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재판장에서 큰 소리가 나자, 갑자기 엄숙해졌다.


"자 모두 조용. 분명히 이런거 부르지 말라고했는데 불려나왔으니 매우 짜증나는일이오.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도록 하겠소. 본 재판은 법적 공방의 성격을 띄고있으며, 두 피고인은 각자 증인과 변호사를 부를수 있소"


갑자기 일어난 재판에 관리자는 매우 당황한듯보였다. 그때 책머리를 한 니네베가 팔없는 손을 들었다.


"왜 우리 둘다 피고인이라고 하는거요?. 책은 저쪽이 가져갔는데"


"왜냐하면 이거 끝나고 어차피 둘다 조질것이기 때문이오. 그렇게 아시오. "


"아니 그러면 애초에 재판이.. "


"내가 시발 이런 한심한 일에 부르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해뒀는데 카이로,미네르바 이 개새끼들이 또 일을 벌여서...크흠"


갑자기 화난 심정을 토로한 탑의 마법사 워라크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상기하고는 다시금 정숙해졌다.


"자 그럼 누가 먼저 예기할 것이오? "


관리자가 손을 들었고 재판장은 응했다.관리자는 시계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정확히 2시간전, 지혜의 신 일룬의 두번째 사도, 바벨탑 도서관의 관리자인 기록의 니네베가 하이브 스웜들을 대동하고 알렉산드리아 박물관에 침입했습니다. 그는 저번에 빌려간 67만여권의 책과 340만여개의 점토판을 가져가기위해 침입했습니다"


관리자는 손에서 홀로그렘을 펼쳤다. 엄청난양의 기록물들이였다. 재판장은 고민끝에 말을 내뱉었다.


"왜 그것들을 반납하지 않은것이오 뮤젠? "


"왜냐하면 이 기록물들의 양이 너무나도 방대하기에 읽을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거짓말 하지마라. 난 분명히 3천년이나 되는 시간을 줬다. 근데 네놈은 거기서 두달이나 더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책을 반납하지 않았지! "


"저기요. 질문할게 있는데요"


그때 2층 관전석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입을열었다. 단숨에 지팡이를 타고 내려온 그녀는 탑의 마법사 워라크의 제자. 헬레나였다.


"400만여권이라고 했었죠?.책이"


"그렇다. 근데 왜? "


"상식적으로 겨우 3천년정도밖에 안되는 시간동안 그 많은 책을 읽는게 가능했나요?. 제가 알기로는 바벨탑의 책들은 바벨탑 특유의 한정된 공간때문에 책 한권당 페이지수가 1만은 기본으로 넘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만한 양의 책의 대출기간을 겨우 3천년만 주다니.. 뭔가 이상하거든요"


"그러고보니 그렇네. 야 시발 겨우 3천년만 주는게 이상하다 싶더니 수작질을 했던거구만! "


갑자기 끼어든 마녀의 논리에 니네베는 당황했다.


"말도 안되는 헛소리는 그만하게나 마녀여. 그럼 내가 일부러 이런짓을 했다는건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왜 그런짓을 했는지, 또 왜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선택했는지가 나와야할텐데?. 자네는 지금 그저 개인적인 생각을 낸것밖에 안 된다네"


"아니 이게, 뇌피셜이 아니라 전례가 진짜로 있거든요"


이번에는 마녀가 손에서 홀로그렘을 그렸다.


"엘'비탄의 도서관. 사이크로트라는 마법사가 책을 빌리러 왔을때 지식을 빼앗기위해 일부러 기한내에 읽을수없는 양의 책을 대출해주고 기한이 지나고나서 책과 지식 모두 빼앗음. 여기 떡하니 적혀있는데요?. 그리고 엘'비탄은..."


"니네베의 산하 도서관이지"


마법사 카이로가 입을 열었다.


"그때의 일은 산하관계일뿐인 도서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번에는 본도서관이 직접 개입한 일이지. 니네베, 이 일에 죄를 물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텐데요? "


"...뭘 말하고싶은건가? "


"마법사 카이로. 지금 이자리에서 관리자 뮤젠의 대출기간을 늘려줄것을 요청합니다. "


"인정한다. "


워라크는 의사봉을 내리쳤다.


"그리고 또하나, 기록의 니네베가 알렉산드리아에서 강탈하려고했던것에 대해 추가 소송을 요청합니다"


"인정한다"


아무것도 안하고있었는데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서 기분좋았던 뮤젠은 추가 소송에 난색을 표했다. 왜냐하면 그 물건이 매우 골때리는것이기 때문이였다.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건가? "


뮤젠은 이를 갈며 기계음성을 냈다.


"전 원만한 해결을 위할뿐입니다. "


그렇게 얼떨결에 2차 재판이 시작되었다. 애초에 재판이라고 부를순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