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얀순이와 점심을 먹은 후에도 나는 그녀에게 한참을 끌려다녔다.

주변 사람들이 혹시나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태연하게 길거리를 누비며 애정어린 스킨십을 즐겼고, 낯부끄러워지는 애교섞인 말들을 내뱉으며 곤란해하는 나를 놀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바탕 주말의 데이트가 끝이 나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준 뒤 그대로 나는 또다시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하아."


어딘가에 미인과 결혼하면 3일만 행복하다는 말이 있던가, 나는 분에 겨운 그녀와의 연애에도 어느덧 무뎌져갔다. 남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그녀와 사귀는 것임에도 분명 즐겁지 않았다.


내가 보는 얀순이는 변덕스럽고,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성질을 부리며, 곧잘 입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폭력을 휘두르는 여자였다. 그 겉면이 아무리 아름답고 도도해 보인다고 한들, 그런 내면을 매일같이 받아들여야 하는 나로써는 하루하루 멘탈이 깎여나갈 수 밖에 없다.


[박얀진 : 부장님이 그랜저 사고난 거 모르시네요ㅋㅋ 다행ㅎㅎ]

[김얀붕 : 잘 됐네요ㅋㅋ]

[김얀붕 : 아무쪼록 무사히 넘어가서 다행이에요]

[박얀진 : 진짜 얀붕 씨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어요ㅠㅠ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내가 심적으로 무너지려 할 때마다 얀진과 카톡을 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얀순이의 선물 공세에 이미 결혼까지 고민해보라며 닦달이었고, 친구놈들은 김얀순과 사귀는 나를 기만자라고 부르며 내 고민들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니 내 얘기를 진중하게 들어줄 사람은 얀진 하나뿐이었다.          

만일 얀순이가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정색을 하며 손찌검을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다른 사람들과 잡담이라도 해야 내 멘탈이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보자면 나의 자그마한 일탈으로 볼 수 있겠다. 


[박얀진 : 혹시 얀붕 씨만 된다면 제가 따로 보답해드리고 싶은데...]

[김얀붕 : 아니에요ㅎㅎ 제 얘기 들어주시고 카톡하는 걸로도 저는 괜찮습니다!!]

[박얀진 : 아 그럼 저녁이라도 대접해드릴까요? 방송국 근처에 맛집 마니 알고 있거든요 제가 살게요! 언제 한 번 여유로운 시간에 한번 약속 잡죠!]


갑작스런 그녀의 제안에 나는 어쩔 줄 모르고 방을 발발 돌아다니며 답변을 망설였다. 아무리 내가 이제 모쏠은 아니라지만 이성에게 약속을 제안받는 것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대형 이슈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였다. 

아무리 얀순이와 강제적으로 사귀게 되었더라도, 그녀가 변덕스럽고 대하기 힘들더라도 여친은 여친이었다. 내가 생각해봐도 얀순이가 다른 남자와 저녁 약속을 잡고 같이 밥을 먹는다면 찝찝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김얀붕 : 아 저녁은 괜찮아요]

[김얀붕 : 여자친구도 있고 하니까]

[김얀붕 : 죄송합ㄴ


그때였다. 

이 시간에 열릴 리가 없는 내 집의 현관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

.

.

.

.


"얀붕아~. 나 왔어~."

"야...얀순아...? 이 시간엔 무슨 일이야?"


그녀의 예상대로 그는 헐레벌떡 현관으로 달려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다른 사람의 집에 찾아가기에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무렴 어때, 연인 사인데.


얀순은 싱글생글 웃으며 신발을 벗은 뒤 곧장 거실로 향했다. 남자 혼자 살기에는 넓은 집이었지만 얀붕이가 그럭저럭 잘 청소해놓은 상태라 그녀는 내심 흡족해했다. 

늦은 밤에 그녀가 찾아올 줄 몰라 적잖게 당황한 얀붕은 급히 냉장고를 뒤져 그녀에게 주스를 건냈다. 


"얀순아, 근데 진짜 이 시간에 무슨 일로..."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왜? 보면 안 돼?"


하루종일 봐놓고도 그녀가 그런 말을 하니 얀붕은 그녀의 의도가 뭔지 몰라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의 옆에 앉았지만 그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매고 있던 가방을 풀어 무언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얀붕이의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얀순이 무언가를 내밀자 그의 심장은 곧 터질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얀붕아, 이게 뭔지 알겠어?"

"...뭐가? 이, 이게 뭐야?"


