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년만화 얘기라서 웹소엔 상관없는 딴소린가 싶지만
아무래도 웹소 빼면 빠르게 이야기를 즉석으로 연재하는 몇안되는 시스템 중 하나가 주간 연재 만화다보니깐.
어쨋든 죠죠의 기묘한 모험 작가인 아라키 센세가 낸 만화 작법서가 하나 있음. 자신이 생각하는 왕도, 팔리는 소년만화에 대한 책인데
거기 나온 얘기 중에 스토리에 대해서 하나 기억남는게 있거든.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법칙
이야기의 시작 시점에서 주인공의 심리나 상태가 0이라면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계속 +를 쌓아가는게 히트하는 소년만화의 조건이다.

그래서 일본 소년만화의 드래곤볼식 토너먼트 배틀제가 확립된 것. 싸워 승리해서 주인공이 성장하고, 다음엔 그만큼 더 쎈 적이 나와서 싸우고 승리해서 성장하고를 반복.
이런 식으로 주인공과 상대역이 각자 힘을 +를 쌓아가면서 격돌하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를 쌓는 구조임.

근데 알다시피 이 구조엔 문제가 있다. 파워 인플레이션,
그리고 주인공이 일단 정점을 찍고나면 다시 김빠지게 0부터 토너먼트 재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죠죠 3부부터 고안해낸 것이 이능력 배틀이라 함.
이능 배틀물은 서로 힘의 강세가 아닌, 논리와 상성으로 싸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싸워도 파워인플레가 없어서 기존 배틀물의 대안이 된다.
대신 이렇게 가면 힘의 +를 쌓을 수가 없어.
그래서 아라키 센세가 전체 스토리를
주인공 일행이 적을 조지기 위해 찾아가는 모험을 한다, 로 잡았다 함.
목적지라는 목표를 하나 잡고, 거기까지 나아가는 거리상의 가까워짐을 통해 직관적으로 +를 보여주려 했던거임. 7부는 아예 대륙 횡단 경주가 주제고.

웹소도 끊임없는 보상과 성장으로 진행되는 구조잖아.
어쨋든 이능 배틀 자체는 웹소 메타에 맞진 않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쌓기 적합한 스토리를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잡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더라.

간단하고도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끊임없이 주인공이 성장하고 나아가는게 작가입장에선 부담스럽다보니 흔히들 -로 회피하거나, 아니면 중간에 성장에 벽을 세우거나 주인공을 발목잡거나 하는 이야기로 새버린다고.
줄곧 +일도로만 이야기는 달려가야한다.
-로 갔다가 극복해봤자 어차피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니깐 독자 입장에선 질질 끄는 거로 느껴지고 아무 감동도 받을 수 없음. 벽, 정체의 경우도 고구마.
그리고 책엔 예시들 몇 개를 듬.
뭐 흔히 나오는 안이한 레파토리들.
주인공이 감옥에 갇혔다ㅡ>탈출해봤자 다시 원점이니 플러스 법칙 위배 (이야기 원점이 감방이면 탈출극은 좋은 +구조)
후속작에서 주인공을 사칭하는 가짜와 싸운다ㅡ>걔 조져봤자 결국은 별 거 아니고 또 다시 원점이니 무의미
킥애스2, 힛걸이 일반인으로 돌아간다ㅡ>어차피 다시 히어로로 돌아갈 거면서.
내적 심리적 갈등, 머뭇거림 등을 이야기에 넣고 싶더라도,
작가는 어떻게든 +의 메인스토리를 유지하면서 그걸 담아낼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고민해야한다.


출처: 죠죠작가의 작법서 얘기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