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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충격이라고 한다면 충격이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참수형에 죽는 모습을 봤을 때도 한달 동안은 제대로된 음식도 못먹을 정도로 실의에 빠졌다.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친구가 언데드로 되살아나서 갑자기 내 앞에 서있다라고 한다면.......


"세리아."


"응?"


"우선 이렇게라도 다시 만나게 되서 매우 기뻐. 너와 제대로된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눈물만 흘린 채 너를 떠나보냈으니까."


"나도 그래! 나도 너와 재회할 수 있었던 지금이 어떤 때보다도 행복해!"


"나에게 있어서 너는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카엘♡"


"그렇기 때문에......."


떨어뜨렸던 검을 주어 그녀를 향해 겨눈다.


"나는 여기서 죽게 되더라도 너를 죽여야만 해."


".......어째서?"


"그야 내 하나뿐인 친구가 비열한 사령술사들 때문에 편안한 죽음을 누리지 못한 채 언데드로 태어나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네게 다시 안식을 주는 게 당연하잖아?"


지금의 내 실력 가지고는 세리아를 이기지 못한다.


다만 미리 준비 해놓은 자결용 폭탄을 사용한다면 적어도 동귀어진을 할 수 있으리라.


단지 세리아를 언데드로 만든 사령술사놈에게 복수할 수 없다는 게 한이긴 하다.


"달라! 다르다구! 바보 카엘!"


"뭐가?"


"나는 사령술사에 의해 다시 태어난 게 아니야! 내 의지, 정확히는 현생에 대한 한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언데드로 부활하게 된 거야!"


"듀라한으로 부활한 게 네 의지라고?"


"응!"


"도대체 왜?"


언데드로 태어나게 된다면 분명 누군가에게 다시 죽지 않으면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대신에 본디 깨끗해야할 사람의 혼이 더러워져가며 언젠가 끝없는 고통에 휩싸일 거라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헌데 어째서 세리아는 스스로 언데드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일까?


"카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야."


"나와의 약속...?"


내가 세리아와 했던 약속이라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비록 살아있었을 때는 기사가 될 수 없었지만 언데드로 다시 태어난 나는 어엿한 기사가 되었어! 그리고 방금 전의 결투을 통해서 카엘보다도 강하다는 걸 입증했으니까, 이제 내 소원을 들어줄 거지?"


세리아의 소원, 내 기억이 맞다면 그녀를 신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었다.


"자,잠깐만!!"


혼란스럽다,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언데드가 된 세리아를 다시 만난 현실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와중에, 그녀가 자의로 언데드가 된 이유나 나보다 강한 목없는 기사가 되었으니 신부로 맞아달라니...... 솔직히 말해서 머릿속이 혼잡해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니 최소한 머릿속을 정리한 뒤에야 그녀에게 제대로된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내 마음을 깨달은 것인지, 세리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내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로 지금 누군가에게 조종 당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아직까지 믿지 못하는 거구나."


"미안."


"아니, 증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아."


세리아의 손에서 형성되었다가 벗어난 커다란 마법진 하나가 그녀의 전신을 훑어갔다.


일반인이라면 그녀가 뭐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것은 해주 마법, 자신에게 걸린 모든 마법이나 저주들을 푸는 최상급 마법이었다.


"자아 어때? 이제 믿을 수 있어?"


사령술사들의 언데드 조종 도 해주 마법에 풀리는 대상이었으니, 지금까지 세리아가 해 온 모든 말들은 그녀의 의사로부터 나왔다는 뜻이다.


"응, 이제 믿을 수 있어."


"그러면 가자!"


내 팔을 와락 껴안으며 어디론가 가려고하는 세리아, 너무 성급한 그녀의 팔을 살짝 밀어내며 일단 거부했다.


"잠시만! 어디로 가려는 건데?"


"어디긴~ 우리 둘의 신혼집이지!"


"신혼집이라고? 어디에?"


"언데드들의 마을이자 내가 사는 곳인 네크로피아에 우리 결혼 생활을 위해 미리 집을 마련해뒀어. 그러니까 카엘은 아무것도 없이 몸만 오면 돼!"


