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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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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 눈물을 닦고 





"유...유키 군? 그게 무슨 소리야?"



코토네는 당혹감을 드러낸 채,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모호한 미소와 동요가 묻어있었다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투였다


부정해 달라는 듯, 그녀의 눈이 호소하고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그 대답을 바꿀 순 없었다


이미 다 끝난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말한 대로야, 나는 텐가에게 고백했다가 차였어"


"거짓말이야, 그럴리가 없어..!"



코토네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했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나도 가능하다면 믿고 싶지 않았다


코토네는 고개를 숙이며, 왜라고 중얼거리더니

교복을 꽉 움켜쥐었다



그건 그렇고 텐가는 왜 날 찼던 걸까?



이미 끝난 일이긴 하지만,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역시 소꿉친구란 점 때문일까


텐가와는 만나기만 하면 싸움만 하는 날이였지만

그래도 거리감만큼은 다른 남자들보단 가까웠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에, 남자로서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옛날부터 나를 너무나도 잘 알았던 텐가는

내가 칠칠치 못한 것을 알고,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내 상상일 뿐

진짜 답은 텐가만이 알고 있을 것이기에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는 없다


현실이란 게임처럼 공략정보 따윈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텐가 루트의 플래그는 뚝 부러진 셈이였다



더 이상 추궁할 생각도 없고, 그러한 운명이였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는 텐가에게 그저 소꿉친구일 뿐이고

연애대상에서는 대상외였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인과인지, 나는 차인 소꿉친구의 연애에 도움까지 주려 하고 있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얘기였다

사람이 좋다기보단 그냥 바보다


이걸 얘기하면 코토네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알고 싶은 것 같지 않은 것 같은... 정말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역시 내 탓이겠지... 내가 그런 말을 했으니"


"아니, 코토네 탓은 아니야"



코토네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금방이라도 눈동자에서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을 비난하고 있었고

나는 곧 그런 그녀에게 부정의 말을 던졌다


코토네 탓이 아니다, 코토네에게 책임은 없다


텐가에게 고백한 것은 내가 결정한 것이며, 나의 의사로 행한 것


그것을 양보할 생각도, 책임을 전가할 생각도 없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을 거야

텐가를 좋아했기에, 나는 고백했던 거야

설령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것만은 확실해



"텐가는 좋아하는 상대가 있대

그러니까 나랑은 사귈 수 없다고, 확실히 들었어

내친김에 내가 내 분수를 모른다고도 하더군, 하하하 웃기지?"


"그런..."



나는 일부러 밝게 말했지만, 코토네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어필할 생각이였지만, 아무래도 역효과인 것 같다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지만

그녀의 눈동자에선 이미 눈물이 흘려내리고 있었고

나는 도저히 뭐라 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코토네 울지마, 난 괜찮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곤란하게도 코토네는 전혀 울음을 그칠 기색이 없어보였다


오열이 이어지면서, 아무리 달래도 안 될 것 같아,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코토네는 옛날부터 이랬다

그녀는 남보다 성격이 부드러웠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슬픈 일이 있거나, 책에서 슬픈 사연을 읽고 나면

금새 울어버리는 그런 아이였다


감수성이 풍부해, 몹시 눈물을 잘 흘리는 아이엿던 것이다



즐거우면 잘 웃고, 슬프면 곧 우는 그런 아이


사실 내 이야기를 하면, 아마 코토네가 분명히 슬퍼할 것이고

울어버릴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역시 나이를 먹어도 코토네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것은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텐가와 걸어가는 길은 이미 끊겼지만

적어도 또 다른 소꿉친구인 코토네와의 인연까진 끊고 싶진 않았다




"코토네, 난 정말 괜찮으니까 그만해

확실히 지금은 좀 힘들지만, 다 잊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이상한 걸...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라 생각했는데...

그러면 나... 도대체 무엇 때문에..."
 


코토네의 얼굴은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의 큰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고, 도무지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단정한 얼굴도 온통 눈물로 젖어 있었고, 머리칼도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아이고, 이 꼴 좀 봐

내가 얼굴 닦아줄테니, 좀 가만히 있어줘

모처럼 예쁜 얼굴이 망가졌잖아"



나는 코토네의 얼굴을 억지로 이쪽으로 향하게 해놓고는

들고 있던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얼굴을 닦아갔다



"이러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 어느새 입장은 거꾸로 됐지만 말야"



초등학교 때까지 자주 이렇게 코토네를 돌보던 기억이 났다


그 때는 남녀를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코토네도 울지 않게 되었고

나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이런 식으로 코토네에 개의치 않게 되었다



텐가에 관해서는.... 어떠려나

사실 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옛날엔 코토네처럼 손이 가는 일도 없었고

오히려 지금보다 얌전히 항상 나를 따라왔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만 변하지 않았구나



둘은 어느덧 성장해, 누구나 좋아할만한 미소녀가 되었지만

나는 단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남자로 남아버렸다


두 사람을 데리고 다니고 있던 것이 화근이였는지

두 사람이 나를 두고 갈 리가 어리광을 부렸던 건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었다



텐가에게는 어느덧 제멋대로 열등감까지 느꼈다가

이를 뒤집고, 고백까지 할 수 있었다


코토네에게는 충분히 감사하고 있다

차인 것은 괴롭지만, 그래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코토네는 울지 않았으면 했다

코토네 탓이 아니라, 코토네 덕분이였다고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눈물을 모두 닦고 나서

나는 코토네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음... 아직 눈은 빨갛지만, 역시 코토네는 매우 귀여워

우는 얼굴 따위는 어울리지 않아



"자... 이거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거야

나 같은 것 때문에 울지 말아줘, 제발..."


"유키 군..."



나는 예뻐진 코토네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고

코토네는 변함없이 나를 매정하게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아직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아마 괜찮을 것이다


코토네는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숙이고는 내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 유키 군, 뭐 좀 물어봐도 될까?"


"응? 뭔데?"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기에, 나는 일단 안도했다


계속 우는 모습을 보는 것보단 훨씬 좋으니까 말이다

코토네가 그것을 고쳐 준다면, 나는 뭐든지 대답할 생각이였다



"텐가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야?"



하지만 코토네에게서 흘러나온 말에, 나도 모르게 굳고 말았다


그것은 평소의 코토네에게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던 것이다



"자, 대답해봐"



코토네는 지금도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런지

도대체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