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fuzLp9gDcwY?si=mzQfzLb_FqWAh2QD

(쓰면서 들은 노래.)





갑자기 든 봄바람과 뒤늦게 핀 벚꽃.

내가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미래와 임시로 사귀기 시작한 것이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과 함께 녹아들었다.


아직도 그녀가 집에 찾아와 요리하는 광경은 어색하고.

그런 그녀의 친절도,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도 너무나도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사람 좋은 그녀가 무언가 나쁜 일을 할 것 같진 않기에. 나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반대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미래는 나로 인해 상처 입겠지.

이것은 내 가슴에 품어야 할 생각인 것이다.


"오빠, 저 부탁이 있는데……. 아 물론 오빠가 싫으시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은데요!!"

"부탁? 아냐 괜찮아, 말해줘."


미래가 눈을 막 가공하여 전시한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그러곤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다, 지갑을 꺼내고. 지폐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서 알록달록한 티켓 한 장이 나왔다.


"저, 그. 놀이공원 티켓인데. 이번에 아는 사람한테 받았는데, 2명 용이라서요. 혼자 가기도 뭐하고 해서 그런데, 같이 가주실 수 있으신가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똘망하면서도 그렁그렁한 눈.

주변에 아는 사람과 함께 가면 되는 것을 왜 나에게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인진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애원하는 저 얼굴은. 그런 말을 입에서 꺼낼 수도 없을 정도로 강력한 표정이었다.


"어? 어어, 가자. 네가 원한다면."

"정말요!"


덥석!


미래가 날 꽉 껴안았고.

그러곤 기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귀가 떨어져라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어린 아이의 순수한 행복과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순수하지 않았다.

갑자기 붙은 미래의 매력적인 몸에 당황한 채로.

갈 곳 잃은 손이 꼼지락거리고, 팔은 그저 허공에 떠 있었다.


얼굴은 봄 벚꽃처럼 핑크색으로 차오르고 있었고.

목 주변이 화끈거렸다.

부끄러운 마음이 솟구치고, 그런 그녀에게 '떨어져 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조차 목구멍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어으, 어──."

"아! 아으, 죄송해요. 너무 좋아서."

"아으, 아. 아, 아냐."


헛기침을 하며, 두근거리는 내 심장을 평온한 생각으로 진정 시켰다.


"그래도 놀이공원에 가는 거에 그 정도로 기뻐하다니."


나는 그녀를 향해 아무런 생각도 거치지 않고, '귀엽다' 라는 말이 나올 뻔 했지만.

그건 너무 오글거리는 말인 것 같아 입을 꾹 다물며 다른 단어를 모색했다.


"순수하네."

"후후."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분명 순수할 터인 미래인데.

왜 그녀가 뜬 저 실낱 같은 눈에서.

가슴이 매달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걸까.


##


사실, 살면서 놀이공원이란 곳을 간 적은 단 한 번.

아버지가 살아있었을 때.


그 땐, 아버지께서 피아노 경연에서 떨어진 나를 위로하겠다며. 어머니와 언니 몰래 데려갔었기에.

집으로 돌아갔을 땐, 다신 없을 꾸중을 들었지만.

그 날은 정말 환상적인 날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다음 번에 이 장소에 올 땐,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이와 올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오늘. 인생에 두 번째 놀이공원을 맞이하였다.


분명 어릴 적에는 수 천만 가지의 놀이기구가 있었고.

반짝반짝 빛나는 환상의 세계였으며. 웃음과 기쁨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그런 어릴 적 기억에 기대어서 그런 것일까?

다시 온 놀이공원은 복잡하고 시끄러우며, 긴 줄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덥썩.


나는 오빠의 손을 잡았다.

오빠는 깜짝 놀라 왜 손을 잡는 것이냐 물었지만.

'이렇게 해야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라고 나는 답했다.


그래. 다시는 당신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은 단순 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마음으로. 심장과 심장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근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미래는 뭐 타고 싶은 거 없어?"

"네? 저는 뭐. 아, 그럼 귀신의 집은 어때요?"

"아……, 아쉽게도 거긴 오늘 휴무인 것 같은데."

"흐에."


귀신의 집에서 오빠에게 달라붙고 싶었는데.

실패해버렸다.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어야 하는데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버린 내 문제다.

오빠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허사로 만들다니.


"그럼, 혹시 높이 올라가는 놀이기구는 괜찮아?"
"높이 올라가는 거요?"

"응.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그런 게 힘들면, 티파티라던가 매직미러 같은 것도 좋고……."


방금 전엔 준비를 하지 않은 내게 실망했지만.

방금 내 생각에 대해 정정을 하고 싶다.

오빠가 나를 생각하며 계획을 짜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의 생각이 나로 점칠 되는 감각이라 좋다.

나를 배려하는 것 같아서, 나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서, 나만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좋아서, 좋아서, 좋았고, 좋았으며, 좋기 때문에.


"그, 그럼 일단 바이킹이란 것부터 타러 가요!"

"그래. 네가 괜찮다면."


오빠의 웃는 얼굴.

너무 사랑스럽다. 핥고 싶다. 깨물어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웃는 오빠의 얼굴을 두고 잠시 자리를 뜰 수밖에 없다.


"저 잠시만. 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도 될 까요?"

"응? 아, 어 괜찮아. 갔다 와."

"네에──."


나는 빠르게 자리를 떠 화장실로 향했다.


역시 나도 그 망할 언니년의 피를 타고 난 것인지. 허점이란 게 존재하나 보다.

화장실의 칸 안으로 향하고, 나는 축축한 아래를 의식하며, 팬티를 벗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저도, 천박한 년이군요."


그래도 언니년보단 낫지만.


일단 난 팬티를 쓰레기통 안에 버리고. 가방 안에서 스페어를 꺼냈다.

쓰는 일이 없었으면 했지만. 결국 쓰게 된 것을 보면, 이것도 얼마 못 갈 것만 같지만.


"하아. 오늘은 조심해야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화장실을 나섰다.


비누와 청결제로 손을 꼼꼼히 씻고.

화장을 다시 고치고.

약간 연해진 립스틱을 다시 한 번 발랐다.


"자 힘내보자고요. '오빠'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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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실수로 잡담으로 올렸다가 수정했는데

오늘 만큼은 연재 탭으로 똑바로 올림.


질문할 거 있으면, 질문해주면 자세히 대답해주겠음.

캐릭터나 설정 궁금한 거 있으면 다 질문해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