"하지만 난 언데드가 아니라 제대로 살아있는 인간이야."


"근데?"


"근데라니, 인간인 내가 언데드들의 마을에서 살다니 문제가 있을 거 아니아?"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사족을 못쓰는 종족이 언데드다, 헌데 언데드들의 마을에 내가 간다면 먹이가 되거나 그들과 같은 언데드가 될 게 뻔하다.


나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세리아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아직 인간으로 남아있고 싶었다


"괜찮아, 우리 언데드들의 왕인 리치왕 폐하께 미리 허가를 받아두었으니까, 문제될 것은 없어. 혹여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네크로피아의 기사단장인 내가 지켜줄테니까, 안심해도 돼~!"


"네가 기사단장이라고?!"


"응! 대견하지?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줄곧 노력해왔어. 비록 언데드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의 신부가 되고 싶었거든♡"


"윽......"


배시시 웃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찬란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세리아의 얼굴조차 볼 면목이 없었다.


그녀는 죽어서도 약속을 지키려고 했는데 정작 나는 그녀가 죽은 이후로 기사의 꿈을 접고 약속까지도 잊어버린 채로 살아왔다.


그러니......


"미안, 세리아. 역시 나는 너를 따라갈 수 없을 거 같아."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거라면 내가 도울게! 그러니까 우선 우리 신혼집으로 가자!"


"그런 게 아니야, 너와 다르게 나는 기사의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포기했어, 이런 내게 널 신부로 맞이할 자격따윈 없어."


"뭐야,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였어?"


"고작이라니, 너랑 다르게 재능도 없었고, 지켜줄 힘도 없었으며, 노력도 안한 멍청이인 걸? 나보다 너를 더 사랑 해줄 사람이 분명...... 으윽?!"


복부를 뚫는 듯한 통증에 의해 나는 하고자 했던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였다.


"카엘, 그러면 못써. 이 세상 모든 인간 중에서 나를 받아주는 건 오직 너뿐인 걸? 그건 내가 지금이나 죽기 전이나 똑같아. 모든 인간들이 나를 다른 종족이라며 손가락 질하고 차별할 때, 유일하게 너만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들여줬어! 그런데 이제와서 나를 사랑 해줄 자격? 그런 거 처음부터 카엘, 너한테만 있는 게 당연하잖아?"


"세...리아......"


"때려서 미안해, 카엘. 그치만 자꾸 네가 나를 거부하니까 내 마음이 아파, 그러니까 이렇게 힘을 써서라도 널 데리고 갈거야. 그리고 거기서 영원히 너를 지켜줄테니까, 우리 이쁜 사랑하며 지내자♡ 알았지?"


세리아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져만 갔다.


그녀는 어째서 그토록 조급해했던 것일까?


나로서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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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의식을 잃고나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보는 천장과 방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결국 세리아에게 끌려왔음을 알 수 있었다.


"잘잤어?"


옆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에는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온 장본인이 함께 누워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달랑 머리 하나만 있는 채로.


"세월이 지나도 카엘의 자는 모습은 변함없이 귀엽네! 몸만 있었으면 바로 덮쳐버리고 싶었어♡"


"세리아, 여기가 네가 말하던 신혼집이야?"


"응, 맞아!"


야릇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핑크색으로 도배된 방, 로맨틱한 커튼 침대, 그리고 중앙에 'Yes!' 라고 적혀있는 하트 모양 배게까지.


누가 봐도 신혼 부부의 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때? 최대한 공들여 봤는데 괜찮지? 이제 여기서 안이 훤히 보이는 네글리제와 야릇한 속옷을 입은 내 몸이 등장하면 카엘이라도 불끈불끈 해지겠지?"


세리아의 말에 반박하지 못한다는 점이 분했다, 실제로 상상 해보고 흥분해버렸기에.


"그나저나 왜 머리만 있는 거야? 몸은?"


"그게 있지? 당장이라도 너와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리치왕께 받은 임무부터 우선 끝마쳐야 하거든. 그래서 현재 내 몸은 전장에 가 있어. 대신 내 머리는 계속 여기에 있을 거니까, 몸통이 돌아올 때까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나 나눠보자!"


