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공부안하고 노닥거리면서 쓴건데 풋풋하고 유치한 갬성을 느껴주세여@


당시 소설이라곤 책소설밖에 안읽어서 벽돌문단 많음 주의






 동창회란 이름은 자연스럽게 설레임을 동반한다. 그 역시, 동창회라는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생각은 혹시나... 였다. 그 만큼 동창회란 그에게 있어 조금은 특별한 만남의 장소가 될것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기대는 현실을 충족시켜주기엔 너무 빈약했다. 실망감에 휘감긴 채로 간만의 동창들과 만나는 시간이라는 의의만을 가져야 하는 현재가 너무 불합리 하다 느낀 그였지만 그걸 내색하고 있을 순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의 기대를 10명한테 말해준다면 그중 두명은 그를 응원할 것이고 5명은 그저 그렇구나 하는 무관심을, 나머지 셋은 비웃을 것이다. 헤어진 연인을 동창회에서 만난다니, 그건 너무 바보같고 안일한 기대감이라 배웠지만  막상 자기한테 닥치면 그런 배움은 전혀 쓸모없기 마련이었다.


 그저 그런 대화, 그저그런 웃음거리, 그저그런 만남


 그에게 있어 동창회란 반가움을 배재한다면 정말로 삭막하고 건조하게만 느껴졌다.


  옆 테이블의 그녀가, 한땐 그와 너무나 가까웠던 그녀가, 지금은 누구보다도 멀어진 그녀가, 다시는 곁에 있어주지도, 있을수도 없는 그녀가


 이런 일에만 정신을 파는건 그에게 있어 두려운 일이었다. 그는 두려움이 싫었다. 떨치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기로 했다. 인생은 가까이에선 비극이지만 멀리서는 희극이라 그랬던가, 적어도 바깥 창문으로 보인 그는 제법 즐거워 보였다.






 1차가 적당히 마무리 되고 그들은 예약해 둔 노래방으로 갔다. 노래방의 있는 모든 방을 예약하였기에  어느 방을 들어가건, 동창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는 가는 와중에도, 방을 찾는 와중에도 오로지 그녀만이 보였다. 그러나 차마 같은 방에 들어갈 용기는 나질 않았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자주 놀러 다니던 무리와 함꼐 방을 들어갔고 공교롭게도 조금 뒤에 그녀가 옆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창문을 통해 보게 되었다.


 야 너 노래 잘부르잖아 한곡 뽑아봐라. 아니 지금은 별로. 에이 새끼 튕기긴. 그는 노래를 부를 기분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노래 부르는것을 좋아했다. 머리를 비운 채 오로지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외침을 아무런 부끄럼 없이 표현 할 수 있는 멋진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인들에겐 가수가 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창 시험때도 음악 선생님을 놀라게 만들 정도로 그는 뛰어난 노래실력을 지녔지만 그런건 상관없었다. 단지 노래를 부르는게 좋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별 거없는 이별가사로 채워진 발라드도, 강렬하게 사랑을 외치는 록발라드도, 미친듯이 질러대는 록도, 어떤 장르를 부르건 그는 울적할것 같았다. 더군다나 옆방에서 그녀의 친구들과 웃고있을 그녀를 생각하면 더더욱 우울해졌다. 그는 그냥 가만히 있고 싶었다.


 그때였다. 그의 옆방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였다. 부드러우면서도 청아함을 담은 듣고 있노라면 더없이 맑아지는 기분이 드는 목소리  I don't care.. 그만 할래...


 그는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 방음이 잘되긴 개뿔, 암만 방음벽을 설치해봤자 건너편 방도 잘만 들리는구만 그는 중얼거렸다. 제기랄, 별거 없는 노래 가사다. 그저 너 없어도 괜찮다는 그런 흔한 이별가사, 흔하다. 흔해 이런 노래는 많고도 많다, 얼마든지....


 그럴수록 비참해 지는건 자신이었다. 설마 나한테 얘기하는 건가, 아니야 그럴리가, 하지만...하지만... 그는 더 이상 노래를 들을 기운이 나질 않았다. 노래방 안의 공기가 이젠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어지럽다, 그는 지쳐갔다. 반쯤 정신을 놓고 있을 무렵, 그의 눈에 노래 제목 하나가 떠올랐다. 잠시만 안녕..


