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 파티의 일원이자 용사였던 나.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여정을 떠났던 우리는 마왕을 쓰러뜨리진 못 했지만 마왕과 평화협정을 맺는데 성공했다.


물론 처음엔 세간이 반발이 심했지만, 마왕과 영혼으로 맺은 계약임을 보여주었고, 제국의 황제가 내 편을 들어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러들었다.


그렇게 평화를 되찾은 후 황제에게서 받은 저택에서 마계에서 가져온 보물을 팔은 돈으로 무위도식하고 있던 날.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3명의 어린아이들이 저택 밖에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3명 다 어린 소녀였는데, 금발 은발 백발로 갖가지 머리색을 지니고 있었고, 더 자란다면 필시 남자들의 마음을 홀리고 다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 왔냐는 내 질문에 금발의 소녀가 말없이 건넨 편지하나.


그 안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심심할 것 같아서 준비했다. 내가 너를 키웠듯이 한 번 잘 키워봐.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너와 내 사이인데.


모를 수가 없는 스승의 필체.


과거 스승에게 은혜를 입은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을 제자로 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들이지 않은 제자들과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남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네! 스승님!"""


서점에 책을 사러 심부름을 보낸 녀석들이 돌아오자마자 내게 물었다.


"그건 왜?"


갑자기 그런 걸 왜 묻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되묻자.


"남자를 사로잡는 101가지 방법이란 제목의 책을 봤거든요! 그런데 점원 언니가 못 보게 해서요. 그래서 스승님께 여쭤보려고요!"


금발의 소녀, 리일라가 말했다.


...어린아이도 가는 서점에 그런 걸 놔둬도 되는 거야?


아니,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이니 그런 걸 발견할 만한가?


아이들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순수한 사랑 얘기를 해줘야겠다. 생각했는데.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차피 9살 어린아이이니 이해하지 못 하겠지?


나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여자가 남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쉽고 빠른 방법은 역시 강제성을 부여하는 거다."


"강제성이요?"


"그래. 예를 들면, 귀족이 평민을 다루듯 권력으로 억지로 데려온다던가."


"오..."


리일라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예시는요?"


이번엔 백발의 소녀, 리에나가 물었다.


"힘으로 잡아두는 거지."

"힘이요?"

"그래. 만약 여자의 강함이 남자보다 더, 그것도 한 나라를 상대할 정도로 강해진다면, 남자는 거절할 수 있겠어?"

"못 하겠죠. 분명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래, 바로 그거야."

"흐응... 그렇군요..."


"또 다른 거, 궁금해."


이번엔 은발의 소녀 라나였다.


원래라면 여기서 그만둬야했다.


내가 생각해놓은 마지막 방법은 성인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왕 장난기가 발동한 거, 끝까지 가자고 생각했다.


"몸이지."

"몸?"


라나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남자는 성욕이 출중해. 그러니 극상의 여자를 안는다면 그 여자말고는 다른 사람은 성에 안 차게 돼서 계속해서 매달리게 되지. 그러면 끝이야."

"안는다는 게 뭐야?"

"그건 네가 좀 더 크면 알려줄게."

"응..."


라나는 아쉽다는 얼굴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 호기심 다 풀렸으면 식탁에 가서 앉아있어. 밥먹을 시간이니까."


"네."

"네~"

"응."


내 말에 쪼르르. 식탁으로 가서 앉는 3명의 소녀들.


나는 그런 그녀들을 보며 어린아이답다는 생각을 하며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 날에 했던,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 했던 실수들 때문에 미래에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첫 번째 실수는 그녀들의 질문이 사랑을 하는 법이 아닌 소유물로 만드는 법을 물어봤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한 것.


두 번째 실수는 그녀들이 미래에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의 황녀,  세계 최강의 용사, 차기 마왕이자 서큐버스 퀸이 되는 것을 미리 눈치채지 못 한 것.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어린 그녀들이 나한테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몰랐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