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눅한 하늘 비치는 창문 속의 사람은
자꾸만 자신을 바라봅니다
무엇인가 그리운지
멀뚱멀뚱, 쳐다봅니다

고개를 돌리면
읽지 못한 책들과
전하지 못한 답장들이
책상 한 쪽에
먼지 낀 채로 덩그러니 끼어있습니다.

검게 멍든 종이 한 귀퉁이가 새벽 속 외침에 흩날릴 때
눈물 한 방울 옥상 난간에 툭 하고 스칠 때
회신 없이 바다 건너간 그대에게
학종이로 접은 비행기를 저 섬으로 한번 날려보려고,

사백 원 짜리 우표 한 장 뜯어
디엔에이 가득 담아 침 바르고
날개 속에 붙일까 합니다

아름답게 산화하며 떠나간 날에
발치에 그대 슬며시 흘리놓은
전자 하나만 남아있더라도
뜨겁게, 그것을 사랑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