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가의 <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蓮中

프롤로그 제1장 제2장 제3장


소개글



- 아사미야 자매와 아침의 고통 






"이봐, 아침이니까 일어나, 그리고 어서 날 골라"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런 말을 들었다


내친김에 말하자면, 멱살잡이는 덤이였다

부드러운 아침의 기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말이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은발

일본인과는 다른 예쁜 얼굴을 한 생김새

그런 미소녀 소꿉친구에게 깨워진다는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할 텐데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무표정의 철면피 앞에서는 매력이 있을리 없었다


오히려 묘한 위압감마저 느껴져

솔직히 아침부터 기분이 아주 그냥 개 같았다



"자..잠깐만, 이건 결코 소꿉친구를 깨우러 오는 여자가 하는 방식이 아니야

나의 환상을 깨지 말아달라고"


"무슨 소리야 안 일어나는 녀석 깨우러 온 건데

그리고 이걸로 잠이 깬 건 사실이잔항

고맙다는 말은 커녕 이게 욕 먹을 일이라니... 장난해?"



분하지만 옳은 말이다


아사미야 시구레라는 소녀는 성실한 우등생으로 알려져 있고

학교에서는 풍기위원 소속으로 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소꿉친구가 한심하고 불성실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종종 이렇게 아침에 몰래 방에 들어와 깨우는 일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난폭하게 깨워진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그녀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시구레는 평소에 거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소꿉친구라는 것 때문일까

물론 별로 반갑지도 않은 특권이지만 말이다



"뭐... 그렇긴 한데... 시구레, 너 왠지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너 아까 내 말 못 들었어?"



시구레는 어쩔 수 없는 녀석이라고 하듯

한숨을 쉬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는 더욱 그랬다



"냉큼 나를 뽑으라고 했잖아, 히사메가 아니라 이 나를 말이야"



시구레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눈을 들여봤다

그녀의 예쁜 파랑 눈동자와 시선이 겹쳤다


그녀와 서로 똑바로 바라보니, 왠지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결국 눈을 딴 데로 돌렸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말이야

둘 다 오래 사귄 친구고, 그렇게 쉽게 고를 수 있겠어?"


"뭘 망설이는 거야?

나는 남자를 일으켜 세워주는 늠름한 여자야

반려자로서 더 이상 적합한 상대가 없을 것 같은데?"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믿는 듯

자신의 말을 의심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가슴을 펴고 말하는 시구레를 보니 정말 그렇다고 믿어버릴 뻔 했다

내친김에 그녀의 가슴을 봐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크니까 말이다



"반려자라하기엔 너무 튀잖아

히사메도 나쁜 녀석이 아니고, 아무튼 좀 망설여진다고 할까나"


"히사메는 안 돼, 저 녀석은 남자를 망치는 녀석이야"


"친동생한테 너무 심한 말인 것 같은데..."



나는 아침부터 이렇게 지쳐버리는 것이였다


참고로 시구레의 여동생, 아사미야 히사메 또한

그녀의 언니를 평가하는 것 또한 비슷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아무래도 자매란 자매인 것 같았다



"연적이기도 하니 말이야

아무튼 빨리 일어나, 시간이 이렇게나 됬다고!"


"뭐? 지...진짜내?"



나는 시계를 보고 당황해서 벌떡 일어섰다


확실히 큰일 났군

곧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시구레는 그런 나를 거뜰떠보지도 않고, 방을 나갔다

어디까지나 쿨한 소꿉친구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언젠가 제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옷을 다 갈아입은 나는 가방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요즘 나의 골칫거리

그것은 동갑내기 친구이자

학교에서도 인기있는 미인자매에게 동시에 고백 받은 것이였다








"안녕, 히사이, 좋은 아침이야"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거실에 들어간 내게

느긋한 목소리가 맞이했다


평탄해서 어딘가 차가움마저 느끼는 목소리와는 정반대

그 발신원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시구레의 옆에 앉아

시구레와 똑 닮은 얼굴을 하고 가진, 은빛 머리를 한 미소녀였다



그 소녀야말로 보는 것을 치유하는 매혹의 소리를 항상 띄우는

나의 또 다른 소꿉친구이자, 시구레의 쌍둥이 여동생


미인 쌍둥이 자매 중 한 사람인 아사미야 히사메였다


그녀는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나를 향해 천천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아, 히사메, 좋은 아침"



무표정한 시구레와 정반대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것 같았지만

시구레의 강렬한 살기를 느끼며, 순간적으로 표정을 다잡았다


시구레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히사메는 그런 나를 이상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아, 그렇구나

시구레 짱이 또 무서운 얼굴을 하니, 히사이 짱이 무서워하는 구나

언니는 내가 잘 타일러 놓을 테니까 안심해

앞으로 히사이의 처형도 될 테니까, 이제부터 잘 가르쳐야지"


"...히사메... 네놈..."


"뭐야, 시구레"



아침인데도 이상하게 위가 아팠다


히사메는 평소 천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애로운 소녀지만

쌍둥이 언니인 시구레에 대해서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주위에 대한 선의 마음을 누이에게 독약을 퍼붓는 것으로 중화하고 있을지도...


그것도 천연인지, 아님 무식한 건지 모르니

어떻게 보면 조금 구리다고나 할까나


아무튼 무서워서 도저히 계속 들을 수가 없었다



이 자매는 지금까지 시선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찌릿찌릿한 기운이 맴돌고, 묘한 긴장감이 거실을 지배했다



그냥 여기서 달아나고 싶다

아냐, 이미 도주 경로는 확보해놨어

문제는 없다, 그러니까...



"아~ 두 사람은 여전히 사이가 좋네?

그럼 난 이제 먼저 가볼께..."


"히사이" "히사이짱"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역시 쌍둥이군


묘하게도 호흡은 잘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나에게 발휘하지 않았음 한다

하지만, 나도 질 수는 없다

나는 왠지모르게 배가 아프니까 말이다



"아니... 그"


"앉아" "앉아"


"...네"



그래... 알고 있다... 쌍둥이에게선 도망칠 수 없다



검은 눈빛을 내보내는 두 사람의 시선에 시달리면서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의자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