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써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근데 쓸 말이 없어서 칠판을 본다. 아리까리하게 초록색인지 파란색인지 청록색인지 모를 색...

탁!

수기문이다. 

"빨리 빨리 소설을 쓰란 말이야!"

 

기분이 잡쳐서 수기문이 없어질 때까지 쓰지 않기로 했다.

매우 기분이 잡치다. 이런 기분으로는 수기문이 양산하는 소설 같은 글이 될 것이다.

그래, 나는 수기문을 의식해서 글을 못 쓰는 것이다.

나의 관념 체계에서 이 공간에는 나와 수기문만이 존재한다.

수기문과 나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은 소설이다.

소설은 나와 수기문의 부정적인 관계의 맺음을 연기시키는 마음의 표출물이다!

이 것으로부터 수기문은 내게 부정적인 관념을 가지게 만들 수밖에 없다.

 

수기문은?

수기문이 보인다.

여드름이다. 노란색이다. 피부는 더 노랗다.

눈가에 맺힌 짜증을 본다. 나의 관념은 이미 틀에 박혀있는 게 분명하다.

내가 그에게 표출하고 싶은 만큼 그도 나에게 표출하고 싶을 것이다.

자ㅡ

 

창문에 발을 걸치니 수기문이 놀란 눈으로 뛰어온다.

"나처럼 행동해줘ㅡ"

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落花한다.

쾅!

 

수기문은 기뻐서 박수를 치다가 소설 소재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