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는 차녀가 남기고 간 말에 혼란스러워졌어

물론 자신의 잘못은 감히 씻을 수 없는 것이지만

분명 얀붕이는 자신을 용서하겠다고 했어

그것은 결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였어

하지만

얀붕이는 자신을 위해서 그녀들을 용서한게 아니야

장녀도 삼녀도

용서받지 않으면 부서져 버리겠다며

자기자신을 인질로 삼았지

그게 정말 용서라고 할 수 있을까?

차녀는 타인의 감정은 느끼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게 어느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어

아니, 오히려 감정을 느끼지 못했기에

이 상황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광대놀음인지 알았던 것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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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차녀는 가문의 기업이 소유한 연구소의 연구소장이야

기업의 총수인 장녀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이겠지만

이 연구소는 단 한가지만을 연구하는 곳이 아니야

의학,군사,과학,금융

세게 최대의 기업의 저력의 원동력이 되는 곳이 바로 이 연구소야

즉 그녀의 실제 위치는 2인자

장녀의 권위에 유일하게 대적가능한 사람이기도 했어

두 자매의 갈등은 곧

세계 최강의 기업이 두쪽난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지

차녀는 이걸 가지고 장녀에게 협박을 했어

얀붕이를 만나게 해준다면 기업이 반쪽나는 일은 없을거라고

당연히 장녀는 거부했지

기업이 반쪽나는건 뼈 아프겠지만 어차피 이쪽도 저쪽도 서로가 없으면 자멸할 터

게다가 기업을 우선시해서 얀붕이가 자기에게 유일하게 부탁한 약속을 어기게 된다는 건 

얀붕이가 준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리겠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더 이상 다른 자매가 얀붕이에게 관심갖는건 사양이였어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삼녀가 일을 벌인 전적이 있으니까 더더욱 그랬지

하지만 차녀는 가서 얀붕이에게 물어보기라도 하라고 말했어

얀붕이는 분명히 자신을 만날거라고 

그 아이는 과거와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 않을거라고

차녀는 확신한거야

그리고 그 확신은 틀린게 아니였어

처음의 거부와는 다르게 얀붕이는 거절하지 않았어

오히려 무언가 다짐을 한 눈빛이였지

되려 걱정되는 건 장녀였어

장녀는 얀붕이에게 작은 스위치를 주며

무슨 일이 생기건 바로 나를 불러달라고 하며

차녀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갔지

그리고 얀붕이는 다시 한번 차녀와 마주했어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족쇄

어린날 밤의 악몽

드디어 끊어 낼때가 온거야

얀붕이는 그동안 계속 숨겨왔던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했던 

진심을 꺼내기로 해


나는 당신이 싫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증오스러워

당신의 얼굴을 보는것조차

당신과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역겹고 매스꺼워

당신과 있었던 기억들

없앨 수만 있었다면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긁어내서

모조리 쓰레기통에 집어 던젔을 거야

그래도

그래도

당신에게도 기회를 줄께.

세이라 누나에게도

류지아 누나에게도

기회를 준건 나였으니까

그러니까 부탁할께.

부디 내가 당신을 용서할 수 있게 

당신도 노력해주길 바래.

이자나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