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류 중 태양계 바깥의 우주를 탐사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기술의 발전으로 살기 좋아진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과학자가 지구에서의 삶을 개선하는데 힘쓰면서 우주 탐사에 대한 관심이 과거와 달리 그리 크지 않기에 나처럼 우주를 탐사하는 사람들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나와 같이 우주를 탐사하는 사람, 그것도 한국인을 만난 것은 굉장히 운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마음껏 즐기고 가."


지금 나를 자신의 우주선으로 초대한 이 여자의 이름은 유로파. 정말로 한국인 이름이 이 모양이다.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을 듣고 정말로 이름이 유로파가 맞는지 3번은 물어봤었다. 그리고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바로 우주선에 놀러오라고 해서 얼떨결에 장미에게 우주선을 잠시 맡겨두고 유로파의 우주선에 방문하게 되었다. 이름부터 성격까지 다 신기한 여자였지만 가장 신기했던 건 바로 이 여자가 창문대학교 출신이라는 것이였다. 창문대학교는 꽤나 유명한 대학이였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한 것이다. 수능 전과목이 9등급이라도 돈만 주면 학교를 단 하루도 안 다녀도 졸업시켜 주고 감귤포장이라는 세상에서 제일 괴상한 학문을 가르치는 대한민국 최악의 지잡대로 손꼽히는 곳이였다. 나는 어떻게 창문대학교가 우주선을 띄우게 되었는지 정말로 궁금했다.


"근데 너희 대학교는 어떻게 우주 탐사선을 만들고 널 우주로 보낸 거야?"


"그개 궁금해? 뭐, 너같은 명문대 출신은 그게 궁금할 수도 있겠지. 애초에 꼭 명문대 학생이 아니라도 그럴 테지만. 근데 설명해도 너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얘기해줘도 못 믿을 텐데 그래도 괜찮아?"


대체 어떤 기괴하고 이상한 사연이 있길래 못 믿을 거라고 말했는지 난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유로파는 그 유명한 감귤포장학과라고 했는데 왜 우주선에 타게 되었는지도 궁금했다.


"괜찮아. 궁금하니까 얘기해줘."


"좋아. 얘기해줄게. 좀 긴 이야기니까 잘 들어. 몇 달 전 창문대학교에서는 감귤 100000개를 제물로 바쳐 많은 이세계의 창문대학교와 만나 창문대학교끼리 만남의 시간을 가졌었어. 환국의 침공으로부터 세계를 구한 창문대학교나 크툴루의 부활을 막고 크툴루를 다시 봉인한 창문대학교 등 수많은 창문대학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었지. 1주일동안의 만남의 시간의 마지막으로 수많은 창문대학교이 협력해 엄청난 규모의 감귤포장점을 봤어. 이 감귤포장점에서 수많은 세계의 창문대학교가 앞으로 가야 할 길들이 제시되었지. 그 중 우리 세계의 창문대학교가 가야 할 길은 우주로 가서 우주적인 감귤을 찾아오라는 것이였어. 그렇게 우리 학교는 우주 탐사 계획을 세웠고 그 우주적인 감귤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찾으러 떠났고 탐사하러 떠난 사람이 바로 나야."


그녀의 말을 들어 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것 같았다. 도무지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였지만 지금 이곳에 그 말도 안되는 과정을 거쳐 오게 된 창문대학교 탐사선 안에 내가 있으니 정신나가서먹을것같고 지금 이게 꿈인지 의심이 될 지경이였다.


"믿기 힘든 이야기라는건 알겠지만 이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야."


"아니 창문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난 그냥 지잡대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80%정도는 지잡대가 맞긴 해. 학생 중 80%는 실제로 돈만내고 졸업장 받으려고 입학한 놈들이지만 나머지 20%는 남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들을 배운다고. 아직도 이게 진짜인지 못 믿겠다는 눈빛인데 내가 믿을 수 있게 여러가지를 보여줄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근처에 있는 수납함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보아하니 그것은 귤 3개에 전선들과 전자기기들의 부품과 모니터가 조잡하게 연결된 물건이였다.


"이건 지구하고 연결된 통신기 겸 컴퓨터 겸 우주선 조종기야."


그녀는 그 귤 중 하나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귤에 연결된 모니터가 켜젔다. 모니터의 화면에는 우리 우주선에서 쓰는 것과 비슷한 우주선 조종 패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귤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인터넷 창이 띄워졌다. 지구와 이곳의 엄청난 거리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속도는 매우 빨랐고 그녀는 나에게 인터넷 커뮤티티에서 글을 업로드하고 영상을 시청하는 것까지 보여줬다. 이 우리 우주선과는 다른 방식의 엄청난 기술력에 감탄하는 사이 그녀는 연결된 귤을 몇번 만지작거리더니 우주선 중앙에 있던 기둥인줄 알았던 것이 위로 올라가고 그 안에 있던 귤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우주선 엔진 겸 식량 조달원이야. 창문대학교의 수많은 학과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품이지"


그 귤나무는 그녀의 조작에 따라 엄청난 전기를 뿜어내기도 했고 샤워기처럼 물을 뿜어내기도 했고 가지에서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수많은 감귤들이 자라나기도 했고 19금 하드게이 소설을 써주기도 했다. 이 우주선은 비록 굉장히 괴상한기술이 적용되어 있지만 그 기술의 수준은 엄청났다. 그 이후로도 몇 시간 동안 유로파는 나에게 수많은 우주선의 괴상한 기능들을 소개시켜줬다.


"오랜만에 다른 사람을 눈앞에서 만나니까 정말 즐거웠어. 언젠가 다시 만나자."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다시 내 우주선으로 돌아가려는 나에게 그녀는 나에게 커다란 상자를 주문했다. 그것은 상자에 포장된 수십kg짜리 귤이였다.


"선물이야. 온갖 품종의 귤을 다 넣어놨으니까 맛있게 먹어줘.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나자." 


그 말을 끝으로 난 그녀와 헤어졌다. 우주선으로 돌아와 귤 상자를 열어보니 수많은 과일들이 안에 들어 있었고 그녀의 우주선 전화 번호가 들어 있었다.


[정말 좋은 과일들이네요. 그 사람한테 받아온 거에요?]


"어. 그 사람한테 정말 많이 받아왔어. 그 사람한테 들었던 이야기 좀 해줄게. 정말 믿기지 않는 이야기야."


나와 장미는 받은 감귤을 까먹으며 유로파에게 들은 창문대학교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우린 다름 목적지로 다시 정처없는 모험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