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치안유지대원 10여명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난거지? 헤임달이랑 마리는 어디 간 거야? 고개를 들어 그들의 뒤쪽을 봤다. 윽. 알고보니 뒤에 모노 아이도 한 대 서 있었다. 그것의 이글거리는 눈이 나를, 내 안의 무언가를 노려보았다. 나는 마치 뱀에 홀린 쥐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봐, 그 WM 어디서 났어?"

헤임달의 갑옷보다 저 모노 아이의 눈이 더 밝고 뜨겁게 느껴진다.

"어? 사람 말이 말같지가 않아? 삼림 파괴에, 불법 무기 소지에, 공무 집행 방해까지 추가해 줄까? 엉?"

헤임달의 태양풍이 만든 크레이터 한가운데에 모노 아이가 서 있다. 그렇게 보니 모노 아이가 착륙하면서 그 크레이터를 만든 것 같다.


5살의 그 아이는 울고 있다. 그의 곁에는 산산이 부서진 셰퍼드와 모노 아이가 있다. 모노 아이의 눈은 본체와 분리되어서도 빛이 꺼지지 않았다. 쓰러진 누나를 각도의 장난으로 더 훤히 비추게 되었다. 그 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다. 모노 아이의 눈은 여전히 그 아이를 비추고 있다. 아이는 목놓아 울고 있다. 빛이 그 아이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 때 내가 울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지금도 울고 싶은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 치안유지대가 질책하는 소리는 내 귀에 울리는 셰퍼드의 총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모노 아이는 그 때도 날 노려봤고, 지금도 날 노려보고 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저 멀쩡한 숲 속으로 도망갈까 생각해봤다. 모노 아이의 불빛이 거기서도 보일 것 같아 포기했다. 그들은 아직도 나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다. 모노 아이는 아직도 날 노려보고 있다.

"진짜 이 자식이 귀가 먹었나!"

대원 하나가 삼단봉을 꺼내어 내 머리를 후려쳤다. 물론 '신'때문에 아프진 않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정신이 혼미해졌다.

주변에 대원들이 잔뜩 쓰러져 있었다. 모노 아이도 산산조각 나 있었다. 뽑혀 나온 모노 아이의 눈은 꺼져 있었지만, 햇빛을 반사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다리가 풀려서 모노 아이가 보는 앞에 주저앉아 아기처럼 웅크리고 울기 시작했다.


"테스, 일어나!"

아. 랜스 형이구나. 울다가 지쳐 잠든 듯 했다. 모노 아이의 눈은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다. 얼굴로 흘러내린 눈물이 굳어 살짝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제가. 제가 무슨 짓을 한거죠?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잠이나 자다니..."

"괜찮아. 다 해결됐어."

자초지종은 랜스 형한테 다 들을 수 있었다. 헤임달은 어찌 된 일인지 기절한 나에게 신경쓰지 않았고, 투명화한 마리를 찾아다녔다 한다. 마리는 날 보호하기 위해 투명화를 풀고 헤임달을 교장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유인했고, 교장 선생님이 오랜 혈투 끝에 그를 제압했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도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랜스 형이 나를 부축했다. 혹시 랜스 형도 속으로 날 욕하고 있을까? 모노 아이의 눈이 날 조소하듯 본다. 교장 선생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실까.

“테스. 좀 더 내쪽으로 기대봐.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내 몸을 형에게서 빼고 있었다. 대체 왜였을까. 모노 아이의 눈은 아직도 날 노려보고 있다.


학교로 돌아왔다. 보금자리로 왔다는 안도감에 온 몸이 이완되었다.

“테스. 어디 힘든 거 있어?”

랜스 형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무거웠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전혀 안 괜찮아 보였을 꺼다. 목소리가 가늘지만 누구라도 알 수 있게 떨렸으니까. 랜스 형의 표정이 마스크 너머에서도 다 보였다. 어딘가 걱정거리가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교장선생님이 널 부르실 때까지 잠시 여기서 쉬고 있어.”

걷다 보니 보건실에 도착했다. 랜스 형이 날 놓아주고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여니 마리가 다친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마리, 괜찮아?”

내가 붕대 감는 것을 도와주려고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가 갑자기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마리?”

“따뜻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마리.”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테스. 미안해.”

무슨 소리야. 네가 내 옆구리를 차서 죽을 뻔한 걸 구해줬잖아. 내가 더 고맙고 미안하지.

“...”

말이 선뜻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떼어 내려 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은 곧 울 듯이 눈물이 맺혀 있었고, 호흡은 곧 끊어질 것처럼 위태롭고 거칠었다. 그녀를 안기만 했는데도 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맥박도 거칠었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기대도록 해 주었다. 한 번도 이런 경우 없었는데. 그동안 숨겨왔나? 아니면 오늘 처음 이러나? 그녀는 지친 나머지 내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그래. 공황 발작은 힘들지. 나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테스. 교장선생님께서 부르신다.”

랜스 형이 어느새 날 불렀다. 나는 조용히 밖으로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