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머리가...."


샬레의 선생은 지끈거리는 두통과 함께 눈을 떴다.


검지와 중지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고통을 달래다, 이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자...


"여기는....어디야?"


그를 맞이한 것은 낮선 천장과 생전 처음보는 방 안이였다.


장롱 같은 가구 하나 없이 그저 침대와 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진 방 안, 선생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으나,


'캉!'


"무슨...."


들려오는 금속음과 함께, 그는 자신의 목에 채워진 금속제 초커와 침대까지 이어진 쇠사슬을 발견했다.


심지어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제외하면 싯딤의 상자나 휴대전화와 같은 소지품마저 전부 없어진 채였다.


이쯤되면 그도 눈치채게 된다. 누군가가 자신을 납치하여 이 방 안에 가둬놓은 상황,

선생은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신이 어쩌다 이런 장소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전날은 그저 평범하게 샬레에서 업무를 하다가 늦은 시간에 퇴근길에 올랐고, 그렇게 집에 가던 중....


"...어라?"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 들어갔던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은 아마 퇴근길에 누군가가 자신을 납치한 것이리라.


선생은 이런 대담한 짓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추리하기 시작했다.


(대체 누구지...? 게마트리아의 사주를 받은 녀석들인가...? 아니면 헬멧단이나 스케반 학생들이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카이저 코퍼레이션 소속의 누군가가 한 건가? ...젠장, 누군지 전혀 모르겠어. 머리도 계속 아프고.... )


그렇게 한참 동안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사고를 이어 나가던 선생에게, 방 문을 열고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선생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얼이 빠진 목소리로,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아루....?"


"후후후...그래 맞아, 나야 선생님."


선생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게헨나 출신의 학생이자 흥신소 68의 사장인 리쿠하치마 아루, 선생이 끔찍이도 아끼는 학생 중 한명이었다.


선생은 눈 앞에 나타난 아루에게 이 상황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아루...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니? 여기는 어디고? 설마 네가 나를 납치한 거니....?"


선생의 질문을 들은 아루는, 손으로 자신의 머릿결을 쓸어넘기며 나라카로운 미소를 지으며 선생에게 대답했다.


"그 말대로야 선생님. 어젯밤, 퇴근하던 선생님을 납치해서 이 장소에 대리고 온 건 다름아닌 나, 리쿠하치마 아루야."


그 말을 들은 선생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루는 분명 스스로 하드보일드한 무법자를 자칭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근본은 착하고 성실한 아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아루가 자신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아루...! 어째서 이런 짓을...! 넌 이런 아이가 아니잖아 아루!"


"무슨 소리야 선생님? 내가 내 입으로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흥신소라는 불법 조직을 운영하는 하드보일드한 무법자야, 선생님을 납치하는 정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지를 수 있다고?"


"그런....!"


선생은 그 말을 하는 아루의 눈빛을 보았다. 분명 저 눈빛은 한치의 거짓도 없이, 오직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눈이었다.


선생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이미 아루가 자신을 납치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 그렇다면 아루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내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지도해 나가야 하는 상황,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선생은 차분히 아루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아루, 그럼 왜 나를 납치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해서 마음 상하는 일이라도 있었다면 알려주지 않겠니? 그럼 내가 최대한 맞춰줄 수 있을 테니까."


"'잘못해서 마음이 상했다' 라....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네."


"그게 무슨 뜻이니...?"


"우선 선생님 때문에 마음이 상한 건 맞아, 하지만, 그게 선생님이 내게 잘못한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야, 오히려...그 반대라고나 할까?"


"그 반대라니...?"


"선생님은 내 꿈을 이해해주고, 내가 힘들 때 위로해주고, 나를 항상 응원해 주었어, 그래....나한테 무척이나 잘 대해 주었지, 내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될 정도로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니...?"


"후후후...왜 그래 선생님? 꽤 놀란 얼굴이네, 내가 선생님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놀라운거야? 나름 표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선생은 갑작스런 아루의 고백에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고, 아루는 그런 선생 앞에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선생님은 꽤 둔감한 모양이네, 선생님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나 말고도 잔뜩 있다고? 그래, 다른 학생들이 잔뜩....항상 그게 문제였어..."


"아...아루?"


"나는 이렇게나 선생님을 좋아하고 있는데...언제나 선생님만을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그런 것도 모르고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고, 나에게 해줬던 것들을 다른 애들에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해주고....! 나한텐 선생님만이 특별한데, 선생님은 아닌 거지...그렇지....?"


