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한 배낭을 맨, 아직 소년의 모습을 완전히 벗지 못한 한 남성이 작은 물줄기를 발견하곤 잠시 멈춰 섰다.


한참동안 생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잿빛 황야를 숨 돌릴 틈도 없이 가로지른 탓인지 그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목을 축이기 위해 물가에 다가갔다.


그러나 그가 손으로 뜬 물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 반신에 붕대를 칭칭 감은 남자가 소년의 손을 붙잡았다.


“어니스트. 그 물에 입대지 마. 그럴 시간 없어.”


“시간도 충분한데 뭐가 문제에요, 랜돌프? 지금까지 시간은 제대로 보고 있었다고요.”


랜돌프가 목을 축이는 것을 막자 불만이 넘쳐흐르는 어니스트는 자리에 주저앉아 시계를 꺼냈다.


톱니와 톱니가 맞물리는 소리가 작게 울리는 시계는 하나만 있는 바늘이 검은 선에 닿기 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밤이 오기 전까지 한 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어요. 근데 이런 잠깐의 휴식도 안 된다는 거 에요?”


“랜돌프가 조금 말 주변이 없어서 그런 거지, 이게 단순히 시간문제가 아니야. 그거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맛이라도 볼래?”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에 어니스트의 뒤에서 조금은 느긋하게 걸어온,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어니스트와는 정반대로 연륜이 듬뿍 묻어나는 턱수염을 자랑하는 행크가 어니스트의 머리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찔렀다.


여전히 불만은 가득했지만, 느긋한 행크의 말에 따라 물을 살짝 찍어 입에 가져다 댔다.


손가락에 찍은 정도로 미량이었지만, 몸이 본능적으로 그 물을 거부하는 것인지 어니스트는 구역질을 하며 손가락이 닿은 곳에 다시 감각이 돌아올 때 까지 자신의 혀를 닦았다.


“씨발! 뭐야 이게!”


그런 어니스트의 모습을 보며 행크는 호쾌하게 웃었다.


“어허, 고운 말을 써야지. 이런 폐허의 모든 건 전쟁으로 인해서 오염됐어. 나라면 그거로 엉덩이도 안 씻을 거야.”


“노닥일 시간 없어. 빠르게 필요한 걸 챙기고, 돌아가야 한다고.”


그런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랜돌프는 약간 절뚝이는 발걸음으로 앞서갔고, 이를 본 행크는 가볍게 혀를 차며 아직도 구역질하는 어니스트를 일으켰다.


“뭐, 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니까 따르긴 해야지. 우리가 단순히 마실 나온 것은 아니니까. 어서 움직이자고.”


“그래서 정확히 뭘 찾으려는 거 에요? 뭐가 그렇게 급한 거고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그래, 밤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고 있지?”


잠시 고민하던 어니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의 전쟁 이후잖아요? 전쟁 이전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라져 모든 빛이 사라지는 시간이 생겼고, 이것을 밤이라고 불렀잖아요? 근데 이거하고 그게 무슨 상관이죠?”


“그래, 그 이후로 우리는 그 밤을 이겨낼 빛이 필요했지.”


잠시 주변을 둘러본 행크는 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워 보여줬다.


“이게 뭐로 보여?”


“그냥 돌이요.”


어니스트의 대답에 행크는 작은 망치를 들어 손에 들린 돌멩이를 내려쳤다.


망치가 돌멩이에 닿자 그 돌은 미약한 푸른 섬광을 발하며 부서졌고, 그 자리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분진이 흩날렸다.


“이래도 그냥 돌처럼 보여?”


“그게 대체 뭐죠?”


행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에 발걸음이 멈춘 어니스트의 등을 떠밀며 말을 이어갔다.


“이게 우리가 찾으려는 것이야. 우리는 이런 것을 아침의 파편이라고 부르지. 우리 도시를 움직이고 무엇보다 밤을 이겨낼 빛을 밝힐 수 있는 연료가 되는 물건이야. 물론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만....”


어니스트가 푸른색 빛에 정신이 홀려 불평을 멈춘 동안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고, 행크는 앞을 보라는 듯 어니스트의 등을 힘차게 밀었다.


