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라이프는 해본 적 없고, 


그나마 최근에 하프라이프2 VR 모드로 초반부 잠깐 해봄. 


근데 그거 먼저 하길 잘한 듯. 


2탄 잠깐 한 덕분에 주인공 알릭스나 아빠가 누군지는 알고 


17번 지구 배경이나 기계 자물쇠 같은 오브젝트, 


콤바인들 무전칠 때 나오는 띠리리락 하는 사운드 


등등을 미리 접하고 나서 보니까 


확실히 같은 세계관, 발전된 그래픽이 더 인상깊게 다가왔음. 


소문으로만 듣던 상호작용도 좋았고, 


특히 엘리베이터 버튼 누를 때 무심결에 오른 손에 쥔 권총으로 눌렀는데 눌려서 편-안했다ㅋㅋ


단점은 징그럽다는 거네... 호러 요소야 각오하고 있었지만 


비쥬얼적인 혐오감이 좀... 


난 평면은 괜찮은데, VR로 보면 마인크래프트 거미 같은 것도 징그러워하거든... 


헤드크랩들 달려들기 전에 죽이는 게 사명처럼 됨...ㅋ 그래도 가슴에 팔 달린 눈깔 외계인은 안 징그럽더라ㅇㅇ 호감캐라 그런가


그래도 보다보니 익숙해진 건지 시야폭이 좁은 덕인지 아니면 재밌어서 반쯤 잊은 건지, 의외로 계속 플레이는 가능하더라ㅇㅇ 


근데 의외였던 건, '이거 하고 나면 다른 VR 게임들이 시시해보인다'라던 말이 의외로 안 와닿았음. 


2년동안 단독으로 굴려서 그런가, 나는 그래픽 신경 안 쓰는 사람이고, 


그 상호작용들도 막상 총질하다보면 써먹을 때가 거의 없음. 


술병 들고 흔들면 물 찰랑찰랑댄다? 신기하긴 한데 병 깨트리고 노는 거 이상의 뭔가 없음. 


결국 몰입해서 하다보면 엄폐하고 쏘고 피하고... 


플레이 스타일이 2년간 했던 다른 VR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느낌. 


그래서 문득, '이거 상호작용은 덤이고 그냥 게임 자체가 존잼인 거였네?' 하는 생각도 들더라ㅇㅇ 


얼마 전에 누가 여기 쓴 잡담에서 본 건데, 


바하 빌리지 PSVR2 포팅이 칭찬받은 것처럼, 


체험적인 게임이 아니라 적 죽이고 미션 클리어하면서 스토리 진행하는, 


그런 원초적 재미를 추구하면 기본은 간다고 했나? 


같은 이유로 나 바하4 VR 했을 때, 상호작용은 매우 별로였지만 


게임 자체가 존잼이라 불만 없었고, 


엔딩 보고 시간 좀 지난 지금도 좋게 기억하고 있음. 


결국 VR 게임은 상호작용은 둘째 치고 


풍부하고 재밌는 싱글 스토리가 우선시 돼야 하는 거구나, 하는 걸 다시 상기하게 됐다ㅇㅇ 


근데 써놓고 보니 싱글 스토리랑 총질의 재미 고루 갖춘 게 거의 없긴 하네... 


주말동안 알릭스 달려서 지금 이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막상 엔딩 보면 '진짜 알릭스 외에 다 시시해보여!' 이러고 있을지도...ㅋ


암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