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전국학생제육력대회, 이제 전라북도 지역예선의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둔 가운데, 250명의 학생들이 대회장에 나와있습니다. 3차 지역예선은 마법을 제외하고 오직 맛으로만 심사됩니다. 과연 어떤 학생들이 본선에 나가게 될 것인가?"

 

사회자가 명랑하고 밝은 목소리로 지역예선의 포문을 열었다. 대회 중에서 요리실습이 들어가는 단계는 이 단계가 처음이다. 1차, 2차예선은 실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대회부터 인터넷 중계가 시작된다.

 

대회장에는 250개의 테이블이 10줄로 나란이 줄지어 서있었다. 모든 재료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고, 가스레인지와 팬과 볼 등 각종 도구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대회장의 스케일이 커서 나도 모르게 압도되었다.

 

"제2회 전국학생제육력대회 전라북도 지역예선, 영예의 12인은 누가 될것인가? 지금부터 전라북도 지역예선 3차 지역예선, 맛대결전을 시작합니다!"

사회자가 대회의 시작을 선언하는 순간 앞에 있는 전광판의 타이머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타이머 옆에는 몇 개의 화면이 떠있었다. 모두 인터넷으로 생방송되는 화면이었다.

 

타이머의 시간은 전에 공지되었던 대로 1시간이었다. 이 정도면 나한테는 아주 널널한 시간이었다.

 

타이머가 작동하자마자 나는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집어들었다. 앞다리살은 비계와 고기가 적절히 섞여있으면서도 그리 비싸지 않아 제육볶음에 자주 사용되는 부위이다. 불고기용으로 얇게 나온 앞다리살을 먹기 좋게 큼직하게 썰었다. 그리고 맛술, 생강가루, 후추 등을 넣어 밑간을 해준다. 설탕도 살짝. 이렇게 하면 이후 과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제 양념장을 만들자.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마늘을 적절하게 섞어준다. 마법의 발견 이후 우리는 흔히 이 4가지 재료를 4대 필수 양념이라고 부른다. 고추장은 굳이 넣을 필요는 없는데, 고추장의 전분 성분으로 인해 자칫 텁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만 넣으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위 양념장에 맛술, 굴소스, 매실청 등의 재료도 적절히 넣어주자. 이건 개인 취향에 넣으면 되지만 나는 계획대로 갈 것이다.

 

이제 채소를 썬다. 당근과 양파는 얇게 채썬다. 양파가 얇게 잘릴 수록 단맛이 더 강해진다. 대파는 동강동강 잘라서 길게 이등분해준다. 홍고추도 어슷썰기로 잘라준다. 양파와 대파는 제육볶음의 필수요소이다. 양파는 제육볶음에 단맛을 낼 것이고 대파는 향을 낼 것이다.

 

이제 고기를 구울 차례다. 보통 사람들은 양념장에 고기를 재우겠지만 그 방법은 의외로 별로다. 양념장을 먼저 넣으면 눌러붙기 쉽고 고기가 익은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워 요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팬에 설탕을 뿌리고 식용유를 뿌려준다. 식용유가 들어가는 이유는 납득이 가겠지만, 설탕을 뿌리는 이유는 불맛을 내기 위해서이다.

이제 고기를 익혀주자. 맛술, 생강가루, 후추가 잘 배인 고기를 팬에 넣어서 볶아주자. 이때 센불에 빠르게 볶아야 하는데, 중불에 구우면 고기에서 물기가 나와 뻑뻑해진다. 그리고 센불에 빠르게 볶아야 고기에 육즙을 가둘 수 있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니 이제 양념장을 반 정도 붓고 중불에 빠르게 볶아주자. 양념장을 같이 넣어주지 않는 이유는 양념장을 고기랑 같이 먼저 넣으면 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념장을 나중에 넣으면 고기에 양념이 잘 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해결책은 확실히 존재한다. 고기를 볶기 전에 밑간을 해준다. 아까 맛술, 생강가루, 후추를 넣은 이유가 이것이다. 또한 설탕을 넣으면 밑간을 안해도 양념이 잘 스며든다.

어느정도 됐다 생각되면 아까 썬 당근, 양파, 대파, 홍고추를 넣어주자. 그리고 양념장의 나머지 반도 바로 넣어준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별도로 더 넣어준다. 고춧가루를 추가하면 색깔이 선명해지고 더 맛있어보인다. 이제 가스레인지의 불을 센불로 바꾼다. 그리고 빠르게 볶아준다. 이렇게 해야 야채의 식감이 살고 물이 생기지 않는다.

 

제육볶음이 완성되면 불을 끄고 접시에 플레이팅한다. 이 때 통깨랑 물엿을 넣어준다. 물엿을 마지막에 넣으면 더 맛있어 보이고 실제로도 더 맛있어진다. 물도 아주 조금 넣어준다. 물을 넣으면 맛이 조금 더 어우러진다.

 

물엿 뚜껑을 닫고 제육볶음이 담긴 접시를 정돈한다. 시간을 보니 20분 정도 지나있었다. 계획대로다. 제육볶음이 식기 전에 앞에 있는 종을 눌러 종료를 알렸다. 생방송 화면에 내가 잡혔다. 나는 바로 여유있는 자세를 취하였다.

 

제육볶음이 자동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이것도 마법의 힘이다. 굳이 왔다갔다하지 않아도 되니 참가자도 심사위원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긴 하다.

냉랑한 표정의 심사위원들이 마침내 내가 만든 제육볶음을 먹기 시작했다. 일부 심사위원들이 내 제육볶음에서 젓가락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사위원들이 바로 평가서를 작성했다. 느낌이 좋았다.

 

시간도 40분이나 남았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 지 둘러보기로 했다. 앞자리의 요리 상황을 보아하니 고기를 양념장에 먼저 재운 모양이다. 일반적인 방식이긴 한데 양념장을 나중에 넣는 게 나을 것이다. 그 외에도 양파를 크게 썰거나 중불에 익히는 등 내 요리법과 차이를 보이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나랑 같이 출전한 내 친구 박태오는 어떻게 하고있는 지 힐끗 쳐다보았다. 내가 알려준 요령대로 잘 되가고 있었다. 나랑 박태오는 서로 마법을 알려주는 친구 사이로, 태오는 나에게 제일력, 제삼력, 제사력, 제오력을 알려주고 나는 태오에게 제영력과 제육력을 알려준다.

 

 

***

 

타이머의 시간이 모두 지나 시간제한이 끝나자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정면에 집중되었다. 정면에서 1등부터 12등까지 차례대로 합격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제2회 전국학생제육력대회 전라북도 지역예선! 그 마지막 결과를 지금 공개합니다!"

시작을 선언했던 그 사회자랑 같은 여자가 이번에도 밝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앞쪽 전광판에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10초. 9초. 8초.... 2초가 끝나고 1초가 끝나자 시간은 이제 0으로 바뀌고 1등부터 합격자가 차례대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1등 추강찬.

 

마침내 내 이름이 1등에 오르자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박태오는 8등이었다. 최종 12인의 테이블이 화면에 잡혔다. 이제 기나긴 본선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2화 보기 https://arca.live/b/writingnovel/436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