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늦게 퇴근했네.... ” 

 

 

늦은 저녁시간 이제야 일을 끝마치고 집에 도착한 얀순이. 직장상사한테 깨지고, 직장 선배한테는 일 짬처리 받고, 새로 들어온 부사수놈은 씹폐급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줘야 했다. 얘가 어떻게 이 회사에 들어온 건지 신기했는데. 스펙도 별로고 학벌도 별로여서 낙하산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하던 얀순이였다. 

 

 

요즘 들어 일하는 게 너무 힘드네. 하지만 내가 돈을 벌어야 우리 토끼 같은 남편이랑 여우 같은 딸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거야. 얀붕이도 집에서 열심히 살림살이하며 일하고 있고 나만 일하는 것도 아닌데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 

 

 

“ 얀붕아 나왔어! ”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 봤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집에 아무도 없나 확인차 얀진이 방 방문을 열어봤는데. 

 

 

“ 엄마 왔어요? ” 

 

 

얀진이는 침대에 누워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아이고 우리 딸 자려고 그랬어? 미안 엄마가 깨운 건 아닌지 모르겠네. 근데 아빠는 어딨어? ” 

 

 

“ 아빠는 거실에서 티비보고 있어요! 엄마 저 졸려서 먼저 잘게요. ” 

 

 

“ 그래 잘 자~ ”

 

 

얀순이는 방문을 닫았다. 결혼 초기에는 내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얀붕이가 항상 내가 오기전 부터 나를 기다리며 반겨주었다. 하지만 얀진이가 생기고 난 이후로는 그 빈도가 점점 줄더니 지금은 아예 하질 않는다. 

 

 

“ 얀붕아 나왔어. ” 

 

 

얀붕이는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 어 왔어? ” 

 

 

얀붕이의 시선은 티비에 고정되어 있었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 얀붕아 집에 먹을 거 있어? 나 밥 안 먹었어. ” 

 

 

“ 지금까지 밥도 안 먹고 뭐 했어? 집에 먹을 거 없는데. 시켜 먹던가. ” 

 

 

“ 됐어. 그냥 굶을래. 근데 지금 뭐 보는 거야? ” 

 

 

“ 이거 몰라? 지금 제일 인기 많은 드라마인데. 이런 것도 안 보고 뭐하고 다니는거야? ” 

 

 

“ 내가 이런 거 볼 시간이 어디 있어 일하느라 볼 시간도 없는데. ” 

 

 

“ 뭐 얼마나 바쁘다고. ” 

 

 

“ 아 맞다. 어제 내가 부탁한 정장은 세탁소에 맡겼어? ” 

 

 

“ 정장? 아 그거 안 했는데. ”

 

 

“ 아니. 나 내일 회의에서 중요한 발표 한다고 그거 맡겨 달라고 했잖아! ” 

 

 

“ 그냥 다른 거 입고가. 지금은 세탁소 문 닫았지. ” 

 

 

화를 내보려고 했으나 화낼 기운이 없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짐을 풀면서 집안을 둘러봤는데 오늘 저녁도 얀진이랑 시켜 먹었는지 식탁 위에 배달용기가 있었고 베란다에는 빨래를 얼마나 안 한 건지 빨랫감이 쌓여 있었다. 바닥 청소도 한지 오래됐는지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먼지랑 조그만 쓰레기들이 달라붙었다. 

 

 

“ 집안 상태가 왜 이런 거야.... 집에서 놀기만 하나? 대체 집에서 뭘 하는 거지? ” 

 

 

얀순이는 얀붕이도 어떤 사연이 있겠지 하며 얀붕이를 이해해보려고 했다. 짐을 풀고 재빠르게 샤워를 마친 얀순이는 그래도 최근에 비해 비교적 일찍 집에 들어와서 그런가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는데. 

 

 

“ 얀붕아. 지금 얀진이도 자는데 오랜만에 어때? ” 

 

 

“ 지.. 지금? ” 

 

 

“ 나 일 때문에 바빠서 늦게 들어오는 날 많아서 우리 한지 좀 됐잖아. 하자. 응? ” 

 

 

얀붕이는 진짜 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얀붕이 머릿속에서 전구라도 켜진 거처럼 얀붕이의 눈썹이 움직였는데. 

 

 

“ 얀순아 그럼 나 돈 줘. ”

 

 

“ 그게 무슨 소리야? ” 

 

 

“ 요즘 호빠 얼마하는지 알아? ”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 

 

 

“ 그래? 뭐 대충 10만 원 하지 않을까. 그럼 나 5만 원만 줘. ” 

 

 

“ 내가 왜? ” 

 

 

“ 솔직히 나도 피곤하고 하는 것도 힘든데 내가 뭔가 받는 거라도 있어야지. 호빠보다 훨씬 싸게 해 주는 거다? 안 줄 거면 나 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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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안을 받은 얀순이의 행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