“밤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라면 빛을 밝히기에 충분히 순수한 파편들이 있지.”


어니스트가 정면으로 눈을 돌리자 지금까지 지나온 황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풍경이 그를 기다렸다.


전쟁이라고 한다면 기록만이 겨우 남은 먼 과거의 일이었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방금까지 사람이 살았다 해도 믿을 수 있을 법 했다.


거대한 바위를 깎아 직각으로 깔끔하게 세워진 벽에 빗물이 흐르도록 만든 배수로, 거기에 생기 없는 회갈색모래에 비현실적으로 나타난 탄탄한 거리까지.


지금까지 자신이 살던 곳에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대체......”


“전쟁으로 인해 많은 도시들이 파괴되고, 무사하더라도 전쟁 중 시작된 밤으로 인해서 이렇게 사람들이 떠난 도시들이 많지. 이것 또한 그 중 하나일 뿐이야.”


“둘 다 잡답은 그만하고 작업 시작해. 어니스트,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먼저 자리를 잡아 주변을 경계하는 랜돌프는 어니스트를 쏘아 붙였다.


아직도 행크의 노근한 목소리와 풍경에 반쯤 취해있던 어니스트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살폈다.


“돌아가야 하는 시간까지 40분 정도 남았어요. 그런데 대체 시간은 왜 계속 물어보는 거죠?”


“밤에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나?”


어니스트의 질문에 얼굴을 찡그린 랜돌프는 건물에 기대며 되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어니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위험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어요.”


“잘 됐네. 그냥 안 된다는 것만 알아두고, 가서 행크나 도와.”


쌀쌀맞게 대답한 랜돌프는 행크를 턱으로 대강 가리키며 다시 주변을 경계했다.


뭔가 더 물어보곤 싶었지만 쌀쌀맞은 그의 태도에 어니스트는 하는 수 없이 커다란 가방을 고쳐 매곤 행크의 곁으로 향했다.


곡괭이로 건물의 바닥을 파낸 행크는 한쪽 눈에 황동으로 만들어진 확대경을 쓰곤 바닥에서 나온 잔해를 분류하는 중이었다.


“저기, 오른쪽에 놔둔 파편들부터 챙겨.”


“알겠는데, 대체 랜돌프는 왜 저러는 거 에요? 자기 몸 하나 간수도 못 하는 것 같은데 무슨 호위로 나선다니......”


“랜돌프보다 자기 몸 간수를 잘 하는 사람은 없어. 티페레트는 워낙 영악한 녀석이거든.”


대답은 하더라도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는지 행크는 여전히 아침의 파편들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티페...... 뭐요? 그건 또 뭐고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행크의 대답에 가방에 파편들을 챙기던 어니스트는 잠시 손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태양이 사라지며 모든 것이 암흑에 잠겼다.


“어니스트! 분명 시간이 남았다면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밤에 황동 확대경을 벗은 행크는 한순간에 그의 멱살을 잡아 벽으로 밀쳤다.


갑작스럽게 변한 행크의 태도에 말문이 막힌 어니스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밤이 시작된 건데! 거의 한 시간은 이르잖아! 네가 시계태엽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이게 뭐냐고!”


“저... 저는 분명......”


“지금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위험에 빠진지 알기나 하는 거야? 단순히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이 위험하게 됐다고! 네가 태엽을 제대로 감지 않은 탓에 말이야! 네 멍청함이 모두를 죽인 거라고!”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벽에 몰아붙인 어니스트의 기도를 누르던 행크는 문을 박차고 들어온 랜돌프가 그의 얼굴을 후려치자 잠시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 사이 어니스트는 행크의 손에서 빠져나와 간신히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저 멍청이 때문에 우리 모두가 죽게 생겼는데 그런 말이 나와? 아무리 오차가 있더라도 이렇게 밤에 고립되는 건 절대 있을 수가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불가능하건 뭐건 이미 밤은 찾아왔고, 우리의 목적은 아침의 파편을 도시로 가져가는 거야! 알겠어?! 알겠으면 준비나 해! 이런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내가 온 거니까!”


