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평을 해달라는 글이 있었는데,


설명이 좀 길어질 것 같고, 가끔씩 정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에... 써봅니다.


감평 부탁하신 분은 직접적인 지적보다도 대체로 어떤 흐름인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이 현재 80년대 90년대의 글이 취향에 맞지 않을 겁니다.


특이한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뀐 만큼 글의 트렌드도 바뀌었습니다.


일반소설들도 80년대 90년대 글들을 지금 읽기는 상당히 어려우니까요. 사실 판소계에서는 00년대 글도 지금은 잘 팔리지 않긴 합니다.


심지어 4-5년 전의 글들도.





90년대나 00년대 초창기의 판타지들은 어땠을까요?


시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룬의 아이들이나 드래곤 라자나... 캐릭터가 굉장히 강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전개는 되게 깔끔해요.


쓸데 없는 일에 휘말린다는 느낌이 있지만, 사실 복선이 되거나, 전체적인 스토리상에서 녹아드는 장면들입니다. 혹은 분위기거나.


그 당시에도 너무 복잡하거나, 잡다하게, 깊게 이야기들을 끌고 들어가는 글들은


사실 안 팔렸습니다....


"글을 잘 쓰긴 하는데, 못 파는 작가"


라는 말은 지금만 있는 게 아니라 옛날에도 쭉 있었어요... 




요즘 인기 있는 판타지들은 어떨까요?


캐릭터들과 분위기, 장면들이 상당히 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어떤 소설을 딱 떠올리면 그 소설만의 분위기나 캐릭터등이 있어요. 한줄로 요약 가능할 정도로 힘이 있는 스토리가 존재하던가. 




제가 영화에 자주 비유를 하는데...


왕의 남자라는 영화가 배경이 조선시대라고 해서 사극물로 취급하긴 어렵죠?


카메라워킹에서부터 배경이나 캐릭터들의 분위기등...


굉장히 현대적이면서, 현대적인 맛을 살린 영화였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조선시대 사람들이 보고 재밌어할 영화가 아니라,


현대인들이 보고 재밌어할 영화였어요.



판타지의 장점이면서 매력인 마법과 용이 나오고, 기사들이 나오고...


이런 소재들은 지금도 수많은 소설들이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개는 어떻게 되었느냐...


지금의 독자들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되게 깔끔하고, 빨라졌죠.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드래곤 라자나, 룬의 아이들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물론 작가들이 굉장히 재밌게 잘 쓴 것도 있지만


문체나 연출, 스토리의 흐름이 독자들에게 굉장히 잘 전달이 되었어요.


앞서갔던 거죠...




요즘 연재하는 소설이 정판이라고 인기가 있고 없고,


이렇게만 장단점, 흥행의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확실한 점은 연출이나, 캐릭터, 묘사 부분에서


예전 방식을 떠나서, 장점이 별로 없는 스타일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그런 건 정판의 매력이라고 할 수 없어요...




설명을 하다보면 이야기의 맥락을 잘못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던데,


근본적으로 소설의 전개나 속도감, 흡입력,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다음에 작가가 어떤 재밌는 이야기를 꾸미고 싶은가가 1차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용이나 마법이 나오고...


회빙환을 쓰고 안 쓰고는 


그냥 한참 뒤에 나오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참고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순문학 하신 분들이 웹소설에 적응하기 힘든 이유도,


그분들의 글이 '완성도 측면'에서 재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웹소설의 재미는 캐릭터, 어설프더라도 즐거운 전개, 기대심리 등이 있는데,


이런 재미를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출처:감평 겸... 정판에 대해서 써봅니다...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