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 잘난맛에 굽힐줄을 몰랐고

주제넘게 하늘아래 평평하다 생각했고

의욕에 앞서 울타리를 넘어버리고

사고만 치니 결국 꺾여버렸다


하지만 누구나 시작에는 처음이었다.


주눅들지 말아라

네 편이 있다

만회할 기회는 반드시 오고

무엇보다 아직 젊지 않느냐



흔하디 흔한 이야기.



나도 이미 질리도록 들었고

너도 이미 질리도록 봐왔을텐데

어쩜 이리 똑같은 이야기뿐인가


이미 들었으니 참신하지 않아

결국 답은 정해져있다는걸 안다.


이미 보았으니 익숙했기에

결국 익숙하게 넘어갈 수 밖에 없다.



돌고 도는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절망도 실려 돌고 돈다


너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 나는 준비없이 여기 들어왔다.

그 누구도 처음엔 그랬다.



다 알면서 새삼

예상 했으면서 새삼


꿈나라에 살았다.


이상적인 꿈나라

사람들은 상냥하고

능력앞에 평등했으며

변수들은 통제가능했다


아는 것은 어김없이 힘이 되어

아는 만큼 뭐든 볼 수 있었다.



비극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던가



일장춘몽은 환상적이지만,

꿈 깨니 절망밖에 보이지 않더라.


예정대로, 이상향에서 벗어나니

사람들은 지쳐있었고

땅 위에 땅이 곂곂했으며

임기응변만이 살길이더라


안다 한들 피할 수 없었으며

내가 아는건 좁디 좁은 우물뿐이더라


이것도 질리도록 들은 이야기.


그러니 더더욱 절망할 수 밖에.



그래도 이 이야기의 다음을 이미 알고 있다.


아무리 미스터리스런 미래도

결국 히스토리의 기록이었으니

현재라는 선물은 소중하여

이 다음도 알고있는데,


눈뜨고 코 베였는데 누군들 절망하지 않으리.



그저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니

아직 젊고 창창하니

이것도 경험이랴 새로이 준비하면 된다.


유비무환이랴,


암울함속에 꾸역꾸역 준비할 뿐,


번뇌를 떨치고, 그저 뜻에 순응하며, 

호접지몽과도 같고, 사주니 팔자니 흘리고, 

계약들도 돌아보고, 개미집도 구경하다가,

강체 운동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3체 운동의 현실까지 눈이 가더니,

현실도피는 그만두고, 꿈 깨니 또 일광이더라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지금 감정 또한 선물받은 현재이니,


지금은 좀 웅크리고 싶다.


이거 위험하지 않나 싶다가도


흔한 이야기에 괜히 호들갑 떨지 말자.



그래 풀어내니 좀 낫구나


다아들 그렇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