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는 어렸을때 부터 남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어

몸의 기형이라던가

초능력 같은 건 아니고

차녀는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했어

공감능력이라고 해야하나?

사람들은 똑똑하긴 한데 지나칠 정도로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차녀를 

싸이코패스라고 부르기도 했고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말하기도 했어

한가지 확실한건

그녀는 남들보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이 확실이 적었어

기껏해야 분노나 짜증정도?

기쁨도 슬픔도 그리움도 

그녀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였지

얀붕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얀붕이를 처음봤을때의 감정은 

분명 설레임이였어

그것은 무언가 간질거리면서도 조금 찌릿한 느낌이였지

차녀는 처음에 그것이 감정이란 것 조차 자각하지 못했어

그러나 얀붕이를 볼수록

얀붕이를 알아갈수록

그녀는 얀붕이가 자신에게 감정이란 것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확신해


더 많은 감정을

더 많은 너를

나는 알고 싶어


그저 회색빛이 였던 차녀의 세계가

찬란한 무지개빛으로 변해갔지만

대신 얀붕이의 세계는 

질척한 검은 색으로 물들여졌어 

어떻게든 자신과 친해져 보려는

순진하고 외로운 아이를 속이는 건 

어린아이의 손가락을 비트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였지

그 시작은 도둑질 누명부터였어

처음에는 자그만한 쿠키로 시작해서

장난감

보석

얀붕이는 사생아인 주제에 

손버릇꺼자 나쁜 문제아가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얀붕이가 모두의 신뢰를 잃자

그 다음은 거짓말이였지

얀붕이에게 거짓말을 흘리고

손쉽게 속여넘긴 다음에

타인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

억울해하며 자신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얀붕이를 보는 것은

차녀의 가장 짜릿한 취미중 하나였어

나중에는 자신의 말조차 신뢰하지 않게 되자

하녀들을 시켜 얀붕이의 옷을 망가트리고

어린 얀붕이의 식사에 약을 풀고

복통으로 밤새 끙끙되는 것을 훔쳐보고

차녀는 즐거워하며 

매번 일기장에 마치 실험결과를 작성하듯이 

그것을 토씨하나 빼놓지 않고 꼼꼼히 적었어

또 어떤날은,

호되게 당한 얀붕이가 굶주림조차 참고

차녀의 손길이 달만한 음식은 모두 피하기 시작하자

아예 차녀는 아이에 입안에 

약을 억지로 집어넣고 삼키게 해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바로 눈치챈 얀붕이 앞에서

차녀는 약병을 꺼내며 해독제라며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라며

작은 아이의 팔이 닿지 않게 높이 들어올리며 약올리듯이 흔들어

까치발을 들고 팔을 뻗으며

낑낑되면서 해독제를 달라고 애원하는 얀붕이를

차녀는 얀붕이가 약효가 돌아 

기절해 쓰러져 자기에게 안길때까지 그것을 즐겁게 지켜보다가

그제야 거품을 물고 기절한 아이의 입안의 해독제를 흘러넣여줘

이런식으로

차녀는 자기가 가진 모든 지혜와 꾀를 동원해서

얀붕이를 매번 악마같이 괴롭혔어

그리고 쓰러진 아이의 귓가에 

차녀는 매번 속삭였지  

   

사랑하는 내 동생

누나에게 이렇게나 많은 걸 알려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너로 인해 회색빛이였던 내 세상은 밝게 빛나고

인형이였던 나는 마침내 사람이 됬어

너는 나의 동화 속 마법사야

그러니까

항상 내 곁에 있어줄꺼지?

 

마침내 차녀가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껴보았을 떄,

상처입은 아이는 겨울밤의 미아가 되어 거리를 해매고 있었지

그녀는 감정을 그저 아이에게서 받은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아직 값지 못한 죄라는 외상빚이야

물론 차녀는 

자기가 짊어져야 할 죄의 무게를 느끼지 못해

왜냐하면 차녀는 그저 그런식으로 태어난 거니까

타인의 기쁨도 슬픔도 공감할 수 없는

어찌보면 불쌍한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죄의 무게가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면

무엇으로 용서의 저울에 균형을 맞출것이며

무엇으로 그 값을 치를 생각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