소리를 지르며 행크를 압도한 랜돌프는 자신의 반신을 감은 붕대를 뜯어냈다.


행크는 혀를 차며 주저앉아 헐떡이는 어니스트를 일으키곤 자신의 어깨에 설치된 백열전구를 켰다.


백열전구의 청백광 아래에 비친 랜돌프의 한쪽 팔은 황동으로 만든 유압 피스톤과 증기관, 그리고 톱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계와 같던 팔은 그가 주먹을 쥐자 톱니가 돌아가며 어깨의 증기배출구에서 짙은 증기가 뿜어냈다.


“가! 지금 당장 움직여!”


아직도 떨떠름한 어니스트에게 행크가 총렬을 짧게 자른 중절 복열 산탄총을 던져주었다.


행크 또한 피스톤이 달린 곡괭이를 들자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삼킨 랜돌프는 문을 기계장치로 된 주먹을 이용해 벽을 부쉈다.


무엇이 어둠 속에서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니스트는 앞서는 랜돌프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가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창백한 손이 어니스트의 발목을 붙잡았다.


바닥에 굴러 전구가 깨진 어니스트는 필사적으로 뒤로 기어가며 어둠을 향해 산탄총을 겨눴다. 


허나 그의 시야가 닿지 않는 어둠속에서 또 다른 손이 뒤에서 그의 목을 붙잡았다.


싸늘한 감촉에 몸부림치며 팔을 떼어낸 어니스트가 바닥에 쓰러지자 어둠 속에선 창백한 손들이 튀어나와 그의 몸을 어둠 속으로 잡아당겼다.


“일어나! 시간이 없다고!”


어니스트를 붙잡은 손들 곡괭이로 뜯어낸 행크는 어둠속에서 튀어나와 어니스트를 덮치려는 사람을 향해 곡괭이를 휘둘렀다.


마치 시체를 되살려놓은 듯, 창백한 피부의 사람의 가슴에 행크의 곡괭이가 박히고 증기가 터짐과 함께 피스톤이 발사되며 그대로 생기 없는 신체를 완전히 박살냈다.


“이제 왜 밤에 나오지 않는지 알겠어?!”


“대체 저게 뭐에요!”


“불사자들! 밤이 되면 되살아나는, 죽지도 않는 시체들이라고!”


그의 말을 증명해주듯, 행크가 이미 박살낸 신체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행크는 이런 모습이 익숙했는지 따라오라며 먼저 앞장서서 곡괭이로 앞길을 막는 시체를 부수며 천천히 나아갔다.


잔뜩 겁을 먹은 어니스트는 그저 행크의 등만 보고 쫓았지만 어느 순간 멈춰 선 그와 부딪혔다.


“이런 망할.”


그들의 앞에는 전구의 미약한 빛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수많은 불사자들이 벽을 이루어 다가오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윤곽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인해 보이진 않았지만, 지축이 울리며 거대한 무언가도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파죽지세로 나아가던 행크는 곡괭이를 쥔 채로 뒷걸음질 쳤다. 어니스트도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곤 있었지만, 다리처럼 손가락이 떨려 방아쇠에 손가락조차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멈추지 마! 티페레트가 길을 뚫을 거야!”


멈춰선 그들에게 랜돌프의 외침이 들렸고 하늘에서 강렬한 섬광이 떨어지며 지축을 울렸다.


어둠을 가르는 밝은 빛의 중심에는 알 수 없는 기계 덩어리가 자리하고 있었고, 미친 듯이 증기를 뿜기 시작하며 기계를 이루는 톱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레이터에서는 7m에 달하는, 강철로 만들어진 피스톤과 톱니바퀴의 거인이 일어나 팔과 다리를 뻗었고, 철컥이는 소리를 내며 양 손목에 달린 수십 개의 총열을 회전시켰다.


《이전과 똑같은 엔진이네? 그래도 나쁠 건 없지.》


아기자기한 소녀의 목소리와는 달리 공기를 찢는 굉음과 함께 회전하던 총열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불사자들로 이루어졌던 벽은 한 순간에 피와 육편들로 갈려나가며 총탄의 세례를 따라 넓은 길이 만들어졌다.