 그가 학생일때부터 지금까지 쭉 인기있는 노래였다. 가사는 특별히 별 거 없다 지금은 비록 떠나도 나중엔 널 다시 사랑하겠다는 진부한 이별 얘기, 순 보컬덕을 본 노래라고 그는 생각하면서도 그 역시 이 노래를 좋아했다. 옆에 있던 동창은 한껏 허세를 취하고 있었다. 아 저새끼 또 저러네 부르지도 못하는게. 야 내 귀 썩는다. 시끄러 형님 노래 듣고 감격해서 울지나 마라. 푸하하 뭐래 미친놈이.... 웃음 소리로 가득찬 방에서, 그는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곤, 비어있던 한쪽 마이크를 그대로 쥐었다. 오오오 새끼 안부른다더니 결국 부르네? 새꺄 앉아 옆에서 망치지 말고. 아 씨 안부른다더니... 먼저 마이크를 쥐었던 친구는 그대로 마이크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버렸다. 말로는 툴툴거렸지만 그 역시도 그의 노래를 온전히 듣고 싶었다.


그가 왜 일어섰을까, 단순히 말하면, 노래가 좋아서였을수도 있다. 그는 이 노래를 부를 능력도 된다, 안부르고 싶었다 한들, 생각이야 금방 뒤집힐 수 있는거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옆방에서 들려온 노래, 통보같은 노래를 듣고 홧김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단지 마이크를 쥐고 입 근처로 가져갔다. 그리고, 담담하게 그의 목소리를 노래방 기기에서 나오는 반주에 풀어놓았다.


 애절하게 울려퍼지는 소리, 방안을 가득히, 그의 소리가 메꾸고 있었다. 때로는 울부짖는듯, 떄로는 토해내는듯, 그의 목소리는 음을 따라 아름다운 춤을 추며 방안의 사람들의 귀를 훔쳐갔다. 아파도 안녕...잠시만...안녕... 처음엔 조금 떠들던 사람들도 모두, 그의 노래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마치 가사의 주인공이 된듯 부르는 그의 노래는 방안의 모든 사람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노래가 끝났다. 와 저 새끼 진짜 잘부르네. 야 너 너목보라도 나가봐라 진짜. 푸하하 이새끼 불렀으면 어쩔뻔했냨ㅋㅋㅋㅋㅋ. 와.... 모두가 그의 노래를 듣고 감탄했지만 그는 도리어 우울해졌다. 노래를 부를때 그는 무표정이었다. 딱히 진심을 담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사를 담담하게 음에 풀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간 소리는 그의 정신을 더욱 복잡하게 꼬아놨다. 그는 침울했다. 모두가 감탄하는 이래 그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야 너 어디가냐? 그냥 바람좀 쐐고 싶어서. 크으 부른김에 한곡만 더부르고 가지. 아쉬워 하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그는 밖으로 나왔다.


 노래방 바로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고르던 그는, 방금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깅장히 후회하고 있었다. 젠장 쪼다같이....첫사랑에 메달리는건 한심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흔히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가장 재밌다고들 하는데, 그는 그 구경에 헤어진 연인의 만남 구경도 추가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는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자신이 더없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광대가 되어버린 자신, 그토록 비웃음 거리가 될거라 여기던 모습이 된 자신, 모든게 싫었다. 게다가 방금은 또 뭐였는가, 괜시리 노랫소리에 휘말려 저도 홧김에 질러버리다니 아마 세살배기 애새끼도 자기처럼 찌질하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적당한 음료수를 골라, 그는 카운터로 가져갔다. 어른스럽지 못했지 방금... 그는 계산대 앞에서도 자책을 계속 하고 있엇다. 그러다, 계산중인 알바생의 뒤에 있는 담배들이 보였다. 어른스러움.. 담배.. 갑자기 먼 옛날 일이 떠올랐다.


 미친놈, 담배를 왜피냐? 임마 원래 어른들은 힘들때 담배를 피는거야... 가장 친했던 친구놈은 고등학생때부터 겉멋에 빠져 담배를 끼고 살았다. 시험 마지막날이면 항상 담배를 피웠다. 그러면서 저런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는건 기본이었다. 가장 친했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취향부터 성격까지 정반대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랑 가장 친했던 사람은 그 친구였다.