처음엔 긴가민가하던 얀붕은 빼곡하게 숫자가 적힌 글을 가만히 읽다가 한참 뒤에서야 그녀가 시뻘겋게 마킹해놓은 하나의 문장에 시선을 옮길 수 있었다. 


02.14 12:36 +2,345,000원 신한 박얀진


"아..."


그는 아뿔싸 하는 마음에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에게 할 변명거리를 찾느라 머리가 긴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입으로는 해명도 못할 거짓말들을 본능적으로 내뱉고 있었다. 


"야, 얀순아...그게...어, 저번 달 아, 알바했거든! 그거 들어온 거야!"

"보통은 10일에 들어오지 않나? 게다가, 요새 한 달에 230만원씩 주는 알바 자리가 있어?"

"그...그게...너 몰ㄹ"

"얀붕아, 내 눈 보고 말해줄래?"


얀붕은 가까스로 축 처졌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그녀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방금 전과 다르게 웃음기를 싹 빼고 싸늘한 표정을 지은 상태였고, 지금 당장이라도 가방에서 흉기를 꺼낼 것같은 살기어린 기세였다. 그녀의 기세에 눌린 그는 자연스레 편히 앉아있던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었고, 눈가는 조금씩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얀붕아, 나 혼낼 마음 없어~. 네가 '잘못하지만 않았으면'."

"..."

"말해봐~. 나, 다 들어줄 수 있으니까. 응?"      


얀순은 말과 다르게 금방이라도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를 것처럼 싸늘한 노기를 뿜어댔다. 그가 보기에는 자신이 변명을 하더라도 이미 다 알고서 온 것만 같은 그녀의 태도에 입도 뻥긋 하지 못하고 이 소름끼치는 적막함을 가까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가 그나마 회유하듯이 말을 꺼냈음에도 그가 입을 열지 않자 결국 얀순은 강경하게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얀순은 한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그의 턱을 붙잡고 얼굴을 들어올리더니만 우악스럽게 손을 펴서 그의 목덜미에 꽂아넣었다.


"크흑!" 


갑작스레 숨이 막히자 그는 거친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뒤늦게 그가 팔을 들어 저항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왼손을 포개어 그의 숨통을 꽈악 눌렀다. 오히려 발버둥치던 그를 자리에 깔아뭉개고는 그의 위에 올라타 더욱 강하게 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얀붕아."

"크흐으윽...허헉...컥...!"

"얀붕아."

"야, 얀...순아...커억...!"


산소가 끊겨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그가 단말마를 내뱉듯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그녀가 손목의 힘을 풀고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진작에 그가 사실을 털어놓았더라면 그의 몸에 손대지 않았을 텐데. 얀순은 이런 자신의 마음을 못 알아주는 그조차도 사랑스러웠다.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한 그가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는 이미 몸이 제압된 상태였고, 불필요한 반항을 해봤자 더 고통스러울 뿐이었다는 것만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얀순은 아까와 달리 꽤나 유순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얀붕아, 이제...말할 수 있겠지~?"

"....다, 다 말할 테니까...그만..."


결국 자신이 원하던 정보를 손에 얻은 얀순은 희미하게 희열의 미소를 띄었다. 아직 물리적 압박이 가해져야 그녀를 따르는 얀붕이었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난다면 이런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체력 소모를 필요없어질 것이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얀붕은 그녀에게 깔아뭉개진 채로 얀진과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고, 얀순은 마침내 얀진의 정체와 수상한 거래 내역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내가 다 알아서 해준다니까, 응?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웠어?"

"그게..."

"됐어. 별 일 아니니까 봐주는거야~."


얀붕은 멍한 표정을 짓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분명 그녀의 성격 상 이렇게 가볍게 넘어갈 리가 없었기에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할 지 알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불길한 예상이 적중했다. 그녀는 모든 사실을 알아내고도 여전히 그의 위에 올라탄 상태였고 무언가 더 신경쓰이는 게 있다는 듯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근데, 얀붕아."

"...?"

"거기...섰네?"

"...뭐?"


그녀는 곧바로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더니 땀으로 젖은 그의 입술에 자기 입을 포개었다. 통제할 수도 없이 흘러가는 오묘한 상황에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녀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푸하아...♡ 뭐긴...말 안해도 네가 잘 알잖아♡"

"...아..."          


얀붕은 그제서야 자신의 음경에 피가 쏠려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뒤로 그녀는 태연하게 침실로 들어갔다. 