《엔진이 먼저 가라고 하는데? 나는 어떻게든 지킬 테니까 먼저 파편들부터 운반하래.》


강철의 거인은 행크와 어니스트를 바라보며 멀리서 보이는 빛을 향해 손짓했다.


그리고 이 둘이 뛰는 것을 확인한 거인은 음흉한 웃음 소리를 내며 시선을 돌렸다.


"이 자유를 조금이라도 더 만찍하고 싶은데, 이 엔진이 망가지기 전까지 얼마나 즐길 수 있으려나?"




"위이이이이잉!"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밝은 격납고의 안, 솜으로 틀어막은 황동관의 끝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볼트와 너트로 주사위 도박을 하던 사람도,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사람도 사이렌과 함께 벽면 한 가운데 설치된 거대한 닉시관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얼마 지나지 않아 톱니바퀴가 찰칵거리기 시작하며 닉시관에 숫자가 밝게 빛났다.


‘0’


그 숫자가 보이자마자 모든 사람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 중 장검 모양이 휘장으로 수놓인 망토를 어깨에 대강 걸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새겨진 솜으로 틀어막은 황동관 옆에 설치된 다른 황동관으로 향했다.


“여긴 8번 전대 전대장 에버니저 모토르, 알겠으니까 이 망할 경보 좀 꺼!”


에버니저가 한쪽 귀를 막고 황동관에 소리를 지르자 사이렌 크기가 점차 작아졌다.


“이 쓰레기 같은 관을 꺾어버리던지 해야지. 누가 들으면 매주 비상 상황이라도 일어나는 줄 알겠어.”


사이렌이 울렸던 황동관을 발로 찬 에버니저는 아직도 귀가 울리는지 표정을 잔뜩 구긴 채로 소리를 질렀다.


“8번 전대! 알다시피 곧 밤이 온다! 오늘 도시 경계는 7번 전대와 우리 전대가 맡으니 다들 준비해라!”


“지금 농담하는 거라고 해 주시면 안 됩니까?”


던지다 만 주사위를 손 안에서 잘그락거리는 사일러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전대장님도 저희 전대 상황이 어떤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희 부대에서 기동 가능한 수호자는 전대장님을 포함해서 6대인데, 2대는 오버홀에 들어갈 정도로 대파고, 저하고 리암, 그리고 그 녀석의 수호자는 저번에 출격해서 정비 하는 중입니다. 7전대만으로도 도시 경계는 충분할 텐데 굳이 우리도 출격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좌천의 8전대에서 뭘 바라는 거야.”


사일러스의 맞은편에서 너트를 나누던 리암이 조금의 의욕도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자 에버니저는 곧바로 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우리 전대 안에서는 그런 말 안 꺼내기로 한 것 모르나? 그리고 우리는 좌천된 게 아니라 최전선에 있을 뿐이야. 최전선에서 그런 불평이 통할 것 같아?”


“그렇다 해도 최전선에 보급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게 말아 된다고 생각하나요?”


한 대를 맞고도 비아냥거리는 그의 대답에 에버니저는 그를 한 대 더 쥐어박았다.


물론 그의 말에 틀린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전대의 적정 인원은 12명에서 20명 정도인데, 8전대의 인원은 전대장인 자신을 포함에 고작 6명 뿐.


게다가 정비나 보급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정비 속도도 출격하는 횟수에 비해 한참 뒤쳐졌다.


리암이 이야기를 했던 좌천의 8전대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내부 정치에서 밀려나가거나, 실적이 떨어지거나, 혹은 출신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종착지가 바로 이 8전대였다.


그런 와중, 백발인 격납고 내부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검은 머리칼의 한 명이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사일러스나 리암에 비해 손상도 적으니 정비를 안 받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가 천천히 벽에 걸린 가죽 장갑을 끼자 에버니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샤하나즈, 넌 오늘까지 나가면 3일 내내 출격이잖아. 실력은 인정 하는데, 무리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


“최전선이라고 말 했던 건 전대장님 아니셨나요? 그리고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저를 기사로 만들어 주신, 아버지 같은 전대장님 얼굴을 어떻게 봅니까?”


