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통을 끝내지 못하게 하는건가요?


왜 서로 이해할수 없는건가요?


왜 가장 이기적인 자들에게 이 모든 희생의 결과물을 바치는건가요?


왜 우리는 전쟁을 하는걸까요






아랫층은 윗층과는 다른 상황이였다. 흰색 타일들로 이루어진 공간에서는 다양한 소음이 퍼지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용광로의 소리,이질적인 기계들의 소리, 귀를 찢는 무기들의 소리. 윗층에는 악마숭배의 현장이였는데, 이번층에는 무슨 공장과 같은 분위기를 내뿜었다.


"여기가 무기 생산구역이군. 근데 사람은 안보이고 로봇만 보이는데? "


"...레인. 이 로봇들, 우리를 못보는거같은데요? "


그 말에 나는 로봇 한놈을 부숴봤다. 마엘스트롬에서 로봇이 있다면 둘중 하나다. 공업용,군사용. 이것들은 군사용이였다. 그리고 만약 내가 알고있는게 맞다면 군사용 로봇들은 아무리 보이지 않는 적이라 할지라도 자기들중 한명이 피해를 입는순간 적을 탐색하여 죽일것이다.


하지만 이녀석들은 달랐다. 갑자기 부서진 자기네 동료의 잔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갔다. 그 앞에 서있는 난 전혀 보지도 않은체


"불청객이 찾아왔구나"


순간, 소름끼치는 기계목소리가 들렸다. 감정이 섞인 기계의 목소리. 내가 뒤돌아보자 보인것은 상반신은인간형, 하반신은 거미형으로 되어있는 로봇이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백개의 팔이 온갖 무기를 쥔채 천수관음을 연상시키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가 목소리를 내자 주변의 로봇들이 우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넌 누구냐.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거지? "


그순간 뒤에서 거대한 레이저가 날아와 기계들을 관통했다. 그 레이저는 헬레나가 쏜것이였다. 그녀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레인... 물러서세요. 그는 사도에요. 가장 위험한 사도! "


순간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매우 험악한 눈빛. 하지만 그건 분노의 눈빛이 아니였다. 그건 공포의 눈빛이였다. 순간 마법진들이 허공에서 날아와 거대한 탄막들을 쏟아냈다. 그 화력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화력이였다. 나 역시 휘말릴 뻔했지만 간신히 피했다. 그녀는 내가 휘말릴뻔한것도 신경쓰지 않고 기계를 향해 마법을 쏟아부었다.


연기가 걷히자 모습을 드러낸건 상처하나없는 기계였다.


"탑의 마법사의 자제여. 그대의 무기가 고작 이것뿐인건가?. "


기계의 팔들이 일제히 총을 겨눴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군사용 로봇들이 우릴 포위했다. 천장과 바닥에도 무기들이 솟아났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있는거죠?. 카빌라의 사도들은... 베리움 엑스 마키나는 모습을 숨겼을텐데! "


카빌라. 베리움 엑스 마키나. 익숙한 이름들이였다. 그래, 기억이 났다. 이곳에 처음 왔을떄 날 도와줬던 사람도 카빌라의 신도였다. 나중에 책으로 알게 된 바로는, 이 마엘스트롬에는 세개의 신앙. 이른바 삼위일체라는것이 존재햇다는것.


일룬-유스튼-카빌라. 그중 마지막인 카빌라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신이라고...


"잠깐만. 우리 어디서 만나지 않았나? "


"이제야 기억해주는구나 레인 이리스. 처음 만난게 어그제 같은데 이렇게나 잔혹한 이가 되다니. "


기계가 손짓하자 주변의 무기들과 병력이 모두 사라졌다.


"그때는 통성명을 못했지?. 이제서야 하게 되었구나. 전쟁은 문명이 낳는 가장 참혹한 결과이니. 허나 그와 동시에 전쟁은 발전을 낳는 독이든 성배이면서도 결코 떨어지지않는 필연과도 같은 것이니. 성자는 말하는바다. 전쟁을 벗어날수 없다면 전쟁의 고통을 없에자. 해서 뒤이어 말하니 그러기위해선 우선 전쟁을 이해해야 하시라. 해서 기계승의 몸으로써 또한 전도자의 위치로써. 내 오랜 벗이여. 카빌라의 두번째 사도. 벨리사리우스 마키나가 반갑게 맞이하겠네"


"아니 시발 여기 신이라는 작자들은 죄다 중2병 걸린거냐?. 아니면 설명충이야?. 뭔놈의 자기소개를 길게 쓰는거냐"


"레인.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해요"


헬레나는 아직도 마법진을 지우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포식자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두려워하는 어린양과도 같았다.


"아 어린 마녀여. 우린 서로 적대할 이유가 없잖니? "


"적대할 이유야 시발 존나 많거든요!?. 당신이 무슨짓을 저질렀는지... "


난 처음으로 헬레나가 입에서 욕을 내뱉는걸 볼수있었다. 평소의 나긋나긋했던 목소리가, 심지어 증오스러운 상대를 없엘때도 여유로움과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가. 마치 사선위에 서있는듯한 살벌한 목소리로 변한 상태였다.


"헬레나. 지팡이 거둬. 우린 일단 정보를 모아야해. 녀석은 우리와 싸울 생각이 없는것같아"


"전 있는데요?. 지금 이자리에서 저녀석을 죽여야해요. 안그러면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거라고요! "


"헬레나. 방금전에 무기들 봤지?. 녀석은 마음만 먹으면 우릴 손쉽게 죽일거야. 우리의 목적은 이곳의 카르텔을 없에는거지 사도와 힘싸움하는게 아니야. 그리고 내가 허락 못해. 난 이녀석한테 물어볼게 많아. 이녀석이 어떤 개새끼인지는 몰라도, 일단은 칼을 거둬. "


난 침착하게 그녀에게 무기를 거두라 종용했다. 헬레나는 매우 분한 얼굴을 한채 마법진을 지웠다. 마법진 지우는것도 어찌나 감정이 실려있던지 한참동안이나 스파크가 남았다.


