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해, 오쿠야스!”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거?! 죠타로 씨! 코이치!”


“당황하지 마!! 코이치가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니까! 살아있으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로 고칠 수 있어!”


시야가 밝아지며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키라는 상처투성이의 몸을 간신히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죠스케와 오쿠야스가 죠타로와 코이치 쪽에서 둘을 치료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죠타로 씨는 살아있어! 간신히!”


“코이치가 숨을 안 쉬어! 얼른! 얼른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로 고쳐, 죠스케!”


키라는 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신음했다. 오쿠야스가 소리쳤다.


“얼른 고쳐, 죠스케! 정신을 못차리잖아!”


“그래, 이미 다 고쳤어! 하지만 대체 뭐지? 엄청 중상이잖아! 죠타로 씨가 이렇게까지 당하다니! 이거 완전히 고쳐도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이런… 죠스케와 오쿠야스가 왔잖아.’


키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손가락을 움직여 보더니 몸을 돌려 구석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날이 다 있나… 이렇게 끔찍한 날은 평생 처음이다… 저 죠타로인가 하는 자… 무시무시한 ‘스탠드’였어… 하지만 본인이 상당히 약해진 덕에 나 키라 요시카게도 죽음은 면한 모양이야… 이제까지 난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벗어났다. 반드시 도망치고 말겠어… 놈들이 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야 해… 반드시 도망치고 말겠어…!!”


그때,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왔다.


“뭐 하는 거지? 어딜 가시나?”


두 사람은 키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쿠야스가 먼저 말했다.


“이 자식… 의식이 있는데.”


“이봐, 섣불리 움직일 생각일랑 접어두셔~”


키라는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둘을 바라보았다. 아직 코이치와 죠타로는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죠스케가 물었다.


“왜 도망치려고 그러지?”


“천천히 이쪽을 봐라… 얼굴 내밀어봐!”


키라는 최대한 공포에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앉은 채 뒤로 움직였다.


“다들 조심하게! 지네 구둣방에 가면 안 돼!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 어… 얼른 대피해! 나는 그저 구두를 사려고 갔을 뿐인데 느닷없이 가게 주인이 폭발해버렸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영문을 모르겠어!! 저기 있는 두 사람도…”


키라는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비명을 질렀다. 죠스케가 그를 진정시켰다.


“어… 이봐요, 진정해요. 당신 지나가던 사람이에요? 말려든 거야?”


“난 그냥 회사원이야… 하지만 이젠 죽을 거야… 이렇게 피가 많이 나니까… 아… 아파! 몸이 산산조각 날 것처럼 아파아아아!”


“아… 진정해요, 이젠 괜찮으니까! 안심하라고요. 다친 데는 내가 고쳐줄게요.”


죠스케는 키라에게 가까이 다가가 쭈그려 앉았다.


“아프다니, 어딜 당했는 데요? 어딜 고쳐줄까요?”


“느닷없이 폭발했어… 갈비뼈가 폐에 박혔는지도 모르겠어. 죽을 것 같아!!”


키라는 슬쩍 죠타로가 의식을 되찾은 것을 보고는 조바심을 냈다.


“어… 얼른 고쳐줘어~”


그러자 죠스케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얼른 고쳐달라니, 지나가던 사람이 왜 나더러 고쳐 달라고 부탁을 하지? 흐응~? 내가 의사로 보였다 이거야, 당신?”


그제야 키라는 자신이 실수한 것을 알아차렸다.


“누가 어떻게 봐도 고등학생으로 밖에 안 보이는 나한테 왜 ‘고쳐달라’고 부탁을 하지? 이 차림으론 파칭코도 못 들어가서 고생인데… 당신은 내가 다친 데를 고쳐줄 ‘의대 나온 의사선생님’으로라도 보였다는 소리야? 응? 제대로 낚였구만. 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를 봤지?”


오쿠야스도 키라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키라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아… 아뿔싸… 너무 조바심을 냈어…’


“다시 말해 네놈은 적이다… 양쪽이 동시에 쓰러졌던 거였어!”


오쿠야스는 키라의 정체를 알아치리고는 공포에 식은땀을 흘렸다.


“이, 이놈이… 살인귀…!”


곧이어 죠타로와 코이치가 의식을 되찾고 일어나려 하자 키라의 순한 척하던 눈빛이 순식간에 냉혹한 살인귀의 눈빛으로 돌변해 둘을 노려보았다.


“내 패배…란 말이군… 그래… 자네들이 찾고 있던 건 바로 나였어. 얼굴도 들키고… 스탠드의 정체도 들키고… 본명도 들켰지… 아무래도 이젠 안심하고 숙면할 수 없겠군. 단, 오늘 밤만이지만! 킬러 퀸!!”


킬러 퀸은 놀랍게도 키라 자신의 왼손을 잘라버렸다. 예상조차 하지 못한 키라의 행동에 죠스케는 경악이 섞인 불안감을 느낀 채 소리쳤다.


“뭐 하는 수작이냐 이게!!”


키라는 엄청난 고통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비명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보는 그대로지. 잘라 냈다… 아… 아프군… 이렇게 아프다니… 피도 잔뜩 나오고 눈물까지 흐르는걸… 그러나 나에게 이기고 지는 건 문제가 아니야. 나는 ‘살아남는다’… 평화롭게 살아남고 말 테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선 살 수 없는 ‘천성’을 타고났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말 테다!”


곧이어 키라의 잘린 왼손에서 시어 하트 어택이 튀어나와 죠스케에게 달려들었다.


“시어 하트 어택! 너는 자유다… 네 공격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무거워지든, 어떤 대미지를 입든!! 뒷일을 맡기겠다! 나를 지켜라!”


키라는 몸을 일으켜 뒤돌아 달아나버렸다. 죠스케가 시어 하트 어택을 보며 소리쳤다.


“뭐야, 이 약해 보이는 놈은?!”


정신을 되찾은 죠타로가 소리쳐 경고했다.


“죠스케! 그놈은 체온을 추적하는 폭탄 스탠드다! 게다가 절대 부술 수 없어! 스타 플래티나로도 파괴하지 못했다… 네 체온에 반응해 폭발할 거다!”


“도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러시에도 시어 하트 어택은 죠스케에게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죠스케는 평온하게 말했다.


“부숴요? 난 부술 마음은 애초에 없어어요, 죠타로 씨. 반대로… 고쳤어요. 그 자식이 잘라냈다면…”


시어 하트 어택은 점점 작아지더니 키라의 잘린 왼손으로 돌아갔다.


“이 스탠드는! 놈의 본체가 있는 곳으로 고쳐지기 위해 돌아갈 테니까요!”


곧이어 키라의 왼손이 공중에 떠올랐다.


“쫌 징그러운 모양새지만… 왼손은 놈이 있는 곳으로 고쳐지러 돌아갈 거예요.”


왼손이 키라가 사라진 방향으로 날아가자 죠스케가, 곧이어 다른 이들도 빠르게 뒤쫓았다.


“그렇게 호락호락 놓칠 줄 알았냐~ 이 멍청아!! 저 손을 따라가자! 저 손이 가는 곳에 살인귀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