슬쩍 웃으며 대답한 그에게 반론할 수 없던 에버니저는 하는 수 없이 그의 어깨를 잡은 손을 놓았다.


에버니저가 장갑을 착용하는 동안, 샤하나즈는 격납고 한쪽에 세워진 자신의 수호자로 향했다.


7m에 달하는, 강철로 만들어진 피스톤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수호자는 등에 푸른색으로 빛나는 튜브가 연결된 채로 정자세로 서 있었다.


기사의 투구를 연상시키는 안면 장갑과 어깨의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관절 전체를 가리는 방패와 같은 어깨 장갑. 탑승하는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투박할 정도로 두꺼운 흉부 장갑까지.


눈으로 대강 자신의 수호자를 점검한 샤하나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지한 수호자의 장갑에 손을 댔다.


그러자 정지한 수호자의 톱니바퀴가 움직이며 푸른 증기를 뿜었고, 수호자는 그에게 탑승을 하라는 듯,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피스톤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손을 그에게 뻗었다.


그가 손 위에 올라타자 거인은 스스로 흉부 장갑을 열고 그가 탈 수 있도록 손을 들어올렸다,


그와 달리 이미 열린 해치에서 늘어진 사다리를 타고 콕핏트로 올라가는 에버니저는 어이가 없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은 진짜 말도 안 되는 녀석이라니까.”




콕핏트에 탑승한 샤하나즈는 벨트로 자신의 몸을 고정했다.


그가 조종석 근처에 있는 구멍에 손을 집어넣고, 내부의 조종간을 편히 잡는 동안 그의 주변에 레버와 벨브는 스스로 열리거나 당겨져 수호자의 해치를 닫고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콕핏트의 위에서 기계 팔 하나가 내려왔다.


그 끝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예리한 원뿔이 달려 있었고, 이를 본 샤하나즈는 깊이 심호흡 했다.


“좋아, 준비됐어.”


그러자 기계 팔은 곧바로 그 예리한 원뿔을 그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원뿔이 그의 가슴 끝까지 파고들었지만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숨을 참았던 샤하나즈는 가슴에 느껴지는 약간의 통증이 가시자 다시 눈을 떴다.


그의 눈높이는 7m 정도로 높아졌고, 그가 손을 움직이자 시야에는 방금까지 그를 받혔던 거대한 기계손이 자신의 뜻에 따라 부드럽게 움직였다.


수호자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샤하나즈는 가볍게 손을 털며 입을 열었다.


“로크, 수호자 상태 점검 부탁해.”


수호자의 이름을 부르자 목소리만으로도 삐진 것을 알 수 있는 남자 아이가 뾰로통하게 대답했다.


《싫어.》


“로크, 지금 투정부릴 때가 아닐 텐데. 네가 없으면 나는 제대로 못 움직이는 것 알잖아.”


샤하나즈는 어떻게든 로크를 타이르려 했지만, 수호자의 영혼인 로크는 여전히 샤하나즈의 지시를 따르길 거부했다.


《싫다고! 나도 쉬고 싶어! 3일 연속 일하는 건 싫어! 싫단 말이야!》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과 같았지만, 샤하나즈가 그런 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호자를 조종하는 주체는 기사일지라도, 기사의 지시에 맞춰 수호자를 움직이는 것은 수호자에 깃든 각기 다른 영혼들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수호자를 움직이는 것을 넘어 기체의 점검과 수호자에 탑승한 기사 사이의 통신 그리고 전투에 집중하는 기사들을 대신에 주변의 경계까지 하는 존재이기에, 이들과 얼마나 잘 감응할 수 있는지는 기사의 실력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한 감응을 도시에 있는 그 어떤 기사들 보다. 아니, 단순히 수호자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감응을 하고 수호자를 움직일 정도로 깊이 감응하는 샤하나즈는 누구보다 그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해 로크,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사로 남을 수 없을 거야. 너도 내가 없는 것은 싫잖아.”


계속 이어지는 로크의 투정을 받아주는 샤하나즈가 진중하게 부탁하자 결국 깊게 한숨을 내쉰 로크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하.... 일단 전신의 상태는 양호해. 정비를 받는 왼팔을 제외하면 기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거야. 문제가 있다면 무장 쪽이 조금 신경이 쓰이는 정도.》


“무장 상태가 어떤데?”


