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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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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 분노 






* 코토네의 시점입니다





결국 그 날은 최악의 기분으로 지내게 되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비틀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는데

유키 군의 같은 반 친구인 니시노 군의 도움을 받는 등

조금 창피한 해프닝이 일어나 버리기도 했다


관계없는 사람에게 폐를 끼쳐서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것도 우는 인상이였는지

내 친구들이 내 걱정까지 하는 수준까지 오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다 못해

기분전환으로 점심시간에 식당에 초대해 준

타마키 양에게도 미안한 짓을 했다


신경써줬는데도 그녀에게는 결국 폐를 끼치고 말았고

정말 미안한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 뒤로 식당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뒷정리도 그녀가 해주는 바람에 사과했을 때는

오히려 내 몸 상태를 걱정해주는 그녀였다


그녀는 양호실에 가기를 권했고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약간의 죄책감이 생겼다


아무튼 그때의 일을 솔직히 지금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원래라면 방과 후에는 문예부에 얼굴을 내밀 생각이였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늘은 얌전히 돌아가기로 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지금은 그저 침대에 눕고 싶은 심정이였으니 말이다



최악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상황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분명 이 악몽 같은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저 잠들고 싶었다


체력도 많이 썼고, 정신적인 피로도 겹쳐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 다


다음에 눈을 뜨면, 분명 나는 괜찮아져 있을 것이다


근거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조금만 더 힘내자, 라고 다짐하고

나는 지친 몸을 강제로 움직여 나갔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느님은 내게 너무 무정하신 것 같았다


조금만 있으면 현관에 다다르는 순간

나는 내 소꿉친구들과 조우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았건만, 만나버렸다



"코토..."


"아....아...."



유키 군과 텐가 양은 지금도 둘이서 나란히 거기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점심시간 두 사람의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뭐!? 그럴리가! 난 코토네를 그런 눈으로 본 적이 없어!!"



유키 군은 나를 여자로 보지 않았던 거구나








"여어, 지금 하교하는 거야?"


"으...!!"



유키 군의 다음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코..."


"미안해!!"



유키 군의 말을 가로막고, 나는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아무튼 둘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은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신발장에서 쏜살같이 신발을 꺼내

초조함 때문인지 약간의 시간이 걸리면서도

신발을 갈아신은 나는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멈춰서 있을 순 없다

어떻게든 학교를 떠나야 한다


마음만이 앞서고 있었기에

몸이 잘 따라주지 않음에도 멈출 수만은 없다고 타이르며

무작정 발을 내딛었다



빨리... 빨리...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쫓기듯 교문까지 당도한 순간

피곤과 안심으로 인해 조금 속도를 늦춘 내 귀에

등뒤에서 누군가의 큰 고함이 들려왔다



"코토네~!"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내 뇌가 그 어느 순간보다도 재빠르게 인식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다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하여간 달리기만 하는 군



난 지금 왜 이러고 있는거지?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난 계속 달렸다


유키 군에게 따라잡히고 싶지 않아

이런 비참한 나를 보지 말아줬으면 해


텐가에게 진 나는 그의 소꿉친구라는 것 말고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그 후, 나는 결국 유키 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원래 운동부족이라는 것도 있고, 체력적으로는 이미 한계였던 것이다

남자아이인 유키 군을 뿌리칠 순 없었다


서로 피곤한 상태로는, 말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유키 군의 제안하에 우리 둘은 공원 벤치에 함께 앉았다


그래도 유키 군과 가까이 있는 것만을도

괴로운 기분이 드는 지금의 나로서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 나에게 말을 걸어온 유키군의 말은

충격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유... 유키 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말한 그대로야, 나는 텐가에게 고백했다가 퇴짜맞았어"



거짓말



"거...거짓말이지? 그럴리가 없잖아"



하지만 유키 군은 분명하게 단언했다

망설임이 없었던 말, 그 말에 담긴 강력함으로서

유키 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내가 틀렸던 것인가?

아니, 그럴린 없어


나는 그 생각을 적극 부정했다

오늘 아침도, 텐가는 상냥한 눈으로 유키 군을 보고 있었으니까


유키 군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을, 그녀의 눈동자는 대놓고 표시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녀를 보던 나였기에, 이건 직감이 아니라 확신이였다


틀림없이, 텐가는 유키 군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왜...



아니, 짚이는 건 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치면 설마 그것은...



"그렇다면 그건 내 탓이네, 내가 그런 말을 해버렸으니..."



아직 텐가는 유키 군을 받아들일 준비 같은게 되어있을지 모른다


텐가의 입장에서 보면

어릴 적 친구를 남자로 받아들이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르는 것이니



그러니까, 내 맘대로 억지로 유키 군의 등을 밀어

둘의 관계를 촉진주의적으로 진행시키려한 내가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그렇다, 뭔가 이상하다


내 책임이라고는 생각하면서도, 그것은 어딘가 이상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유키 군을 바라보는 텐가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꿉친구의 관계로 만족했던 것은 아닌 게 분명해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 말을 건 나에 대해서도

질투가 섞인 눈빛을 보내왔던 그녀이건만



그런 그녀가 일부러 유키군을 찼다?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텐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상한 건 유키 군도 마찬가지야

차였다는게 사실이라면, 왜 오늘 하루종일 텐가랑 같이...



나는 어지러운 사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마치 밑도 끝도 없는 늪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였다


미스터리물은 좋아하지만

명탐정이 아니였던 나는 텐가의 생각을 읽을 순 없었다

해답이 없는 미궁을 헤매다, 얼마 안되는 정보를 얻고

다시 생각을 가속화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다음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의 모든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버렸다



"텐가는 좋아하는 상대가 있대

그러니까 나랑은 사귈 수 없다고, 확실히 말했어

내친김에 내가 분수를 모르는 녀석이라고도 하더군, 하하하 웃기지?"



...뭐?



좋아하는 상대?



그건 유키 군이잖아, 텐가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텐가에 대한 어떤 감정이 솟아올랐다



...어떻게 된거야... 텐가...



그것은 소꿉친구인 그녀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이른바, 분노라는 것이였다


번역에 지치기도 하지만

진짜 이 전개에 지친다

앞으로 40화나 남았다니 그저 돌아버릴 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