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은 셀 수 있었고 

사랑의 무게는 달 수 있었고

시간의 너비도 잴 수 있었고 

거리역시 측량할 수 있었으나

그 정만큼은 가늠할 수 없어

끝내 팔아버리지도 못하고

맞잡은 손 놓지 못하는데,


깍지는 서로를 아교처럼 붙들지만

비오는 날 헐거워져 떠나갈까 

또다시 품속에 숨겨 말리는 것은

정 때문에 떠나지 못함일까

아직도 재지 못한 사랑이 남아있음일까


그렇게 재지 못한 것들이

청산하지 못한 빚마냥

내게 드리운 네 빛은

쌓이고 쌓이다 못해

내 흉중 깊은 곳에

가장 깊은 그림자를 남겼으니


그 깊이 더는 모르겠으나

꽤나 아픈 것이 아주 깊은 듯 했고

그 너비 더는 모르겠으나

그 형상 분명 너를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