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단절의 뒤로 유일하게 따듯한 햇빛이, 딱 한군데서만 투과하여 발치에 닿았다.

  나는 발가락을 꿈찔거려 화답한다. 발가락에는 무엇도 닿지 않는다. 땅은 나의 발 끝을 떠나갔다. 햇빛은 나의 발을 떠나지 않는다. 점차 발을 타고 올라오는 온기가 느껴진다. 

  종아리, 정강이, 온통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 곳곳들에서 반가운 온기가 나를 맞아준다. 반바지를 입은것은 꽤나 적절한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햇빛을 닿게 하는 의식이다.

  허리, 배, 가슴, 목까지 치밀어 올라온다. 적적한 가슴이 마침내 따듯해진다. 햇빛을 한아름 안는다. 연말의 햇빛이다. 새해의 해다. 따듯하다 못해 뜨겁다.

  눈에 박인다. 따끔거리게 찾아온다. 나는 운다. 펑펑 운다. 미지근한 눈물이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다. 나는 운다. 왜 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운다. 울지 못했던 순간 순간들을 운다. 

  소리 내지 않는다. 


  야산에선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응답을 기다린다. 괴물이 울부짗기를 바란다. 

  목이 매인다. 울어서는 아니다. 목이 더욱 매인다. 이 때를 기다린듯 조여온다. 이 때를 기다린것이 맞다.

  해가 기상한다.

  새가 비상한다.

  소리 내지 않는다.


  차갑다. 엄청나게 차갑다. 실은 차가운지 아닌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무엇이든 모르겠다. 뜨겁다. 차갑다. 모르겠다. 생각나지 않는다. 아프다. 모르겠다.

  화사한 관통이 잿빛으로 물들어간다. 세상이 온통 물들어간다. 발끝이 물들어간다. 눈물로 씻고 다시 보아도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불혹한 잿색이다.

  물들어 올라온다. 종아리, 정강이, 허리, 배, 가슴, 목은 보이지 않는다. 눈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잿색은 어두워진다. 보이지 않는다.

  생각나지 않는다. 점차 더욱 모르겠다.

  소리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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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