원래 그가 혼자서 자는 방이었지만 그녀가 준비했던 대로 이런 날이 오면 두 사람이 침대 위에서 뒹굴어도 부족하지 않을 사이즈였다. 


"얀붕아, 앉아."


마치 강아지를 다루듯이 얀순은 그를 쓰다듬고는 자리에 앉혔다. 얀붕은 저항하거나 도망칠 궁리조차 하지 못하고 순순히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다. 그러지 못하면 그녀는 더 커다란 고통을 줄 것이 뻔했으니까.  


한바탕 그녀에게 붙잡히느라 그가 입고 있던 셔츠는 헤진 지 오래였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태연하게 그의 옷을 벗겼다. 

결국 한올한올 그녀의 손에 벗겨진 그는 속옷차림이 되었고, 몸을 보인다는 부끄러움과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공포감이 겹쳐 안절부절 못했다. 


그녀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고, 곧 혀로 구석구석 삐질삐질 흘러나온 그의 땀방울을 핥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입고 있던 외투의 단추를 벗어나갔다.      


"하아..."


목덜미에 위치하던 그녀의 혀는 조금씩 그의 아래로 향해갔고, 민감한 쇄골을 거쳐 빈약하기 그지없는 그의 흉부에 도달했다. 

예민한 부분을 집요하게 자극하는 그녀의 애무에 그는 조금의 저항도 하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며 얀순에게 리드당하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혔다.    


"얀붕아, 네가 직접 벗겨줄래?"

"어...어."


얀붕이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그녀는 몸을 들이밀더니 그의 손을 붙잡아 자기 등 뒤로 넘겼다. 

그리고는 아직 서툰 그의 손재주를 즐기듯 그녀는 느긋하게 그에게 설명했다.


"응♡ 거기 후크를 당겨서...♡ 천천히 해도 돼."


그의 다급하고 떨리는 손길을 뒤에서 느끼며 만족스러워하던 그녀는 마침내 아무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어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봉긋하게 솟은 그녀의 가슴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침대 위에 올라가더니 곧바로 그의 몸 위로 올라탔다.   


.

.

.

.

.


"얀붕아, 넣을게...♡"


그녀는 전위도 없이 곧바로 내 음경을 손으로 붙잡고는 자기 질 안으로 넣어버렸다. 

분명 전위가 없어 빡빡했을 그녀의 질 안은 애무라도 한 것 마냥 이미 매끈한 상태였다. 처음 하는 섹스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순탄하게 삽입된 것이었다.  


"얀붕아...처음이지...? 천천히 할 테니까 먼저 싸면 안 돼...♡"


얀순이의 반협박에 긴장한 나는 온 신경을 음경에 집중했다. 만일 그녀의 요구를 따르지 못한다면 또다시 그녀가 돌발적인 행동을 저지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과 반대로 집요하게 내 신경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며 내가 먼저 사정하기를 재촉하는 듯했다. 

눈까지 질끈 감아가며 사정감을 견뎌내던 와중에 강제로 내 입을 열고는 혀와 혀를 맞닿았고, 그런 과정 중에서 몸이 밀착되어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자기도 있다는 듯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응응...♡ 하아...♡ 좋아♡"

"...윽..."

"얀붕아. 인상 찌푸리지 말고, 느긋하게 하자니까♡" 


그녀가 내 귀에다 얼굴을 가져대더니 나에게 속삭였다. 그럼에도 내가 대답하지 않자 얀순이는 허리를 조금씩 튕기며 사정을 재촉했다. 그녀는 나를 안은 채로 입술을 깨물더니만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땐 첫 섹스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잘 몰랐지만, 분명 얀순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정을 참는 내 얼굴을 보며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야, 얀순아. 이제 그만..."

"쌀 것 같아~? 안 돼...♡"

"으윽...!"


결국 나는 얼마 가지 못해 내 초라한 몰골과 반대로 힘차게 그녀의 질 안으로 사정하고 말았다. 

그녀는 솟구치는 사정을 받아내면서 내 얼굴을 붙들고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속삭였다. 


"내가 먼저 싸지 말랬잖아. 맞지?"

"...아."

"칠칠맞지 않게 함부로 싸버리기나 하고. 어떻게 할 거야, 얀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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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조금 많은 건 원래 두편으로 나누려다가 영 애매해서 한편으로 붙여봤음


그리고 야스해본 적이 없어서 야스씬 적는데 좆나 애먹네 

야스해본 얀붕이들이나 야스씬 맛깔나게 쓰는 얀붕이들 좆나 부럽다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