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마계에는 마족들이 살고 있었다.

후에 마왕이 스스로 땅에 저주를 걸어 그곳에서 생명이 다시 탄생하지 못하게 하기 전까지는, 그곳에서는 마족이 번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시대에 있었던 마왕과 한 마족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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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승천식을 신청하겠습니다. 마왕."

마족의 제 1 계승자, 미스트는 마왕 도미넌트에게 선언했다.

"쫄리시면, 겁쟁이로 자결하시면 됩니다."

마왕은 그에 답하듯이 말했다.

"내일 밤 결투장에서 만나지. 너의 도전을 받아들이마."

미스트는 마왕성에서 나왔다. 미스트와 마왕, 둘 중 하나는 내일 죽을 운명이 되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제 5 계승자 글루가 온다.

"제정신이십니까! 마왕에게 승천식을 신청한다니요!"

그러자 미스트는 글루를 쳐다보며, 경고했다.

"언제부터 제 5 계승자가 내게 토를 달 수 있었지?"

"토를 다는 것이 아니라, 조언하는 겁니다. 이미 늦었지만요."

그 말 그대로다. 이미 미스트는 승천식을 신청했고, 내일 결행하게 됐으니.

"도대체 왜 마왕에게 승천식을 신청하신 겁니까! 미스트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마왕에게 승천식을 신청하는 건 자살행위라는 것을!"

그러자 미스트는 글루에게 일갈했다.

"그러면! 어쩌자는 말이냐! 마왕놈 때문에 마족들이 고통 속에 시달리고 있다! 마왕의 폭정을 막기 위해선 이 방법 뿐이야!"

"마왕이 마족들에게 명령을 내리시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설령 그게 아무리 가혹한 명령일지라도요."

"그 명령 때문에 수도 없이 많은 마족들이 희생을 당했다. 이제는 마족의 샘에서 생성되는 마족으로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

글루는 침묵했다. 미스트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기에.

"지금 마왕은, 자신의 욕심 때문에 마족이라는 종을 희생시키고 있다. 마왕이 계속 저 자리에 앉아 있다간, 마족은 파멸하게 될 것이다."

"샘에서는 마족이 계속 생겨납니다. 설령 지금 마족의 인구수가 줄어들어도, 언젠가는---"

"그 샘이, 영원히 마족들을 생산할 것 같으냐?"

"그야 당연히, 마족이 처음 생겨난 이후로 600년간 만들어 왔으니, 앞으로도---"

"난 그런 불확실한 추측에 마족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는 싫다. 난 앞으로, 마왕의 폭정에서 마족들을 구해내고, 마족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승천식이 아니라 찬탈식이라는 좋은 방법이---"

"그럼 마왕은 살지 않느냐. 그럼 언젠가는 자신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내게 싸움을 걸 것이고, 그럼 끝이 없다."

글루는 사색 끝에, 말했다.

"안녕히 계십시오, 미스트님. 이제 다시는 당신을 만나지 못할 것 같군요. 당신은 내일 반드시 죽을테니까요."

글루는 미스트에게서 떠나려던 찰나, 미스트가 말했다.

"나를 도와서 마왕을 끌어내리자. 글루."

"그것 참 흥미로운 말이군요. 아시잖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동맹을 끌어들이는 행위에서 명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도록 하지. 지금 너는 제 5 계승자이지만 내일 승천식이 끝나면 제 4 계승자가 되겠지, 거기서 내가 2 계급 승진하도록 도와주겠다."

"음... 전 말로만 하는 약속은 믿지 않습니다."

"'마족의 계약' 정도면 충분하겠지."

"헌데, 왜 제 3, 4 계승자에게는 물어보지 않는 것입니까?"

"그것들이 내 편이 되는 것은 불확실하니까."

"알겠습니다. 그 제안 받아들이죠. 그럼 저도 동맹을 좀 모으고 오겠습니다."

"고맙다. 그럼 내일 만나도록 하지."

글루가 떠나고, 미스트는 혼잣말을 했다.

"내일, 난 마족들을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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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썼던 소설 가문의 저주랑 같은 세계관이지만 시대가 과거이므로 별개의 소설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