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이이이이익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가 귀를 지나 냄새로 바뀌어 코에 진동한다. 다 익은 것 같으니 슬쩍 빼서 한 입에 넣으니 육즙이 홍수처럼 흘러내린다. 죽이네, 역시 고기는 좋은 걸 먹으러 가야지. 물론 내가 사는 건 아니니까 몇 배는 더 맛있는 것 같다. 휴엔은 고기를 구우면서도 시발 시발 거리는 것으로 보아하니, 케라르 씨가 제대로 된 곳을 알려줬다는 것에 안심했다. 휴엔 성격상 원래 이런 곳은 절대 안 오는 주의니까.

 

 “너도 먹으면서 좀 구워라. 배 안 고프냐?”

 “그래… 그래 씨팔!!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은 곱다고 하잖냐. 그냥 뒤지게 먹어 보자! 씨발!!”

 

라고 말하며 구워진 고기를 자신의 앞접시에 담자 아오가 급하게 먹지 말라며 소리쳤다. 저 녀석이 애도 아니고 급하게 먹다가 체하… ? 휴엔은 가슴을 두들기며 물을 애절하게 찾았다. 아오는 잘하는 짓이라며 비꼬며 그에게 컵을 주었다. 그는 급하게 물을 마시며 컵을 내려놓았다. 그럼과 동시에 녀석은 무슨 10km는 뛴 사람 마냥 힘들어했다. 그 모습을 레아는 한심하다는 듯이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고, 아우루엔은 말없이 고기를 먹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놀리듯이 그에게 삿대질을 하며 배를 부여잡고 웃어댔다. 녀석은 전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나를 쏘아봤지만, 나에게는 그것조차 웃겨 보일 뿐이었기에 더더욱 크게 웃었고, 그럴수록 녀석의 얼굴은 더 썩어갔다. 이 악순환을 끝낸 것은 다름 아닌 양손으로 젓가락을 들어서 나와 휴엔의 입에 고기를 물려준 아오였다.

 

 “조용히 하고 빨리 먹기나 해! 이상한 사람 같아 보이니까!”

 

나는 고기를 삼키고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 헌터들이 별종 취급을 당하는 게 하루 이틀이라고… 그런 것 하나, 하나 신경 쓰다간 이 세상 제대로 살기도 전… 불평을 하던 중에 아오의 노란 눈빛이 붉게 변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소름이 돋아서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입을 닫아버렸다.

 

나는 조용히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더 갖고 와 입에 넣으며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해보니까 여기는 일반인들이 가득한 음식점이다. 헌터들이 가득한 여관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는 꽤나 민폐가 되긴 하겠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것이 익숙하고, 이 사람들이 그렇게 시끄럽지 않은 것을 좋아하는 것이 내 알 바인가? 나는 다시 원래대로 고개를 돌려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내가 입을 열려 하자… 조용하다! 분위기가 얼어붙기라도 한 듯이 조용했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깬 것은 예상외로 아우루엔이었다.

 

 “그건 그렇고, 역시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군.”

 

움직임이 없다. ‘트럼프의 살인귀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지. 자기가 했던 일이건 아니건 전부 뒤집어 씌울 만한 녀석이 나타난 거나 다름없으니. 그 살인귀에게 있어서 지금 상황은 뒤집어 씌우기 제일 좋은 상황이니까. 아마 그 살인귀가 미치지 않고서야 움직임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자기를 잡을 만한 헌터를 마주칠 가능성이 굉장히 높으니까.

 

그것을 알고 계속해서 휴식을 취하는 녀석들도 있는 반면에, 가짜라는 것을 생각도 못 하고 곧 잡겠다며 술판을 벌이는 녀석들도 있는 상황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베테랑이니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아마 모방범 녀석에게도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 패배한다. 확실하게 질 것이다. 그들이 만난다면 테빅 세이버 길드와 똑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를 멍청이들이라면 그런 범죄자에게 패배할 테니.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동료를 매우 잘 만난 편이 되겠지. 이상한 녀석들이지만 그 멍청이들에 비하면 나으니까.

 

 “안 먹어?”

 

