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옛날, 마군도라는 큰 섬에 자리를 잡고있는 산비둘기 마을에서는 허구헌날 매섭게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폭풍우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산비둘기 마을에는 오백명 정도 되는 마을 사람들이 살고있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폭풍우와 비바람이 마을을 멧돼지가 뒤엎고 간 고구마밭 꼴로 만들어 버렸기에 사람들은 추운 동굴에서 오들오들 떨며 살았답니다. 



그것 뿐인가요? 날씨가 그나마 멀쩡한 날에는 오랫동안 굶주린 사나운 짐승들이 마을까지 내려와 마을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습니다.



그리고 역겨운 역병들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을 점점 활기를 잃고 삶의 희망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동굴에서 이무기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이무기가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인간들이여, 왜 집을 놔두고 저 축축하고 추운 동굴에서 살고있는 것이냐? 왜 작물을 키워야 할 밭을 죽은 땅이 되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냐? 왜 너희들은 다른 마을에서 온 손님들을 대접하지 않는 것이냐? 왜 짝을 찾아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지 않는 것이냐? 왜 사나운 짐승들이 너희들의 가족, 이웃, 친구들을 해칠 동안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 것이냐? 마을에 역병이 돌아서 사람들이 죽어도 왜 방치하고만 있느냐?"



마을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어요.



"그건, 저 요망한 날씨 때문에 허구헌날 비바람과 폭풍우가 저희를 못살게 구는데, 어떻게 농사를 짓겠습니다? 어떻게 따뜻한 집에서 맘편히 쉬겠습니까? 어떻게 대접한 음식을 얻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른 곳에서 온 손님들에게 대접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운명의 상대를 찾아서 애를 낳을 수 있겠습니까? 힘을 쓸 수 있는 사람들도 몇 달 째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죽만 먹었는데 어떻게 사나운 짐승들에게 저항을 할 수 있겠습니까? 폭풍우와 비바람 때문에 다른 곳에서 의원을 불러올 수도 없는데 역병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전지전등하신 이무기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딱한 사정을 들은 이무기는 비바람과 폭풍을 다스릴 수 있는 자신의 신비로운 능력으로 마을의 평화를 되찾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의 뒷산에 살고있는 신선들에게 부탁해서 마을을 괴롭히는 사나운 짐승들과 역병을 쫓아냈습니다.



이무기는 이 마을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겠다고 사람들과 약속한 뒤, 동굴 속으로 들어갔고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 남자의 말에 30년에 한 번씩 제물을 바치기로 지내기로 했답니다.


그후로 사람들은 여전히 이무기를 기억하고 있고 이무기를 "용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산비둘기 마을에 대대손손 전해져 내려오는 동화-


소방자 몇 대가 소란스러운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달려간다.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PC방 컴퓨터 화면의 인터넷 검색창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다가 키보드를 두들겨 글자 몇개를 적어놓고 검색한다. 


검색창에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적혀있다. 잠시 후 엄청난 숫자의 검색 결과가 화뭔에 표시된다. 하지만 검색 결과 중 91%는 내가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나는 무심코 화면을 몇 번이나 내리고 올리고를 반복하다가.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검색 결과 하나를 발견하고 표시된 링크를 눌러서 해당 홈페이지에들어간다. 



'세상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마군도의 신비둘기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으신 분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주지고 지도에 적혀져 있는 곳까지 내일 오후 12시 01분까지 모이시길 바랍니다. 이번 모집건이 끝나면 다음 모집건은 정확히 7년 뒤에 다시 시작됩니다.'



나는 1분의 망설임 없이 홈페이지에 첨부된 지도에 적혀있는 곳을 확인하고 전화를 한 뒤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향했다. 아마 '새로운 삶'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휘어잡은 것 같다.내가 새로운 삶을 새로 시작하게 될 낙원으로 말이다. 



근처 모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지도에 적혀있는 부둣가에 도착하니 나와 같은 목적으로 이 부둣가에 온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그들과 대화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전부 검은색 비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웬지 말을 걸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입 다물고 쌀쌀한 겨울 바람을 견디며 부두까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 바다 너머에서 불빛이 하나 보였다. 자세히 보니까 여기저기 녹이 슬고 페인트칠이 벗겨진 매우 낡은 어선 하나가 나타났다.



어선이 부둣가에 정박하고 얼굴이 마우 험상궃게 생긴 몸이 매우 건장해보이는 배의 선원으로 사내 여럿이 나와서 우리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남자들은 나보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씩 확인하고 내 차례가 왔다. 




사내들을 이끄는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하듯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때 나는 이 남자와 눈을 똑바로 마주칠 수가 없었다.)



"이한일 씨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민증 한 번 보여주시죠."




나는 내 지갑에서 민증을 꺼내 내밀었다. 남자는 민증을 훑어보더니 민증을 다시 돌려주면서 말했다.




"이한일 씨, 새로운 삶을 시작하신 것을 산비둘기 마을을 대표해서 축하드립니다."




세상에 내가 태어나서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말을 또 들은 적이 없다! 나는 남자의 안내에 따라 어선에 몸을 싫었다. 먼저 어선에 탑승한 사람들을 둘러보니 남자 세 명(나까지 포함해서), 여자 세 명이었다. 