 저기 2000원이요. 아..? 아 네 죄송합니다. 갑자기 무슨 뜬끔없는 회상인걸까... 어른스러움... 힘들다.. 담배... 그는 돈을 꺼내려다 잠시 멈칫했다. 손님? 아..저.. 담배...하나만요 라이터도...






 저도 모르게, 그는 담배를 폈다. 그는 어른이었다. 법적으론 어른이라는 증명품인 민증이 그걸 보증해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힘들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그는 몰려있었다. 그는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라이터로 간신히 불을 붙였다. 5번이나 지져서야 겨우 불을 붙인 그는 한모금 빨아들였다.


 크윽..쿠억..켁..케켁... 입에서부터 뇌까지 순식간에 뻗어나가는 매캐함에 그는 숨이 멎을 뻔 했다. 격하게 기침을 하며 그는 그 말을 했던 친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어른들이 힘들땐 담배를 핀다고? 웃기시네 담배피는게 더 힘들잖아 새끼가 하여간 도움이.... 그러고 보니 그놈 뭐하고 지내길래 동창회도 안온거지, 뭐하고 지내긴 죽었지


 몇년전 이었다, 그놈은 집안이 크게 기울어 온갖 일을 하며 지내야했다. 처음엔 힘들어도 웃던 그놈이었지만, 머지않아 부모님이 또한번 크게 사기를 당하여 빚이 몆배나 불어났을때는 그러질 못했다. 밤중에 자길 불러 그놈은 대성통곡하며 연거푸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댔다. 그렇게 까지 오열하는 모습은 10년을 가까이 지냈던 친구였음에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미친놈인가 싶은 정도로 활기차던 놈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걸 그는 처음 봤다. 그놈은 말없이 술만 퍼마시다가 이따금 담배를 물었다. 뭐라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그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서 그저 곁에 있어주기만 했다. 그리고 비틀거리던 친구에게 약간의 돈을 쥐어다 주며 그를 부축해 그의 집으로 바래다 줬다. 헤어질때, 그놈은 고맙다고 말했다. 방금 전까진 펑펑 울던 놈이 그때는 또 퉁퉁 부은 눈으로 웃으면서, 그리고 다음날엔 놈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놈이 살던 5층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었다. 근처에 놈의 타액이 묻은 담배가 반의 반정도 타들어 간채로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술에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난간에 기대 담배를 피다 떨어졌으리라 생각했다. 놈은 힘들었으니까, 놈은 담배를 피웠으니까, 놈은 어른이었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는 여전히 타고있는 담배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놈은 이런 말도 했다. 헤어졌던 날 그를 위로해준답시고 찾아와서, 그때도 담배를 물고는 말했지 어른이라면 사랑으로 아픈 경험은 있다... 그때였다. 그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뭐하니? 20대 중반이 넘어가 30대에 가까워짐에도 여전히 아이같은 장난기를 머금은 웃음이 매력적이던 그녀가 그 뒤에 서 있었다. 여전히 그때 그 웃음을 띈 채로, 아니..저..그냥 바람좀..쐐려고... 그는 당황스러웠다. 얼마만인가, 단 둘이 있는것이, 5년도 넘었을것이다. 헤어진 뒤로 그들은 좀체 만날 수 없었다. 처음엔 단순히 만나기 껄끄러워서였고 조금 지나선 만나려 해도 만날 수 없다는걸 알아서, 그리고 나중엔 서로 바빠져 만날 수 없어서. 중요한건 그들은 이번 동창회때 처음으로 마주친것이었다


