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끝없는 망망대해서
고장난 나침반처럼 헤매고 있다
물결은 잔잔하건만은
파도에 휩쓸리는 듯하다
물살 아래에 갈 길 가온 길
지금의 방향조차도 알 수 없다
잊어버린 지 오래다
이 바다를 둘러싸
이 배를 가득 옥죄어 오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지평선 사이에
온통 가라앉은 배들 뿐이다
한때는 갈 길과 갈 방향을 알던 배일 것이다
한때는 나침반과 지도가 되어주던 배일 것이다
돛이 잘려나간 돛단배처럼 되어
바다를 하염없이 떠돌다
어느새 움직임이 멈추어
바다 속에 삼켜진 배들처럼
마냥 가라앉는다
길 잃은 배가 가라앉듯 한다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던듯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