《절반 이상이 사용 불가능해. 당연하지만 왼팔의 20mm기관포하고 천공기, 성형작약탄은 사용 불가능. 오른팔도 대 장갑 열 절단기는 정비 중이라서 사용 가능한 건 사슬 절단기와 90mm 철갑탄 1발이 전부야.》


“양호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샤하나즈의 대답에 로크는 질색하며 받아쳤다.


《양호하기는 개뿔. 겨우 이것 가지고 불멸자들하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몇 번이나 같이 움직였는데 당연하지.”


로크의 이런 걱정을 무시한 샤하나즈는 수호자를 움직여 사출 장치의 위에 발을 올렸다.


발판에 맞춰 발을 올리고 비스듬한 지지대에 몸을 기대니 사출 장치가 착륙위치를 계산하며 천천히 움직였고, 그 사이 준비를 마친 에버니저가 그의 옆 사출 장치에 도착했다.


샤하나즈의 수호자와는 달리 에버니저의 수호자는 조금 뻣뻣한 움직임으로 사출 장치에 올라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출 장치의 움직임이 멈췄다.


“준비 됐습니다! 수호자 출격까지 3, 2, 1...!”


카운트다운과 함께 사출 장치의 발판이 접혀 들어갔다.


처음에는 자유 낙하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지대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수호자와 함께 가속했고 사출 장치에서 벗어났을 때 가속을 받은 두 수호자는 거대한 포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두 수호자가 지면에 강하하자 강렬한 충격과 함께 지면이 진동했지만, 이러한 충격에도 수호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낙하지점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늦은 것 보니까 또 투정을 부린 것 같은데, 너 또 움직이기 싫어서 샤하나즈한테 투정 부린 거지?》


로크의 목소리가 들리듯, 나긋한 여성의 목소리가 무장을 확인하는 샤하나즈의 귀에 울렸다.


샤하나즈의 수호자와는 달리 전신에는 순백의 흰색 장갑에 어깨 장갑에는 8이라는 숫자가 금으로 새겨진 에버니저의 수호자가 샤하나즈에게 가볍게 손짓하며 그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샤하나즈 너도 참 고생이야. 어쩌다가 버릇없는 로크 같은 아이를 만났을까.》


《네 일 아니면 신경 꺼, 에이다. 너는 몰라도 나는 3일 째 연속으로 일하는 거라고.》


《그래도 투정은 매일같이 부리잖아?》


로크와는 달리 목소리에서 연륜이 묻어나는 에이다는 조금 웃음기 있는 말투로 로크를 골렸다.


《혹시 로크가 아니라 내가 거기 있었으면 더 좋지 않겠어? 샤하나즈한테 나한테 타볼 생각 없는지 물어봐 줄래?》


《너 진짜 이러기야!》


도시의 외각을 따라 천천히 걷던 샤하나즈는 잠시 멈춰 서서 작게 얼굴을 찌푸렸다.


“로크, 통신을 담당하는 네가 그러면 곤란해. 잡담은 거기까지 하고 에버니저 전대장님이 남긴 전달사항은 없는지 물어봐.”


하지만 샤하나즈의 지시에도 로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에이다의 콧노래만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에이다한테는 너 말고 다른 수호자에 탈 생각은 없다고 전해주고.”


샤하나즈가 말을 추가로 붙이고 나서야 영원히 대답하지 않을 것 같은 로크가 입을 열었다.


《진짜지?》


“너는 내가 기사가 될 수 있던 유일한 이유였어. 그런 너를 버릴 리가 없잖아.”


《그럼! 그래야지!》


조금 목소리가 높아진 로크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에이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샤하나즈는 너 같은 고철에 탈 생각도 없다고 하더라! 아, 그리고 에버니저한테 전달사항 없는지 물어보라는데?》


“로크, 이상한 말 붙이지 말고 내가 전하라는 대로만 전해.”