사내들은 아무말 없이 베를 몰면서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겨울밤의 바다를 나아갔다. 이윽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 해무(海霧)때문에 가려져 모습이 보이지 않던 한 섬이 눈앞에 나타났다. 제주도보다 작은 섬이다.




"저 섬이 여러분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마군도라는 섬입니다."




이윽고 섬의 한 부둣가에 어선이 도착하고 우리는 사내들의 안내에 따라 배에서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와 같은 목적의 사람들이 전부 합쳐서 20십 명 정도 되었다. 




"산비둘기 마을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모두 저희를 따라오시길 바랍니다."




나를 포암한 수많은 사람들은 사내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차를 갈아타면서 계속 걸은 끝에 돌로 만들어진 동상 하나가 입구에 우두커니 서있는 한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상에는 한자로 龍神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서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남자가 걸어나왔고 그 남자를 보자 사내들은 고개를 숙였다.




나이 많은 남자는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우리들에게 말했다.




"저는 산비둘기 마을의 이장, 김문용이라고 합니다. 


산비둘기 마을에 오신 여러분을 마을을 대표해서 대단히 환영합니다."




이장님은 사내들에게 우리들을 마을로 안내하라고 명령했다. 이장이 말을 끝내자마자 사내들은 우리들을 마을로 안내했다.




산비둘기 마을은 생각보다 발전된 마을이었다. 사방이 숲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외딴섬에 자리잡은 마을치고는 공공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한동안 황홀한 표정으로 마을을 바라보고 있던 나를 사내 중 한 명이 공장 기숙사로 보이는 건물로 데려갔다. 사내는 이제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해야한다고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매우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새로 온 주민인가?"




한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남자는 자신이 이 기숙사 건물의 관리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저의 이름은 허승준입니다."




나는 기숙사 방 중 015호 방을 배정 받고 방을 찾아가 짐을 풀었다. 내가 배정을 받은 기숙사 방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낡은 시골 마을의 초가집이 아니라 나름 깨끗한 원룸 같은 방이었다. 한참을 감격하고 있는데 마을 중앙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이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하던 일을 멈추고 창문 밖을 네다보시길 바랍니다. 마을의 번영과 축복을 위해 용신님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목숨을 바친 용감한 소년 소녀들이 행진하고 있습니다."




나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10명 정도 되는 소년 소녀들이 예쁘장하게 차려입고 마을을 돌고 있었다. 그럴때마다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박수를 쳐주면서 꽃을 뿌려주고 있었다.


"저 행진은 처음 보시겠군요."


허승준 아저씨가 문을 열고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설명을 해줬다. 아저씨가 말하기를 저 아이들은 이 마을을 수호하는 용신님을 위해서 특별하게 선별된 아이들이라고 한다. 


용신?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아저씨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


"용신이 뭡니까?"


"아, 그렇지 이것도 설명해줘야 겠군. 이 마을의 중앙에는 수직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수직굴에는 전지전능 하신 용신님이 살고 계십니다. 옛날에 우리 마을은 사람이 살 수가 없는 저주받은 땅이었습니다. 항상 사나운 짐승들과 끔찍한 역병, 그리고 그 망할 놈의 폭풍우 때문에 말이죠. 그러던 어느날, 용신님이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구원해주셨죠.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아저씨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그전에 아저씨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다시 창문 밖을 내려다보니 이미 아이들의 행진은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딱히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지는 않았다.


"아, 아.. 지금 시간은 오전 6시입니다. 이 마을에 새로 오신 분들은 마을 회관으로 모이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장님의 말에 따라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꺄악!"


나는 미을 회관을 찾아가고 있었는제 실수로 한 여자애와 어깨를 부딪혔다. 나와 어깨를 부딪힌 여자 애는 짦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잠깐 당황하다가 여자에를 일으켜 세워주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여자에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자애의 입에서 들려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못 본 척 하고 그냥 가세요. 제발, 저희 부모님이 아저씨를 가만히 놔두질 않을거에요."


"어, 꼬마야. 너 이름이 뭐니? 나중에 사과의 의미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게."


여자애는 짧게 대답했다.


"이소연이요."


그리고 여자애는 한 주택으로 걸어갔다. 나는 잠시 멍하니 여자애를 바라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마을 회관에 도착하니 몇 분 전에 보았던 그 사내들과 이장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 이 씨 왔는가? 마침 잘왔네."


이장님은 기다란 종이 몇 개가 들어있는 컵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내밀었다. 


"자, 뽑게나."


나는 영문을 몰아 어리둥절 했다. 어리둥절 하는 나를 보고 이장님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용신님에게 재물을 바칠 어린 아이들을 이끌 사람을 뽑는 걸세. 자네가 마지막이야. 뽑은 종이에 빨간색 점이 찍혀져 있으면 당첨된 걸세. 뭐하나? 어서 뽑지 않고."


나는 이 상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장님 옆에 앉아있는 사내들이 나를 무섭게 노려보자 나는 반강제로 컵에서 종이 중 하나를 뽑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종이를 확인했다. 종이에는 붉은색 점이 찍혀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