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얀진이라고 해요! 

저는 얀챈아파트 101동 1001호에 살고 있어요! 

얀챈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요. 또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탕후루이고, 가장 친한 친구는 같은 반 얀희이고 또오...... 

 

 

근데요 요즘 고민이 있어요. 

 

 

요즘 저희 부모님 사이가 너무 안 좋아요.... 

맨날 아침마다 큰 목소리로 저번에 학교에서 얀돌이가 태블릿으로 보여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싸우시더니, 이제는 서로 아는 척도 안 하세요.... 어제는 아빠가 저한테 와서는 이런 말을 했어요. 

 

 

“ 얀진아. 아빠 엄마랑 이혼하려고 하는데 얀진이는 아빠 따라올 거지? ” 

 

 

저는 아빠가 너무 좋아서 끝까지 아빠 따라갈 거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는데요! 근데 이혼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선생님이 저한테 힘내라고 마이쮸를 주시더라고요? 그러고는 우시면서 저를 안아주시더니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라면서 안 알려주셨어요. 이혼은 안 좋은 뜻인가 봐요. 

 

 

지겨웠던 학교 수업이 다 끝나고 집에 갔는데요. 오늘도 엄마 아빠 두 분이서 싸우고 있었어요. 

 

 

“ 제발 그만해. 나 너무 힘들어. 나 이렇게는 못살겠어. 당신이라는 사람 너무 지긋지긋해. 우리 이혼하자. 제발 나를 이제 그만 놔줘. ” 

 

 

“ 뭐라고? 이혼하자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말을 입에서 꺼낼 수 있어! ” 

 

 

“ 다.. 다녀왔습니다. ”

 

 

“ 얀진이 왔니? 엄마 아빠랑 할 말 있으니까 놀이터 가서 놀다 올래? ” 

 

 

엄마는 저게 5천 원을 주시면서 말하셨어요. 저는 다시 현관문 밖으로 나갔는데, 제가 나가자마자 현관문 너머로 두 분이서 큰 목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싸우시는 걸까요? 그냥 저랑 얀희가 그랬던 거처럼 두 분이서 탕후루 나눠먹으면서 화해하시면 안 되는 걸까요? 제가 할 수 있는건 없는 걸까요? 요즘 너무 고민이에요... 

 

 

엄마가 주신 5천원으로 탕후루를 사가서 두 분을 화해시켜 볼까 생각하며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빡빡이 아저씨가 제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오셨어요. 

 

 

“ 우리 꼬마 아가씨 걱정이 많아 보이네? 아저씨한테 다 말해볼래? ” 

 

 

“ 저희 아빠가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지 말랬어요! ” 

 

 

“ 하하! 너 되게 똑 부러지는 아이구나. 그럼 지금부터 아저씨랑 친구 하면 되겠네. ” 

 

 

“ 친구요? 아저씨랑요? ” 

 

 

“ 아저씨랑 비밀 친구 안 할래? 친구끼리는 서로 말해도 되잖아. ” 

 

 

“ 그렇지만 저는 아저씨 이름도 모르는데요오? ” 

 

 

기분 나쁘게 생긴 대머리 아저씨는 입고 있던 점퍼 지퍼를 열더니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셨어요. 지퍼를 여는 순간 지퍼 안에서 역한 냄새가 나던데, 반에서 평소에 잘 안 씻는 얀중이한테 나는 냄새 보다 더 심한 냄새가 났어요. 

 

 

“ 자. 이건 사이가 좋아지는 약이란다. ” 

 

 

“ 사이가 좋아지는 약이요? ” 

 

 

“ 그래. 아무리 사이가 안 좋은 사람끼리도 이 약을 먹으면 바로 사이가 좋아지지. ” 

 

 

“ 우와! 정말요? ” 

 

 

“ 그래. 그래. 그렇단다. 이 약을 먹고 아저씨랑 친해지지 않을래? 아저씨랑 친구 하면 과자랑 용돈도 많이 받을 수 있다? ” 

 

 

“ 그럼 빨리 주세요 아저씨! ” 

 

 

이번에는 말이 잘 통하는 아이구나. 일이 쉽게 해결되겠는데. 요즘 아이들은 교육을 잘 받고 자라서 그런가 꼬시기가 너무 힘든데, 아직도 이런 아이가 남아 있구나. 

