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육군복무신조!!"

"우리의 결의!!!"

"목소리 작습니다!! 저녁식사 안먹었습니까!!!"

얀붕이가 입소한지도 어느새 몆주가 흘렀어

공녀는 자기한테 도망치려고 입대를 선택한 얀붕이를 기가 막혀 하면서도

얀붕이에 대한 계획을 조금 수정하게 되었어

이정도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면

자살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능성을 배제할수없기에 

결혼후에 어느정도는 압박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겠지

그리고 너무 지나치게 얀붕이를 몰아 넣은게 아닌가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하였지

하지만 얀붕이는 공녀가 하는 후회의 100배는 더 후회중이였어


"아..........탈영마렵다........"


차라리 얌전히 공녀한테 잡혀서 사는게 낫지 않을까 몇번이나 고민했지

여자들도 힘든  훈련이 남자인 얀붕이에겐 더 혹독했지

근력도 체격도 폐활량도 모든게 부족했지 

그나마 다행인건 얀붕이가 마나적합자였던 거지 

검기를 다루는 기사의 길이 열려있었던 거야

그리고 몇달뒤 훈련소를 수료한 얀붕이는 자대를 배치받아

이쯤되자 공녀도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지

솔직히 그녀는 얀붕이가 도중에 포기하고 자기한테 매달려 빌줄 알았어

근데 왠걸, 얀붕이는 고된  훈련을 남자몸으로 버텨내고는 자대배치까지 받아

그것도 하필이면

북방중의 북방

대 이민족 방어의 최전선

걷다보니 눈이 와서 하늘을 처다보았는데

알고보니 철모에서 서리가 맺혀 떨어지는 거였다던가

천막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눈물이 얼어서 눈이 안떠졌다던가

파도 파도 괴담밖에 안 나오는 곳 

옷을 일곱겹을 껴입어도 뼈가 아리게 시려오는 

지옥 근무지 원탑, 겨울성이였어

원래 남자 장교는 뜨뜻한 후방의 지휘통제실에서 홍차나 타는게 주 업무였지만 

장교 인력부족에 검기사용자 부족의 이중고로 인해 얀붕이의 군생활은 완전히 꼬여버렸지

그렇게 들어간 겨울성에는 자기를 탐탁치 않게 보는 부하병사들과 

곱게 생긴 남군을 음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뿐이였지.

그래도 얀붕이는 이런 부하들이 밉지는 않았어

그냥 나도, 재도, 다 불쌍할 뿐이였지

끌려온 놈, 제 발로 걸어온놈 다들 그냥 연민밖에 안 느껴졌어 

얀붕이는 그런 부하들을 사랑으로 대해

병사들의 고충을 신경쓰고,

말안듣는 부하들을 체벌로 다스리기보다는 신뢰를 주어 따르게 했지 

가끔씩 야전에 나가면 식재료를 직접 조리해 먹어야했는데

병사들이 만들어 먹는건 꿀꿀이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어.

여기서 얀붕이는 솜씨를 발휘해 맛있는 식사를 손수 만들어주지

어느순간부턴가 병사들을 얀붕이를 친애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파파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어

얀붕이가 병사들의 신뢰를 받으며

거기다가  뛰어난 검술재능으로 폭풍진급을 하며 완전히 말뚝을 박아버릴 기세자, 

공녀는 똥줄이 타기 시작했는지

파혼으로 발생한 예물과 결혼준비 비용을 얀붕이한테 몽땅 물려버린거야


'평생 빚쟁이로 살래? 그냥 나랑 결혼할래?'


이런 뜻이였지

그때부터 얀붕이의 궁상맞은 생활이 시작되지

어느샌가 얀붕이의 관물대에는 

일반병사들조차 안먹어서 남아돈다는 건조빵이 수북히 쌓여있었어

다른 장교들이나 부사관들이 사제 음식을 먹고 있으면

자존심이고 뭐고 내버리고 한입충이 되어버렸지

그렇게 얀붕이는 빚을 값기 위해 처절하게 돈을 모았어

그러자 결국 먼저 백기를 든건 공녀였어

대신에 공녀는 직접 얀붕이의 부대를 방문했어

귀빈이 온다는 소식에 얀붕이를 포함한 장교 부사관 사병전원이

겨울성주를 씨부렁거리며 욕하며 막사를 재단장했지

그나마 얀붕이한테는 작업대신 귀빈을 안내해서 인도하라는 명령을 내렸어

오랫만에 작업에 빨려가지 않고 꿀빨아서 희희낙낙한 얀붕이

고마우신 귀빈에게 우렁차게 경례를 하며 마차의 문을 여는 순간


"아핫, 꽤나 얼굴이 좋아보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내사랑?"


섬뜩한 미소를 지은 공녀가 자리에 있었던거야.


'아........ 좆됐다....'


얀붕이는 속으로 이 말밖에 할 수 없었어

그리고 공녀는 얀붕이의 어깨를 부숴질듯이 움켜쥐며 작게 속삭였지


"이제 그만 포기하고 결혼하자?"


얀붕이한테 두번째 위기가 찾아온거야





댓글 구걸하면 1일차단이였노.........

바로 지웠다 이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