《에이, 속으로는 이런 생각 하고 있었잖아? 이렇게 감응하는 상태에선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고?》


로크가 평소와 같이 가볍고 밝은 목소리로 돌아오자 샤하나즈는 그를 꾸짖으면서도 가볍게 미소 지었다.


에이다도 이런 분위기를 조금 눈치 챈 것인지 작게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그래, 에버니저는 딱히 다른 말은 없었어. 곧 밤이 오니까 대비하라는 말 정도? 그리고 그 반응은 조금 상처받는다? 내가 몸은 튼튼해도 마음은 연약해서 잘 상처 받거든?》


“우리 로크만 할까......”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띤 샤하나즈가 작게 혼잣말하자 로크는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


《야! 다 들리거든! 내가 언제 삐졌냐!》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잖아. 방금처럼 되게 쉽게 삐지면서. 안 그래?”


《그건 에버니저도 동감 한다는데? 만약 아들이 저런 성격이었으면 반쯤 죽여서라도 고치겠다고 하더라?》


《다들 너무하는 거 아니야?! 내가 뭐 잘못했어?》


샤하나즈와 에버니저가 화기애애하게 떠들며 도시의 외곽을 도는 중, 밝게 빛나던 하늘이 한 순간에 암전되었다.


갑작스럽게 하늘이 암전되자 조금은 능글맞던 에이다의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날이 섰다.


《밤이 왔다! 다들 경계 늦추지 말고 혹시 모를 전투 대비해!》


에이다의 경고에 샤하나즈는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는지 눈을 찌푸렸다.


“로크, 밤이 오는 게 예상보다 조금 빠르지 않아? 내 기억에는 10분 정도는 더 시간이 남았던 것 같은데. 에버니저 전대장님은 뭔가 하는 말 없어?”


《몰라, 에이다한테 물어봤는데 에버니저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로크, 후방의 경계를 부탁해.”


잠시 중얼거린 샤하나즈는 수호자의 손목을 가볍게 튕겼다.


수호자의 손이 갈라지며 손목의 안으로 접혀 들어가 팔뚝의 장갑 안쪽에서 거대한 사슬 톱이 튀어나왔다.


사슬 톱이 회전하는 것을 확인한 샤하나즈가 멀리서 보이는 어둠을 주시하며 천천히 도시의 외곽을 돌고 있으니 로크는 작게 탄성을 질렀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밤에 보는 이 도시는 정말 장관이라니까. 일 하기는 싫어도 저거만 보면 내가 수호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로크의 탄식에 샤하나즈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깊고 깊은 어둠만이 가득한 외부와는 달리 그들이 등진 도시는 영원한 빛의 도시라는 이명을 스스로 증명하듯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호흡을 하듯, 푸른색 증기를 끊임없이 내뿜는 빛의 도시, 로샨.


중앙으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구조 덕에 그 거대함에도 도시의 구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증기를 뿜는 각자 크기와 모습이 다른 건물들은 한 것 밀집되어 마치 파도치는 바다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냈고, 이들은 서로 톱니바퀴들로 이어져 도시의 중앙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 건물의 바다의 중앙에는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증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돌아가는 절벽과 같은 웅장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는 순백색으로 칠해진 4명, 선각자 가문의 시초인 루모르, 모토르, 일라르, 암폴로의 동상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들이 모은 손들의 사이에는 도시의 모든 톱니바퀴와 연결된, 돌로 만들어진 톱니바퀴 하나가 끊임없이 회전하며 황동과 증기의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다른 곳에 오래 시선을 둘 정도로 여유는 없었기에 샤하나즈는 곧바로 눈을 돌렸지만, 로크의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 광경을 보고 그런 말을 안 할 수가 없겠지.”


《역시 우리 둘이 괜히 잘 맞는 게 아니라니까.》


방금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에이다의 말은 잊었는지 로크는 실실 웃었다.


샤하나즈도 얼굴로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 지면이 진동하며 무언가 다가오기 시작하자 미소를 거두고 자세를 잡았다.


“온다, 준비해 로크.”


로크는 샤하나즈가 지시를 마치기도 전에 왼손의 사슬 톱을 회전시키는 것으로 대답했다.


