

거기에 우열과 상하관계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저는 결과적으로 『피그말리온 왕께 사랑받은 저』란

정의만 있으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제 재질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만져 보시겠습니까?


오사카베히메

진짜로!? 그래도 돼!?

그럼 실례를 좀…….


(꾹꾹)


오사카베히메

우오오오. 이거 무지막지한데.

인간처럼 부드럽긴 하지만

동시에 인간 같지 않은 매끄러움과 탄력이 있어……!

아무튼 내내 만지작거리고 싶은 감촉……!

글고 역시 만지자마자 느껴지는 바디 라인도 대박!

퍼풱트!


갈라테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조형에 관한 찬사는

제가 아닌 피그말리온 왕께 해 주십시오.


에리세

그런데 그……수영복 같은 노출도를 한 옷은 괜찮은 걸까.

그, 신화의 원전상으로 문제없지 않아?


오사카베히메

(수영복 같은───노출도를 한───옷?)

      《히메는 의문을 느꼈다》


갈라테아

이것도 피그말리온 왕께서 입혀 주신 겁니다.

조각상인 저는 원래 알몸이었으나

이를 측은하게 여긴 왕께서 친히 추가해 주셨습니다.

즉 이 또한 왕께서 주신 사랑의 증표.

부정적 견해에는 결사 항전할 생각입니다.


에리세

아, 딱히 문제가 있단 건 아닌데!

미안해요, 본인이 납득했다면 완전 존중할게요!

아름다우세요!


오사카베히메

오올─, 쫌 화난 표정도 예쁘구먼.


- 그 복장이라 하나

- 장비에 메카 요소는 왜 있어……? - 선택


갈라테아

메카란 건 잘 모르겠으나……

저는 피그말리온 왕의 사랑에 더해

그 사랑에 감명을 받은 여신 아프로디테 님의

힘으로 인간이 된 존재입니다.


- 아프로디테?


갈라테아

그 여신의 가호가 현재 제게

작용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네로

로마 신명으로는 미신(비너스)이로구나.

듣고 보니 묘하게 친숙한 것도…….

그 무기도 여신 관련이더냐?


갈라테아

이건 무기가 아니라 조각 도구입니다.

저는 조각으로 태어났으며,

피그말리온 왕께서는 위대한 조각가셨습니다.

그렇다면 탄생한 저도 조각에 친숙한 것은

당연한 바.

예전에는 키프로스 왕궁 작업실에서

왕께 직접 배우며 끌을 휘둘렀습니다.

아프로디테 님의 힘이 담긴 이 신끌,

왕께서 사용하신 끌이

제 손에 있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다 빈치

뭐, 배우자나 원수에 관련된 아이템을 들고

현계하는 서번트도 적잖이 있지.

그럴 만한 연이 있단 뜻일 거야.

그보다……

역시 이건 많이 걸리는 일치인걸.


마슈

그렇죠. 인형이 생명을 지닌 이 아키하바라.

그걸 해냈다는 조형왕.

그리고 조각상에서 인간이 된 일화를

지니신 갈라테아 씨……. 무관해 보이진 않아요.


갈라테아

……조형왕……?

───실례하겠습니다.

번거로우시겠으나 여러분이 가진 정보를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창피하게도 저는 여지껏

정보 수집을 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이 거리에는 눈이 가는 인형이 워낙 많은지라.

모두 완성도가 몹시 빼어나서…….


오사카베히메

응응, 알어. 알어.


- 물론 좋죠

- 정보를 공유해요 - 선택


(잠시 후)


갈라테아

그렇군요.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조형왕.

그리 불리는 존재가 이 거리에 있습니까…….


다 빈치

뭐 짚이는 건……아, 물어볼 필요도 없나.


갈라테아

네. 저는 저이기에, 조형왕이

피그말리온 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 빈치

그렇겠지.


갈라테아

……제 소원은 사랑하는 피그말리온 왕과

재회하는 겁니다. 다른 소원은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조형왕을 만나

그게 제 왕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단, 저는 이 땅에 익숙지 않습니다.

그러니……초면인 여러분께 이러한 부탁을

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도 있겠으나……


- 같이 협력해서 찾아내요


갈라테아

……!

괜찮으시겠습니까?


마슈

물론이죠. 저희도

조형왕을 만날 필요가 있는 건 틀림없거든요.


에리세

뭐……

만약 그게 진짜 피그말리온 왕이라면

관계자가 같이 가야 무조건 말이 잘 통하겠지.

아내잖아.


네로

조형왕이란 자를 만나서 어쩔지는 둘째 치고,

짐도 이의는 없노라.

미신(비너스)의 향이 나는 아리따운 미소녀.

동행자로서 부족한 점이 없지.


오사카베히메

여행엔 길동무가 있으면 좋고 세상은 정이 있어야 좋지.

잘 부탁해~.


갈라테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다 빈치

자, 이제 다음 문제는 물론 조형왕이

어디에 있느냐인데.

아까 역 앞에서 만난, 그……위시맨 친구는

『그거라면 누구나 알다시피』라 했지.

근처 위시맨들한테 더 캐물어 보면

생각보다 금방 파악될 수 있겠어.


에리세

그렇게 뻔한 데 있을까.

그래 놓고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 것도 이상하게 들리는데.


오사카베히메

그러게. 무슨 뜻일까?


다 빈치

일단 가 보면 알 일이지.

그럼 일단 탐문 부탁할게~.

……가게 피규어에

정신 팔리지 않게 주의하고. 쇼핑은 이따 해, 이따.


오사카베히메

뜨끔.


갈라테아

뜨끔.

……죄송합니다.

그럴 상황이 아니란 건 이해하고 있으나

완성도가 뛰어난 인형을 보면

절로 시선이 가는 바람에.

그게, 질투하는 건 아니고

순수히 조각 기술 보유자로서 흥미가 말입니다…….


오사카베히메

(아아 참, 쑥스러워하는 것도 귀엽네!

이거 임금님 취향도 이해가 가는걸!

히메도 가능하면 이 애 방에 델꼬 가고 싶어─!

옷 마구 갈아입히고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