 못보던 새 많이 변했네? 안피던 담배도 피고? 어? 아...이건 그냥... 나도 하나 필래 하나만 줘. 아? 응.. 여기... 언제부터 피기 시작한거지, 그와는 달리 능숙하다. 담배를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첫모금을 빨고 여유롭게 숨을 뱉는다. 웃을 땐 여전히 고등학생때가 생각나지만이럴땐 확실히 어른스러워 보였다. 담배를 피우는 그녀를 보며, 그는 원래부터 느껴지던 거리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요즘 뭐하고 지내? 넌 페북도 안하니 소식을 알수가 있어야지. 비슷하지 뭐.. 그냥 회사다니고.. 너는? 나도~ 바빠죽겠어 내일부턴 또 철야라니까~ 웃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어색하진 않다. 일상적인 대화속에서 그는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위화감이 걷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정적, 그녀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피는 척만 했다. 입에 가져갔지만 차마 빨아들이진 못했다.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그녀는 말한다. 우리 얼마나 됐지? 뭐가? 헤어진거 말이야. 어...5년정도? 생각보다 오래됐네? 요즘 너무 바쁘다보니 시간 개념이 사라져서 말이야~ 너 혹시 나랑 헤어지고 만나는 사람 생겼어? 응? 아니... 너는?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우리 헤어지고 아무도 안만난거네?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천진함이 지워진 느낌이 들었다. 조금은 어두워보이는 웃음. 무슨 의미인지 그는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할 수만 있다면, 사실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 할수 없다는걸, 그는 알고 있었다. 무슨 자격으로... 우리 말이야 헤어질 떄 기억나? 뭐? 너 그때 말했잖아~ 왜 헤어지는 거냐고~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다가 마지막엔 그냥 알았다고 말하고 가버린거~ 기억 안나나봐? 장난치듯, 그녀는 얘기했다. 그랬었다. 사실 헤어지기 전날까지, 그는 그녀와의 거리감을 느낄 수 없어서 헤어짐을 쉽사리 받아들이질 못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체념해버렸다. 말 못할, 그녀만의 고생이 있었겠지, 그는 그렇게 넘기며 이별을 받아들였다. 이유는 그녀만이 알것이라, 그는 억지로 떠넘겼다. 그때.너가 만약... 응...? 아냐.. 아무것도... 근데... 정말 할말이 없었니? 왜 헤어지자는 말 말고말이야. 그는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마치 속을 누가 뒤틀어 놓는듯 했다. 손이 떨렸다. 아니..그.. 그녀는 담담하게 담배를 피우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듯 했다. 담배는 어느새 약간만 남기고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말 할수 있었다. 말 해야했다. 하지만 말 하질 못했다. 그는 억지로 억지로 고개를 숙이며, 거의 다 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어느샌가 그녀의 담배마저 다 타버려 그녀는 남은 담배 찌꺼기를 근처 쓰레기통에 비벼서 끈후 집어 던졌다. 그래 뭐 그럴수도 있지 그래도.. 듣고싶었는데 너한텐... 그녀는 이내 다시 웃으며 말했다. 휴 그럼 좀 쉬다 올라와 나 먼저 올라갈게 그녀는 손을 흔들며 노래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알고 있었다. 왜 헤어지자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되는지 그럼에도 그는 외면했다. 모르는척 했다. 도피해 버렸다. 그는 남을 챙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을 챙기는 법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표현 할 줄 몰랐다.


 헤어짐을 막을 수 있던 말, 그녀가 원했던 말, 그가 해야 됐던 말, 그것들은 오로지 그의 머리속에서만 맴돌 뿐 그 갑갑함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대쪽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또 나온다. 다시 닦는다. 또 나온다. 다시 닦는다. 또 나온다...


 그는 여전히 머리속에서 되내였다. 자신이 진정으로 전하고 싶었던,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목이 차오르는 그 한마디를 너무나 목메이는 그 한마디를


 "사랑ㅎ...."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느닷없는 바람이 불어와 그는 얼굴을 가렸다. 말을 다 잇지 못했다. 그는 눈물로 얼룩진채 허망하게 내다봤다. 마치 듣기 싫다는듯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그는 절망스러웠다.


 그는 다시 담배를 꺼냈다. 그는 담배를 물었다. 그는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를 피운다.


 여전히 목이 막히는 텁텁함은 익숙치 않다. 그럼에도 그는 담배를 피웠다. 연기가 그의 몸 구석구석에 막혀 그의 몸을 조르고 있었지만 그는 담배를 피웠다.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는 담배를 피웠다.


 어른들은 힘들때 담배를 피운다.


 어른이라면 사랑으로 아픈 경험은 있다.


 그는 담배를 피웠다.


 그는 아팠다.


 그는 힘들었다.


 그는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