다른 생각을 하던 내 정신을 들게 한 것은 레아의 목소리였다. 이런, 고기를 들고 멍하게 있었더니 고기가 다 식어버렸다. 나는 그것을 불판 위에 잠시 올려둔 채 열이 나기 시작하자 후 하고 불어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의미의 표시였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하게 전달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괜찮다고 입을 열어 말해주고서야 그녀는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사실 헌터들에게는 모방범을 잡아 현상금을 타는 선택지도 존재했다. 기사단은 아직 모방범의 존재를 모르기에 살인귀 본인이 은둔하고, 모방범을 잡아 살인귀의 죄까지 뒤집어 씌운다면, 그 모방범은 어쩔 수 없이 트럼프의 살인귀가 된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알면서도 그러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 살인귀가 예상 이상으로 미친놈이라면? 금방 모습을 드러내어 살인 사건을 일으킨다면? 되려 헌터인 쪽이 자격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컸다. 모른 척 발뺌한다 해도 그 헌터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은 확실하기에. 그랬기에 더더욱 휴식하는 쪽은 간을 보는 것이다. 살인귀와, 기사단의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더 이득을 볼 수 있을지를 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눈치는 챘지만 어찌할 생각은 없다. 그 자식이 살인을 일으키거든, 정보를 얻어내어 그것을 케라르 씨에게 넘기고, 그 자식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그 옥체를 기사단에 넘겨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다. , 정보가 있음에도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이 녀석들…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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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너무 잘 먹었네. 거기 다음에 기회되면 또 가는 건 어때?”

 

류가 휘파람을 부르며 소리쳤다. 그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음에도 고기를 엄청나게 먹어댔다. 열심히 먹던 레아가 흡입기냐며 놀리듯 웃자 내 손이 언제 움직였지!? 라며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기에 그들은 즐겁게 저녁을 먹고 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방을 사용하는 휴엔은 침대에서 졸고 있었다. 그것을 본 류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그의 얼굴 쪽으로 다가가서 그에게 나가지 않겠냐고 소리쳤다. 장난만이 목적은 아닌 그 외침에 휴엔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까무러치게 놀랐다. 그 얼굴을 본 류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문을 가리켰다.

 

 “나가자고.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잖아?”

 “이런 씨팔! 뭔 산책이야!! 빨리 잠이나 자라고!”

 

류는 그 말에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늘어지는 목소리로 징징대기 시작했다. 무슨 9시에 자느냐… 할 것도 없는데 나가서 산책이나 하자… 그렇게 징징대자 휴엔은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20세의 징징거림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그러자 류는 얼굴이 밝아지며 순식간에 침대에서 나와 문을 열며 분위기를 잡자 휴엔은 그의 정수리를 손날로 내리친 뒤 그의 목을 팔로 잡아 지랄을 한다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둘 나가기 전, 1층에서 미리 케라르의 입을 막아두고서야 안심하고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아우루엔은 눈치를 챘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는 아마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기에 그들은, 아니 정확히는 류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휴엔은 귀찮아 죽겠다는 듯 눈이 거의 풀리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무슨 생각인 건데? 그거부터 한 번 들어보자.”

 

휴엔이 한숨을 쉬며 즐겁게 달려가는 그의 뒤에서 외쳤다. 그러나 류는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즐겁게 달려갔다. 휴엔은 더더욱 깊게 한숨을 쉬며 욕하며 그에게 외쳤다. 그러자 류는 그제서야 뒤돌아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휴엔은 그 모습을 보며 설마… 하며 또 한숨을 쉬었다. 류는 그에게 다가와 땅 꺼지겠다며 한숨 좀 그만 쉬라고 했다. 휴엔은 양손의 중지를 올리며 한숨은 무슨 너 때문에 어제 먹었던 것까지 다 올라오겠다며 또 또 한숨을 쉬었다. 류는 그런 그에게 똑같이 중지를 올리며 대응해주었다. 그는 다시 뒤돌아보며 그제서야 제대로 입을 열었다.

 

 “그래, 그 설마지. 곧 나타날 테니까 찾으러 가자는 거야.”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 앞에는 아무 것도 없었으나, 휴엔은 그가 가리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휴엔은 속으로 그냥 집에 박혀 있을 걸, 이 자식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방에 있을 걸 하며 한탄했다. 류는 이해한 휴엔이 괜히 더 짜증 날 수 있도록 굳이 또박또박, 그리고 그가 정확히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했다.

 

 “한 번 트럼프의 살인귀’, 잡으러 가보자고.”

 

그의 그 말을 듣자마자 휴엔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류는 그의 반응을 보고는 얼굴을 씰룩거리며 웃었다. 만약 휴엔이 웃는 것을 본다면 분노의 화살이 자신에게 꽂힐 것을 알았기에 류는 그에게 절대 보이지 않게 뒤돌아서 웃었다. 아니, 이미 분노의 화살이 꽂혀는 있지만, 그 화살이 더욱 많아지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조용히 해야만 했다

 

한참을 주변을 시끄럽게 하던 휴엔이 지친 듯 거칠게 숨을 내쉬며 류를 보았기에 그는 얼굴에 힘을 주어 웃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이미 터진 웃음을 어찌 다시 주워 담겠는가, 그의 얼굴에는 금새 웃음꽃이 화창하게 피었고, 그의 웃음 덕분에 휴엔은 웃는 얼굴에 침을 뱉기는 무슨, 웃는 얼굴에 전력으로 스트레이트를 꽂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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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비축분을 다 올리고 다 적을 때마다 올리면서 퇴고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올리는게 좋을지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