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총을 점검하고 홀스터에 넣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린 씨가 위험한 일이라고 설교했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일은 해야 하고, 돈은 또 많이 주니까 나쁠 건 없지…
쿵!
아오가 자는 방을 지나가는데, 그 방에서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만약 물품이 부숴진다면 내가 물어 주어야 하기에 나는 그 방의 문을 박차고 열자 아오가 침대에서 떨어져 있었다. 후…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동생이라니까…
“으…”
아오가 잠을 뒤척였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안아 침대에 올려 주었다. 그러고 이불을 덮여주니 다시 그녀는 이불을 걷어찼다. 귀찮게 하네… 나는 그녀를 그대로 두고 방문을 닫고 나왔다. 나는 잠을 자러 류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엉? 이제 들어 왔냐? 좀 늦었네.”
코끼리가 덜렁거리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의 류가 있었다. 눈만 버렸군. 그냥 다른 방 하나를 잡을까.
“씻고 내일 나갈 준비나 해. 난 그냥 잔다.”
류는 옷을 꺼내 입고 침대에 누웠다. 나는 그가 옷을 입을 때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나는 샤워기를 켰다.
“아야!”
다쳤던 몸에 뜨거운 물이 뿌려졌다. 나는 내 다리를 보았다. 아, 또 흉터가 남았네. 혹시 등에도 흉터 더 많아진 거 아니야? 나는 거울에 내 등을 비춰 보았다. 흉터투성이인 등에 거대한 상처 하나와 다른 작은 상처들이 보였다. 린 씨가 치유를 해주시더라도 흉터가 조금 남아서 조금 보기 흉하다.
“다리 말고는 없구나.”
샤워기를 들어 전신에 물을 뿌렸다. 전신이 따듯해지며 새로 생긴 흉터의 욱신거림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는 몸에 바디 워시를 묻히고 씻기 시작했다. 전신에 물이 묻자 한숨이 나오며 전신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후… 이 빌어먹을 흉터들은 어떻게 안 되려나…”
내 몸에 남아있는 거품을 밀어내며 물을 맞았다. 이럴수록 기분이 풀어지고 피로도 순식간에 녹는 느낌이다. 나는 빌어먹게 울퉁불퉁한 등을 씻고, 샤워실을 나왔다. 내 몸에서 뚝뚝 흐르는 물을 닦으면서 침대에 앉았다. 옷을… 어디 뒀더라? 에라 모르겠다. 나는 물기를 닦고 수건을 류의 얼굴로 던지고서 누웠다. 류는 그런 상태로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썅… 그냥 자야지.”
눈을 감자 피로가 밀려왔다. 내일 할 일이 너무도 귀찮지만… 그걸 피곤한 채로 하면 죽을지도 모르기에 나는 잠들었다. …엿 같은 산맥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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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숨 막혀 죽겠네. 수건이 무슨 숨을 막고 난리야. 죽는 줄 알았네. 휴엔은… 자고 있네. 나는 기지개를 켜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깨와 등에서 뿌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어제 좀 심하게 놀았나? 어디 보자… 내 무기를 어디 뒀더라? 아, 침대 옆에 두었던가. 아오도 슬슬 깰 시간일 텐데 옆방이나 한번 가볼까? 나는 장도를 챙긴 뒤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자 방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오가 급하게 문을 열었다. 그녀는 하얀 티셔츠를 입고 젖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배고파서. 휴엔 녀석은 일어날 거 같지도 않고.”
“들어와… 내가 요리할게. 휴엔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어느 정도 해.”
휴엔이 그렇게 요리를 잘하나? 그것보다는 애초에 녀석이 전투 외에 무언가를 잘 한다는 거부터 신기하네. 아오가 방문을 열어주자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레아가 갑자기 나타난 내 머리 위에 목마를 탔다. 보통 같았으면 반응하고 다른 곳에 앉혀 주었겠지만 레아는 반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우왁!!”
“헤헤, 놀랐어요?”
“어떻게 한 거야?”
“능력이에요. 이름은 『블레이드 디멘션』. 제가 해방자래요!”
해방자라고? 이 아이가? 허, 해방자라니. 그런데 그렇다고 하는 것은 설마…?
“혹시 얘도 데려갈 셈이야?”
“난 안된다 했어~ 그래도 어떻게든 가고 싶대.”
호기심이 생길 나이긴 하지. 하지만 이것은 생겨서는 안 되는 호기심이다. 어린 아이가 이 일에 관심을 가진다면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말이다. 어떻게 보면 휴엔이 그런 좋은 예시겠지. 녀석은 이 헌터 업계의 그림자 같은 녀석이다. 아마 녀석은 혼자서 일할 때 살려서 잡아 와야 하는 녀석들은 잡아 온 적이 없겠지. 녀석은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 아니, 정확히는 죄책감이 결여되어있다.
“그런데 레아. 무기는 어떤 걸 쓰려고?”
“으음… 검이요!”
“음? 검은 못 들 텐데… 괜찮겠어?”
아오는 내 목에 탄 레아와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내리려 했으나 그녀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테이블 쪽에 나타났다.
“에이~ 저도 해방자에요! 할 수 있어요!”
아오는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었다. 음… 냄새를 보아하니 볶음밥인가? 린 씨가 해준 적도 있었지. 린 씨가 해주셨던 볶음밥보다 훨씬 더 고소한 냄새가 났다.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더 배가 고파왔다.
“빨리 줘~ 배고파!”
“애도 아니고… 기다려!”
그녀는 프라이팬을 테이블로 들고 왔다. 레아는 의자에 앉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나는 의자를 끌고 앉았다. 아오는 프라이팬에 있던 볶음밥을 조심스럽게 그릇에 담았다. 음~ 정말 냄새가 죽여주네. 구수한 냄새가 장난이 아니게 퍼졌다.