"그렇지 않아 아루...나에게도 너는 특별하고 소중한 학생이야...그러니까-"


"하하하...나를 바보취급 하는 거야 선생님? 선생님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학생은 나 뿐만이 아니잖아? 모두가 특별하고 모두가 소중하다면, 선생님의 '특별'은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거야...내가 그런 말장난에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해....?"


"아루 그, 그건...."


"그래서 난 결정했어, 선생님에게 내가 특별하지 않다면, 선생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버리면 되는 거잖아?"


아루는 그렇게 말하며 선생의 초커에 연결된 쇠사슬을 손으로 잡아당겨, 선생의 얼굴을 자신의 바로 앞까지 끌어당겼다.


"이제부터 선생님은 여기서 평생 나와 살게 될 거야,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보내던 시간, 다른 학생들에게 쏟던 정성, 전부 내가 독차지 하겠어."


"크윽...! 이런 짓은 제발 그만둬 아루! 이제라도 멈춘다면 다시 되돌릴 수 있으니까...!"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선생님? 이미 늦었어, 선생님은 내 거니까, 나는 잠시 '준비'를 좀 하러 나가볼 테니까, 내가 다시 이 방에 돌아오면, 그땐....후후...기대해도 좋을 거야."


"아루! 잠시만!"


선생의 절박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루는 선생을 뒤로한 채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그렇게 문을 닫고 방을 나온 리쿠하치마 아루는.......

































(어어어어어어어어어떡하지!!!!)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어제의 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선생님을 납치한 거야?! 거기다가 지금도 답지않게 폼잡으면서 홧김에 고백까지 해버리다니...! 그때 카요코가 마시던 술을 한입 얻어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제와서 후회해 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에, 아루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어쩌면 좋지? 나, 방금 선생님한테 평생 내거라고 말해버렸는데, 흥신소를 운영해서  버는 돈으로 카요코랑 무츠키랑 하루카한테 월급주고 선생님까지 먹여살릴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선생님을 계속 여기에 데리고 있을 순 있을까? 지금도 선생님이 실종됐다고 총학생회랑 발키리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을 텐데...? 아니, 차라리 그쪽에 체포되면 감옥에 갇히고 말겠지만..... 게헨나의 선도부나 선생님을 좋아하는 칠수인 학생들한테 걸리면...그것만으론 안 끝나는 거 아닐까....?)


(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 지금이라도 그냥 몰래카메라였다고 하면서 풀어줘야 하나? 그...그치만...이미 목줄까지 채워서 방에 감금해버렸으니까 이젠 수습하기도 힘들 것 같고....고백까지 해버린 이상...이대로 선생님이랑...그렇고 그런 관계도 되고 싶은데....어쩌지...? 뭔가 방법이 없을까....?)


아루의 머리가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왔던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는 하나의 방법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그 방법이라면...!)











아루가 나가버린 후, 선생은 계속해서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아루가 마음을 굳힌 이상, 그녀를 설득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젠 외부의 도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일단 외부에서 자신을 찾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여 아루를 설득해 보고, 그조차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아루를 상대해야 할지 생각하던 중, 아루가 다시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음의 준비는 제대로 된 거야 선생님?"


"아루.....잘 생각해 봐, 지금 밖에서 총학생회와 발키리는 물론 각 학원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나를 찾고 있을 거야, 지금이라도 나를 풀어주면 다른 학생들한테는 내가 잘 설명할 테니까-"


"후후후...선생님, 내가 그런 것도 대비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루? 그게 도대체 무슨..."


"나도 생각해 봤어 선생님, 어떻게 해야 그 수많은 학생들의 공격을 이겨내고 선생님을 독차지 할 수 있을지 말이야, 그 결과...."


선생이 침을 한번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아루가 선생의 양 손을 붙잡고 침대로 넘어뜨린 뒤,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하면 되는 거잖아?"


"아루?! 그게 대체 무슨...!"


"맞잖아? 제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학생이라도, 선생님의 아이를 가진 나를 어쩌지는 못할 테니까, 그렇지?"


"아루! 제발 그만둬! 이 이상 일선을 넘어버리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을...!"


"사랑해, 선생님."



그렇게 말하며 아루는 선생의 양 손을 교차하여 한 손으로 제압한 뒤, 남은 한 손으론 선생의와이셔츠 단추를 풀면서아졸려자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