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오빠는... 그래, 너가 싫어하는 년과 붙어있군. 싫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저항하지는 않아. 사실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 너도 알잖아? 네 오빠가 인터넷에서 가십거리를 찾아 정보의 바다를 떠다니는 쓰레기들의 입 위에 '스폰용병'으로 찍혔다는걸 말야.]
"..."

맞는 말이였다. 나는 집에 하루종일 박혀 있는 처지였고, 그런 상태에서 할만한 것은 게임을 하던가, 인터넷을 떠돌던가 정도 밖에는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오빠의 도움을 받아 침대에서 휠체어로, 그가 만들어준 밥을 먹으며 휴식, 그가 외출한 다음에는 항상 제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간병인 마리아 씨와 함께 씻거나, 게임을 하거나, 가끔씩은 마리아 씨가 다리를 움직여주고, 아니면 인터넷을 볼 뿐이다.

오빠가 커뮤니티에 언급되기 시작한건 최근이였다. 이예연이라는 년은 헌터주제에 팬덤이라도 있는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커뮤니티의 뜨거운 화제였고, 남자를 만난 적은 한번도 없던 그녀가 자기 가족 소유의 호텔로 누군가를 데려갔다는 화제는 꽤 맛있어보이는 가십거리였을 터.

[오늘도 출근하곤 그 호텔로 갔어. 분명 너한테는 던전으로 간다고 했었는데 말야...]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 오빠는 날 이유없이 속일 사람이 아니야."
[하, 과연 그럴까?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은데. 사실은 이젠 장애를 안고있는 가족이 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슬슬 놓아버리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그만. 기어오르지 마, 아스모데우스. 너가 나에게 말을 할 수 있는것은, 내가 너를 가만 놔두고 있기 때문이야. 선을 넘지 말란 말이야. 당장에 마리아 씨에게 말을 해버리면-"
[쯧, 멍청한 것. ...그래, 조용히 하마.]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서는 개소리를 지껄이는 하찮은 것. 그것이 아스모데우스에 대한 내 감상이였다. 여태까진 그 헛소리가 나름 재밌기에 봐주고 있던 것이지만, 오빠를 음해하는 것 만큼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였다.

만약 오빠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한다 하더라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니까.

"슬슬 마리아씨 올 시간인데..."
[아, 매일같이 오는 그 금발의 간병인 말하는거냐? 수녀라고 하며 순진한 척은 다 하고 있지만, 사실 네 오빠를 볼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뭐, 마리아 씨 정도라면야. 오히려 위선떨며 우리집에 찾아와서는 헛짓거리나 하는 박아현 그년이 더 좆같은데."
[네년도 말하는게 꽤 음습하기 짝이 없구나. 그래서 네게 온 것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