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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정말 민폐 끼쳐서 죄송했습니다."


"어머, 그랬니?"




들어가서 화과자를 건넨 뒤에, 허리를 굽힌다. 마담은 궐련을 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이 대답했다.

그 대답에 어째서인가, 어? 하고 고개를 든다.

올려다 본 마담은 재떨이에 담배를 치이익하고 눌러끄며 나를 쳐다도 보지않고, 바의 의자에 앉아 턱을 괸다.

뭐랄까. 영업 전인 가게여서 그럴까. 조명이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취기가 사라진 뒤여서 그럴까. 처음 봤을 때보다 인상은 날카로워 보였다.


살짝 갈색빛이 도는 머리칼을 몽블랑처럼 쌓아올린 헤어.

쳐진 눈매이지만, 그 안에 들어찬 검은색 눈동자는 어째서인가 서류뭉치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만지다, 나도 모르게 베여버릴 것 같은.

그런 종이의 날카로움.



"여긴 술을 파는 곳이야."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



"술을 마시다보면 여러가지 트러블이 생기지."



트러블이라...



"그 중 하나였어."


"네...?"


"그 중 하나였다고. 그렇게 보인단다. 나한테는."



무슨 말 하는거야.

도통 영문 모를 이야기다.

아니, 알고 있다.


그래서... 왠지 부글부글 거리는 내 마음이 있다.

그러면 안되는데. 어째서인지 모르겠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마담이 이야기하는 건 그 날 가게에서 내가 본...



"..."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크릭에 대해 입에 담으려고 하는 순간 생각이 멎는다.

왜? 어째서? 그녀는 보육원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배달 갔던 언덕 위의 그 곳.

그런데 그 날 그녀는. 그렇게... 야...


아니, 어른스러운 복장으로 자연스레 있었다.

나를 알고 있을텐데.

모르는 척 자연스레 있었다.


이상하잖아.

뭔가... 아니, 많이 이상하잖아.




"것 봐. 꼬마사장님. 당신, 지금 도대체 몇 초나 어영부영 거리는거야?"


정곡을 찔린 듯, 호흡이 가빠진다. 아니 정곡이다.

나는, 그녀에 대해서 필사적으로 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그녀에 대해 뭔가 있지 않을까 하며

기대하며 왔다는 걸. 아니,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난 그저, 내가 그 날 이 가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같은 상점가 사람으로써 사과하려 온 거다.




"슈퍼 크릭... 이죠?"



뭐 하는거야.

생각하는거랑 말이 완전 반대라고.




"..."


"그... 그녀는 보육원에서 일하고 있을텐데요? 왜.... 왜! 여기서...!"




그래. 그게 자연스러워. 그녀의 본가는 보육원을 운영했고,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그녀 또한...




"후후후후, 후후후.... 하하핫.... 하하하하!!!"



"..."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 마담. 그 웃음은 이해하기 힘든...

아니, 다시 꺼내든 담배에 불을 붙이지도 못하고 웃는 모습.

나는 안다. 이해할 수 있다. 단지 마음이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거보게. 소바집 사장."


"..."


"당신은 기자나 가십 매거진의 취재자라도 되는감?"


"네...?"

"은퇴한 우마무스메가 무얼하든, 당신이랑은 상관 없잖나?"


"저기요, 도대체 무슨...!"



욱해버린다. 나도 모르게 욱해서 대답해버린다.

알고 있다. 




"소바 가게도 초짜. 인생도 초짜. 술수도 초짜로구만. 당신은."


"알고 싶으면..."




마담은 내 앞에 오른손을 들이민다.

검지의 손톱이 엄지의 손톱 아래를 꾸욱 누르고 있다. 티나지 않게 꾸며진 손톱.

네일아트라기 보다는 최소한의 꾸밈. 길이도 똑같다.


그 아래에 그려진 원.



"먼저... 알지?"


"..."






난 단 한번도, 이러한 사회적인... 그러니까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 살아 본 적이 없다.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속에 나는 지금도 살고 있다.

돈벌이를 하고 있다. 돈 앞에서는 결국 자존심이고 뭐고 없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마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슈퍼 크릭인지 아닌지 모를 여자, 그러니까 종업원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눈 앞이 뜨겁다. 이상하다. 난 분명히 사과를 하러 온 건데.


