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십쇼. 잘 찾아오셨습니다. 괴이한 일상의 박물관 관장, 인사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어두운 공간에 들어온 환한 금발의 여성은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박물관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미 세상의 어두운 면이 그녀에게 스며든 것일까.


환한 금발과 아름다운 외모와 대비되는 어두운 얼굴은 세상을 많이 살아왔던 관장에게도 당혹감을 주기 충분했다.


'오늘의 첫 손님은 어둡구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그녀에게 어떻게 박물관을 안내해야할지 고민하는데, 소녀는 블랙홀과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를 놀래킬 작품은 없나요?"


"물론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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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관장은 그녀에게 마음에 들만한 작품들을 직접 나서서 하나씩 설명을 해줬지만 그녀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흥미 없는듯한 표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녀에게 삶이란 무겁고 힘들어보이는 것으로 느껴질만큼 힘겨운 표정이었지만, 관장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설명했다.


"이제 괜찮아요.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아가씨. 마음에 드셨는지요."


"신경써주신 덕분에 재밌게 들었네요."


"다행입니다."


그녀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어둠을 가득 안은채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녀의 시선엔 빨간 버튼이 보였다.


마치 어둡게 내려앉은 박물관 내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홀로 반짝이며 굳건이 서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전에 없던 흥미를 가진다.


"이게 뭔가요?"


"그건 누르면 안되는 버튼입니다."


"왜 누르면 안되나요?"


"제가 들여올 당시에 이상한 소문이 많더군요. 그래도 박물관에 들여왔는데 혼자 창고에 있으면 아쉽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시해놓은 것입니다."


"...나와 비슷하네."


관장이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목소리엔 작은 빛이 들여와 있었다.


"그렇군요. 눌러봐도 되나요?"


그 말에 왼쪽 눈을 들썩인 관장은 그녀의 시선이 빨간 버튼에 여전히 붙어있는걸 보고 말한다.


"수상한 물건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제가 할 수 없는건 없으니까요."


그리고 소녀가 버튼을 누르자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듯이 소녀는 손을 뗀다.


그리고 일말의 희망을 찾는듯이 관장을 쳐다본다.


"이 버튼을 이 앞에 놔두신 이유가 있나요."


관장은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신중하게 말한다.


"그 버튼은 제가 아끼는 겁니다. 그래서 놔둔겁니다."


"이 버튼이 관장님에겐 무슨 의미가 있나요?"


"세상은 어둡지만 작은 희망이 필요합니다. 이 버튼은 이 어두운 박물관에서 유일하게 새빨간색으로 눈에 띄죠. 저는 이 버튼을 작은 희망이라고 별명을 지었습니다."


"...작은 희망이요."


"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니까요."

"...희망이라."


소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 말이 맞다는 듯이 수긍한다.


"맞는 말인거 같네요. 오늘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저야 영광입니다. 작은 희망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