“오~! 맛있겠다. 맛있게 먹을게~”
나는 숟가락을 들고 볶음밥을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눈앞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여관의 땅바닥이 용암으로 바뀌며, 천장에서 거대한 우박이 떨어지며, 내 혀에 가뭄이 일어 갈라지고, 내 식도가 불탔다,
“어때 맛있어?”
“읍… 어… 맛… 있어.”
그 말을 듣고 레아가 먹으려 하자 나는 내 숟가락으로 그것까지 퍼먹었다. 나는 그것을 한 번에 삼켰다.
“꺄앗… 왜 그래!?”
“그웁… 미안해… 너무 맛있어서 그만. 레아는 내가… 사 먹일게. 잠시만 따라와 보렴…”
나는 레아를 데리고 잠시 방 밖으로 나왔다. 레아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 못 한 표정이었다.
“으… 내가 널 구했어. 진짜 고마워해…”
“……”
레아가 입을 열려고 했다가 닫았다. 내가 벽에 기대고 있자 레아는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상냥한 아이구나. 그 순간 속에서 볶음밥의 맛이 물결처럼 느껴져왔다. 나는 급하게 내 방의 화장실로 들어가서 신 맛이 나는 성수를 뱉어냈다.
“구웨에에엑!! 구워아아아악!”
그 순간 휴엔이 완전 무장한 상태로 나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이 녀석이 그럴 녀석은 아닐… 텐데?
“아오가 만든 요리는 음식이 아니야. 다음으로는 절대 먹지 마.”
언제 일어난 거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녀석은 바로 그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옆 방에서 음식 냄새가 나서. 그냥 돈 줄 테니까 바깥에서 먹고 와. 아오는 내가 어떻게 해 놓을게.”
미리 말해 줬으면 싶었지만. 이 세상의 누구보다 구두쇠인 녀석이 돈을 줬다는 것에 매우 놀라 뭐라 말하지 못했다. 나는 일어나서 그것을 받았다. 그러자 휴엔은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푸하하하하하하! 아니 대체 얼마나 먹었길래 그렇게 토하는 거야? 웃겨 죽겠네. 푸하하하!”
잘생긴 녀석이 짜증나게 이러니까 안 날 짜증인데도 심하게 짜증이 났다. 얼굴을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나는 그가 건네는 돈을 받고 방을 나왔다.
“아 맞다. 아오가 레아 데리고 다니겠다는데? 그리고 걔 해방자더라.”
“그러던가. 나는 죽어도 책임은 안 진다고 전해.”
참… 이상한 녀석이야. 얼마나 줬는지 볼까? 하나, 둘, 셋… 10 아크 지폐가 3장. 총 30 아크네. 그러면… 못 먹을 건 없겠네.
“그럼 레아 데리고 다녀올게. 아오한테는 좀 얘기 잘 해줘.”
“그래. 네가 그 음식을 정. 말. 좋아했다고 전해둘게. 푸하하하하!”
진짜 얄미운 녀석이네. 에휴~ 잘 챙겨 주는 이상한 녀석… 나는 방을 나와서 레아를 데리고 음식을 먹으러 갔다. 김밥이나 사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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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 방에서 나가자 휴엔은 옷을 갈아입고는 방문을 열고 아오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휴엔이 문을 열자 아오가 침대에 앉아있었다.
“이제 깬 거야? 류는 어디 갔어?”
“레아랑 산책이나 다녀오겠지. 내 알 바는 아니잖아.”
휴엔이 테이블을 지나 부엌으로 향했다. 그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 순간 아오가 그에게 외쳤다.
“거기! 왼쪽에 걸려있잖아.”
“아 여깄구나.”
휴엔이 왼쪽에 걸려있던 앞치마를 둘렀다. 그는 거북이 같은 얼굴로 주방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냉장고를 열어 그 안을 확인했다.
“아오. 대체 뭘 만든 거야? 왜 남은 게 양배추 밖에 없어?”
“볶음밥 했는데? 왜?”
“나는 먹지 말라는 거야?”
아오가 아! 하고 놀라자 휴엔은 머리를 짚었다. 그는 그럴 틈도 없이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남은 거라고는… 식빵, 케찹, 마요네즈, 양배추? 진짜 대충 먹고 가야겠네.”
“하하… 미안해.”
“흠… 뭐 됬어 대충 먹지 뭐.”
휴엔은 그렇게 말하며 양배추를 잘게 썰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하는 소리가 나며 양배추를 썰었다. 그는 순식간에 그것을 썰고 나서 양배추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넣고 그것을 젓가락으로 섞기 시작했다.
“아오. 너도 먹었냐?”
“응? 볶음밥 얘기야? 아니, 안먹었는데.”
“그럼 너도 이거나 먹고 치우자.”
그렇게 말하며 그는 케첩과 마요네즈가 묻은 양배추를 식빵 위에 올리고 그 위에 또 하나의 식빵을 올려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그것을 4개정도 만들고서 그는 테이블에 그것을 가지고 갔다.
“먹고, 갈 준비나 하자. 류는 곧 들어오겠지.”
“그래! 역시 네가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다니까~ 진짜 어떻게 이렇게 요리를 잘 하는 거야?”
“사냥 나갈 때 밖에서 대충 먹을 음식 만들다 보니까 뭐… 그렇게 됐지. 됐으니까 먹기나 해.”
그들은 아삭 아삭하는 소리를 내며 평온하게 샌드위치를 먹었다. 오늘 있을 폭풍과도 같은 일을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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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