난 슈퍼 크릭이 뭘 하든, 상관 없을텐데.

이를 악문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 날 있었던 일을 사과하러 온 것 뿐입니다.

 그러면 이만..."




고개를 숙인 뒤에 물러난다. 등을 돌린 뒤, 문고리를 잡고 여기가 미는 문인지, 당기는 문인지 그 정도만 고민 하자.





"남자가, 그러고 가면..."



"부랄도 없다는 소릴 들어."







뒤로 한 채 문을 연다.





.

.

.

.









결국 스치는 것은 한순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금새 일주일이 지났다.

기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바라던 바라면 바라던 바.


케르나양도 감기가 나아서, 오히려 운 좋지 않게 바빠지는 가게.


"흐아, 여긴 이거만 가지고 가기엔 너무 로스가 크지 않아요?"


라고, 하면서도 배달가방을 챙기는 케르나양.

로스라. 그렇지.


딱히 케르나양을 배달 건수에 따라 계약하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정직원. 그 날 있을 일, 라스트오더까지 배달만 하면 되도록 계약을 했다.



"그래도 다녀 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중간 지점에 배달이 들어오거나...! 

 아! 아니에요. 다녀올게요."



그녀는 뭐랄까.

머리가 좋다고 하는 건 좀 어수룩한 표현이고, 잘 돌아간다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눈치가 좋다고 하는거야' 라고


오키노 트레이너의 말이 이제서 떠오른다.

그립네.


그렇게 말하면서 항상 뒤에 덧붙이는 말.



'눈치가 좋은 애들이 제일 위험해'

'네가 바란 거 이상을 하려고 들거든'



그 말대로다. 그 날도 오버해서 케르나양은 컨디션이 무너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에겐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마 알고 있으니까 말하던 도중에 그만 둔 거겠지.


경유건 배달을 위해서 음식을 식게 만드는 건 파는자의 도리가 아니다.


그녀 나름대로의 배려이자, 가게를 생각한 거라고 나는 안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그냥 푸념한 뒤에 곧장 떠난 것이다.


좋은 사람이다.

좋은 아이다.




나는... 나쁜 사장이고

나쁜 사람이건만.




"후아, 춥다 추워...!"


"어서오세요!"



경쾌한 여성의 목소리. 드르륵하고 열리는 문. 

소리가 다분히 거칠다. 문 틈새에 그새 얼음이 생겼나. 오늘 아침에 뜨거운 물을 붓고, 깬 다음 닦아냈는데도

안과 밖의 온도차에 낡은 나무 문틀은 금새 얼고 변형되니까.

저것도 리모델링 시에는 방수와 단열이 되는 걸로 바꿔야지.

아버지는 기겁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인테리어와 전통의 한 가닥이니까.

하지만, 문을 여는 손님에게 불쾌한 기분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다.



"어디보자... 네 명인데..."


"편하신데 앉으시면 됩니다. 옷은 저기에...아..."




자연스레 멈춘다.

손이 멈추고, 뒷덜미가 굳는다.



현관 앞의 옷걸이를 안내하고 있던 손도 멈춘다.


여자 넷.

아이가 이미 중학생 쯤은 되어보이는 중년 여성 뒤로 세 명의 여성.

그 뒤에 추위에 잔뜩 쪼그라든 갈색 귀가 겨우 찾아든 온기에 기뻐하듯 춤을 추고 있다.

그 아래 얼굴이 지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어째서야.

어째서냐.



넌 왜.




내가 싫을텐데.

분명히 그럴텐데.



왜.




이제서야.



아니, 왜 지금...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 거야.







"크릭양. 저 쪽으로 앉자."


"네."


"여기 맛있어. 먹어 본 적 있을까?"


"네. 배달로 그 때, 사이카씨가 주문하셨거든요."


"뭐어? 그러면 오늘 여기까지 데려 온 내가 악덕 부원장 같잖아?"

"아뇨, 설마요."








그녀들이 문을 연 탓일까.

바깥의 추위 때문일까.


이야기하며 자연스레 목도리를 벗고, 코트를 벗는 그녀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차가웠던 것은.


추위 때문일까.


소바를 삶던 내 손이 이다지도 딱딱해지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