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보람이라고는 하나 없는 일을 마치고 어둑하니 사람 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거실에 불을 켜고 쉴 준비를 한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일 일을 준비 해야하니 뭔가를 할 시간이 없다. 작년 이맘때즘에야 만나는 사람이 있으니 없는 시간 쪼개가며 사람답게 살았지 지금에 와서는 보여줄 사람도 챙길 마음도  그럴 힘도 없다.



문득 탁자 위로 눈이 간다.



"아....오늘 물주는 날이었지"



너와 헤어지고 네가 준 물건은 다 버렸지만 버리지 못한 작은 화분

 지금에 와서는 무슨 풀 인지도 기억도 안나는  한떨기의 꽃봉오리가 맺힌 화분은 나의 병들고 시들어가는 마음과는 다르게 무성하였다.


화분에 물을 주려 테이블로 가니 화분 아래 종이봉투가 끼어있는 게 보인다.


어제 우편함에서 꺼내 테이블에 던질 때 여기까지 날라온 듯하다.


"잘못 왔나...? 아닌데 나한테 온 게 맞는데... 누가 보냈지?"


혼자 살면서 는거라곤 나이와 혼잣말뿐이라며 요새 혼잣말이 늘었다는 잡생각과 함께 편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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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안녕 잘 지내?

네가 이 편지를 반가워할지는 솔직히 모르겠어

우리가 늘 붙어있을 때도 써본적없는 편지라는걸 처음써보니 말이야


(중략)


네가 내게서 떠나간 다음에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 우리는 여기까지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들었어

네가 내게서 떠날 때 말했듯 나는 차갑고 무감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있잖아,내가 좋아하는 말 기억해?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마라'

너를 보내고 네가 내게 오기 전 삶으로 돌아가려고 했어 그런데 그 생각을 하자마자 숨이 멈추고 머리가 돌지 않더라


그때 깨닫게 되더라 네가 내게 소중했다는 걸 내가 살면서 더 이상 놓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그래서 지금이라도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해 보려 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따가 나를 보면 내게 말해주면 좋겠다.






















ps.안녕?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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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야"


-퍽-


우리가 다시 대면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해후 자체는 계란이 터지는 소리처럼 짧았다.


아, 너는 내 얼굴을 못 봤으니 대면이 아닌가? 뭐 어때? 다시 네가  내 앞에 있다는 게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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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 깨달음은 늘 불현히도 찾아왔다.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도 더욱이 느즈막히 찾아온듯하다.아니면 내가 외면한 걸지도.....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는 문장을 알고 있는가?

언젠지 모를 옛적에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의 근간이 되었다.


언젠가 떠나갈 객을 대하듯 큰 마음 쓰지 않고 갈 때 노자로 보낼 만큼의 알량한 마음말이다


네가 나에게 왔을 때도 그랬으며 네가 나에게 떠날 때도 그랬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꽃이 피고 져도 해가 길어지고 짧아지는 계절이 지나고도 내게서 흘러내리는 마음이 멎을 생각을 안 한다.


이 마음이 격정일까 후회일까,알 수가 없다.

뭐, 아무렴 어떠할까 너를, 내 마음을 허락도 없이 뜯어간 너로 나를 틀어막으면 흘러내리는 마음도 멎지 않을까? 


+++


"드디어..."


기절한 그를 꼭 안으며 그녀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너가 내곁에 없는것 보다는 나을거 같아..."


테이블에 있는 이름 모를 꽃은 수줍게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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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갑자기 삘 와서 써봄

첨 써본거라 이상한 점 있을텐데 피드백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