《몇 번을 말해? 그런 말 안 해도 다 안다니까?》


요란하게 사슬 톱을 돌리는 샤하나즈가 전투 준비를 마치자 지면의 진동은 점점 격렬해졌고, 이내 어둠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거대한 무언가가 뛰쳐나왔다.


수많은 사람이 하나로 뭉쳐진 듯 보이는 살점의 거인은 수호자와 동일한 수준의 거대한 크기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지축을 흔들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거인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샤하나즈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을 뿐이었다. 그의 호흡이 가라앉을수록 수호자의 톱니바퀴는 더욱 격렬하게 회전하며 증기를 내뿜었다.


전신이 달아오를 정도로 회전이 격렬해지자 샤하나즈의 수호자는 자리에서 발사되듯 뛰쳐나갔고, 앞서서 달려가던 거인은 그대로 샤하나즈의 사슬 톱이 거인의 가슴 한 가운데 박혔다.

소름끼치는 소음과 함께 사슬 톱에 거인의 몸이 갈려나가며 사방으로 살점이 튀었고, 한쪽 옆구리까지 사슬 톱으로 반쯤 잘라낸 신체는 샤하나즈가 그대로 찢어 상체와 하체를 분리해냈다.


둘로 찢긴 거인의 신체가 어둠 속으로 녹아드는 것을 확인한 샤하나즈는 바로 목표를 돌려 두 번째 거인에게 뛰어 들었다.


뒤에서 기습을 성공해 왼팔을 사슬 톱으로 뜯어냈지만, 이번 거인은 일방적으로 당한 방금 전의 그 거인과는 달리 몸을 비틀어 샤하나즈의 사슬 톱을 피했다.


거인의 오른팔은 서서히 금속성 물질로 변하더니 모든 손가락이 칼날과 같이 변했고, 기이한 각도로 관절이 꺾이며 샤하나즈의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허나 샤하나즈가 반응하기도 전에 수호자는 살짝 몸을 돌려 어깨의 장갑으로 칼날과 같은 손을 막아냈다. 


《이런 건 조심해야지!》


손가락이 장갑에 파고들며 오른쪽 어깨에 예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샤하나즈는 사슬 톱으로 장갑에 박힌 팔을 잘라냈고 팔꿈치로 거인의 안면을 후려쳤다.


거인이 주춤하는 것은 순간이었지만, 그 찰나는 샤하나즈가 거인의 안면에 사슬 톱을 박아 넣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얼굴에 박힌 사슬 톱을 아래로 잡아당겨 전신을 갈아버린 샤하나즈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어깨 장갑에 박힌 손을 빼냈다.


한껏 달아올랐던 샤하나즈의 수호자는 피를 뒤집어 쓴 덕분에 천천히 식었고, 톱니바퀴 또한 원래의 속도로 점차 감속했다.


“로크, 전대장님에게 내가 있는 방향에서 불멸자가 2체 등장해서 처리했다고 전해줘. 그리고 혹시 7전대의 수호자들과 연락을 해 볼 수 있어?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엄.... 집중이 흐트러질까봐 시끄러운 말은 다 무시 했는데. 들려줄까?》


“들려 줘.”


샤하나즈가 말을 꺼내자마자 시끄러운 목소리가 그의 고막을 긁었다.


《여기는 7번 전대! 현재 4번 출입구 방향에서 거대 불멸자와 교전 중! 2대의 수호자가 심각한 파손을 입은 상태이다! 지금 즉시 1번 전대의 지원을 부탁한다! 반복한다! 지금 즉시......》


긴급함이 전해지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심드렁한 로크는 다른 수호자의 말을 끊었다.


《4번은 여기와 정반대쪽이라서 갈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수호자의 지원이 더 빠를 거라고......》


허나 이내 샤하나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는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해도 너는 갈 생각이지?》


“내 생각을 읽었으면 어서 움직여. 4번 출입구라면 에버니저 전대장님이 계신 곳 근처니까.”





이런 곳이 있었구나. 써서 올려봐야지.

아직 올릴게 한참 더 있지만 몰라레후 어떻게든 되겠지.

나 뒤지기 전까지 얼마나 더 쓸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