"고맙네 찰나동안 만난 벗이여"


"착각하지마 마키나. 우리의 목적이 너가 아니기때문에 무기를 거둔거야. 그리고 명심해. 만약 너가 먼저 공격을 할 생각이라면 내가 널 손수 죽여줄테니까"


"가지고있는 능력이라고는 인간을 살짝 초월한 신체능력과 영속성. 가지고있는 무기라고는 옛 부모의 유품과 버려진 사도로부터의 전리품. 허나 그럼에도 살기를 잃지 않는군. 따라오게나. 바로 아랫층의 조직원들은 내가 죽였다네. 아주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더군"


사도는 기계들을 대동한채 우리와 같이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그가 말한대로 매우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었다.


"사도도 음식을 먹어? "


"기계들도 음식을 먹지. 뭔가 이상한가? "


"아니. 그냥 좀 신기해서"


이곳에서 만난 사도라고 불리는이들은 하나같이 인간과는 동떨어진 형상을 하고있었다. 입은 고사하고 소화기관이라는게 존재할지 의문을 품을정도였다. 심지어 이녀석은 음식을 먹을 필요없는 기계이다보니 먹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밖이였다.


"아무리 내가 기계라 할지라도, 위대한 인류가 이룩한 미식의 사탑을 내 어찌 무시할수있겠는가?. 카빌라의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 기계사도들은 결국 인간을 따를뿐이라네"


"너희들은 인간을 섬긴다고 했었지? "


난 그에게 질문을 날렸다.


"근데 어째서 여기있는 카르텔 조직원들을 죽인거야?. 그녀석들도 인간이잖아"


"그게 나의 일이기 때문이지"


"...일? "


그순간 하늘에서 나타난 마법진에서 거대한 불꽃이 쏟아져내려왔다. 난 빠르게 자리를 피했지만 사도는 불꽃을 직격으로 맞았다.


"안돼겠어요 레인. 이자식 어서 죽여야해요"


"헬레나!. 대체 무슨짓을 하는거야! "


"그는 벨리사리우스 마키나에요. 전쟁의 이해자!.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만번의 전쟁을 일으켜서 1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죽인자라고요! "


그순간 기계손들이 플라즈마 커터를 휘두르며 파공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와동시에 증기빠지는소리, 태엽돌아가는소리, 에너지 흐르는 소리들이 뒤섞였다.


"저 아이의 말이 맞다네 벗이여. 나의 진리는 전쟁의 이해. 이를 실천하기위해 난 무수히 많은 전쟁을 일으켰다"


사도는 본색을 드러내며 수많은 무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수백개의 포문이 일제히 우리를 겨누고있었다.


"그런짓을 해서 얻는게 있는거냐? "


"당연하지. 난 궁금했다. 왜 인류는 전쟁에서 벗어날수없는걸까...왜 인류는 폭력을 되풀이할수밖에 없는걸까. 그리고 그 모든것을 없에려고 노력했던 난 하나를깨달았다네"


부드러운 기계음이 거칠게 바뀌기 시작했다. 난 슬그머니 단검을 꺼냈다.


"맙소사. 대체 뭘 깨달았길래 또라이새끼가 된거냐? "


"멈출수없음을. 전쟁은 불변하고 불멸하며 불합리하다. 그렇기에 바꿀수없고 멈출수없으며 고통받을수밖에없다. 난 전쟁을 없에는대신 이해하기로했다. 모든 인류가 전쟁에서 고통받지 않으면 전쟁은 인류의 위협이 되지 않을것이다"


포문들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발사하려는것같았다.


"모든인류가 전쟁에 무감각해지면 우린 전쟁의 고통을 신경쓸필요없다. 전쟁을 당연한걸로, 그 전쟁의 불합리함에서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우린 전쟁이라는 제약을 우리의것으로 바꿀수있다. 그렇기에 죽인거다. 이것도 하나의 전쟁이니까. 전쟁에서 죽는자들을 세지 않게되는순간 전쟁은 고통이 아니게 되리라"


"그게 될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넌 기계잖아. 기계가 생각하는게 고작 이딴거야?. 전쟁을 당연시하게 만들거라고?. 사람들이 왜 전쟁을 하는건지 모르는거야? "


"그럼 자네는"


기계는 말하였다.


"자네는 고향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원인을 아는건가? "


고향. 그에게 예전의 고향을 말한게 실수였을까?.


"..너가 하는 짓거리. 킵차스에서는 수백년동안이나 반복했어. 그리고 우리가족은 수십년동안이나 고생해서 겨우 평화로울수있었다고. "


난 검을 겨눴다.


"너가 무슨 개짓거리를 하든간에. 좆도 신경 안쓸거야. "


"허면 검을 겨누는 이유는? "


칼날이 붉게 충혈한다. 난 뒤에 서있는 헬레나를 바라봤다.


"우린 휘말리기 싫거든. 아랫층으로 내려갈 열쇠. 너가 가지고있지? "


"맞네. 하지만 줄 생각은 없는데? "


"주라고 한적없어. 무기들어"


사도는 모든무기들을 겨눴다. 헬레나 역시 조용히 마법진을 펼쳤다.


"그렇게 좋아하는 전쟁. 함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