 

 

“ 자 여기 있다! 그냥 꿀떡 삼키면 된단다! ” 

 

 

이번에는 어떤 플레이를 해볼까. 아 그렇지! 영상을 찍어서 돈을 벌어볼까? 녹화해서 인터넷에다가 팔면 분명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다. 그럼 어떤 플레이가 인기 많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와중. 

 

 

“ 아저씨 고마워요! ”

 

 

꼬마 아가씨는 약봉지를 낚아채가더니, 잽싸게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너무 잽싸서 불편한 내 다리로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저 약이 하나에 얼마나 하는데! 냉큼 돌아오라고 소리쳤지만 돌아올 리가 없었다. 이런 시발. 아깝다! 

 

 

“ 이것만 있으면 우리 엄마 아빠를 화해시킬 수 있겠어! ” 

 

 

집에 다시 들어가 보니까 아빠는 어디 나가셨고 엄마만 집에 계셨어요. 엄마는 집에 들어온 저를 보시더니. 저녁 안 먹었지? 라면서 밥을 차려주시기 시작하셨어요. 오늘 아침에 먹다 남은 카레를 끓여주셨는데, 엄마가 만드신 카레는 언제 먹어도 정말 맛있는 거 같아요. 

 

 

저녁밥이 다 차려지고 엄마는 물을 가져오시겠다면서 냉장고에 간사이에 제가 엄마 카레라이스에다가 아까 대머리 아저씨가 주신 약을 모두 쏟아부어 버렸어요! 이러면 사이가 몇십 배로 좋아지시겠죠? 

 

 

“ 자. 아빠는 나가서 먹고 들어온다니까 우리끼리 먹자. ” 

 

 

엄마는 카레를 한입 드시더니 카레가 상했나? 라고 하시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셨어요. 하지만 제가 카레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고는 아닌가 보다 라고 하시며 다시 카레를 드시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카레를 싹싹 다 비우시더니 숟가락을 내려놓고 숨을 헐떡이시며 뭔가 많이 힘겨우신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 얀진아..... 저번에 동생... 가지고 싶다고 했지.....? ” 

 

 

“ 동생이요? 네! 가지고 싶어요! ” 

 

 

“ 오늘 엄마가 만들어줄게.....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지.......? ”

 

 

“ 네 엄마! 그럼 저번에 알려주신 대로 할게요! ” 

 

 

엄마가 알려준 건데요. 저번에 티비 방송에서 연예인이 아기 출산하는 장면을 보고 궁금해서 엄마한테 아기는 어떻게 생기냐고 물어봤었는데요. 엄마가 알려주기를 아기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 두 명이 꼭 껴안고 이불을 덮고 잠을 자면 아기가 생긴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방해나 외압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러면 아기가 깜짝 놀라서 달아나 버린데요. 그러면 저는 엄마 아빠가 아기를 만들 동안 제 방 안에서 꼼짝없이 가만히 있어야 되겠죠? 

 

 

“ 네 엄마! 그럼 저 일찍 잘게요! ” 

 

 

“ 그래.... 우리 딸 착하지..... 아빠 곧 들어오실 거니까 먼저 들어가서 잘래...? ” 

 

 

“ 네 엄마. 아! 저는 남동생이 좋아요! ” 

 

 

“ 그래.... 그래... 노력해 볼게..... ” 

 

 

저는 빨리 치카치카를 다하고 제 침대에 누웠어요. 저는 남동생이 너무 가지고 싶어요! 제 친구 얀희가 말하기를 남동생이랑 같이 침대에서 레슬링 놀이를 하면 그렇게 재밌다네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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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다가 쉬야가 너무 마려웠어요. 나가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도저히 못 참겠어서 제 방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아요. 숨도 죽이고 아주 조용히 사뿐사뿐 걸으며 화장실로 가는 중에 부모님 방에서 엄마가 아빠를 마구 때리는 소리가 들렀어요. 아직도 사이가 안 좋으신 걸까요? 

 

 

“ 더! 더해주세요! 제발요! 너무 좋아요... 두번 다시는 개기지 않을게요.... 더....! 더해주세요.....! 더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요! ” 

 

 

아빠가 울면서 소리 질렀어요. 하지만 아빠는 기분이 좋데요. 맞는 게 기분이 좋은 걸까요? 저는 게임 벌칙으로 딱밤을 맞을 때마다 아프기만 하던데. 참 이상하네요? 그래도 두 분이서 다시 사이가 좋아지신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이름 모를 대머리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