"잠깐만, 머리가 여기가 있어도 괜찮은 거야? 시야라던가 지휘 전달같은 걸 하려면 머리가 있어야 하잖아!"


"카엘, 내가 사용했었던 마법들은 잊어버린 거야? 머리가 없더라도 눈이 되어줄 마법과 의사 전달 마법쯤은 옛날부터 사용해왔잖아?"


확실히 마법의 일가견이 있는 세리아라면 머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마법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언데드가 되었음에도 세리아의 안에 있는 마력 회로는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었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단지 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도, 세리아는 전장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여 지휘를 내리고 있다는 게 소름돋을 정도로 놀라울 뿐이었다.


만약 세리아가 살아있었더라면 왕국의 기사단장이 되어 왕국은 역대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을 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생각해봤자 의미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러네, 지금 내가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나부터가 이렇게 둘둘 묶여있는데 말이야."


내 양손과 양발를 묶고 있는 사슬들, 마법으로 만들어진 이 사슬에 의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미안해, 하지만 묶어놓지 않으면 카엘은 도망칠 거 잖아?"


정답이다. 묶여있지 않았다면 그녀와 이렇게 느긋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몸통이 오면 바로 풀어줄테니까!"


싱글벙글 웃고 있는 세리아의 머리, 아직까지도 세리아와 재회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세월이 흘러 아저씨에 가까워졌는데 세리아는 죽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였으니 괴리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세리아."


"왜에~?"


"키스하고 싶어."


"엣?! 키, 키스? 갑자기?"


"그야 영영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 걸. 키스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잖아?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건가......"


"아니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나도 카엘과 다시 만났을 때 꼬옥 껴안아주고 싶었고 찐한 키스를 나누고 싶었어♡"


"그래? 그러면 지금 바로 해도 괜찮은 거지?"


"응! 와줘♡"


"으음, 아무래도 이 사슬 때문에 지금 당장은 못할 거 같아."


세리아의 입술에 최대한 가까워지려고 해보지만 몸을 묶고 있는 사슬에 의해 갈 수 없음을 그녀에게 어필하였다.


나는 사슬에 의해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세리아는 머리를 움직여줄 몸이 없다.


그렇다면 세리아가 취할 행동은 하나 뿐이다.


"...... 어쩔 수 없네, 조금만 헐겁게 해줄게."


조금이긴 해도 확실히 느슨하게 느껴지는 사슬의 포박,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으로 빠르게 마법진을 연성하였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마법진은 이내 내 몸을 묶고 있던 사슬들을 모조리 끊어내버리며 나에게 완전한 자유를 선사해주었다.


"고마워, 세리아. 네가 알려주었던 해주 마법, 다시금 생각하는 거지만 참으로 용이한 것 같아."


"설마했지만, 역시 카엘도 언데드로 변한 나를 거부할 생각이구나......"


"널 속인 점은 미안해. 그렇지만 결코 너를 싫어하게된 것은 아니야, 그저 내게도 해야할 일이 남았다는 것과 언데드로 변한 너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해서 이러는 거야. 그러니 이해해줬으면 해."


"...... 항상 상냥한 줄로만 알았는데, 카엘도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는 거구나."


여전히 풀이 잔뜩 죽어있는 세리아의 표정을 보니 내 마음이 아파왔다.


사실 세리아에게 이런 식으로 상처주고 싶진 않았다, 이래나저래나 그녀는 영원한 나의 소꿉친구이며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던 사람이었으니까.


그치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영영 나를 놔줄 거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잔인하게 대해도 괜찮은 거겠지? 카엘?"


"어?"


"있잖아, 지금 내 몸통이 있는 곳에 말이야. 익숙한 인간들이 모여있다? 카엘이 나에게 죽은 줄로 알고 복수하려는 사람들."


"복수라고? 잠깐... 설마?!"


"그 설마가 맞아, 카엘이 내게 부디 봐달라고 하며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이야."


기사의 꿈을 접고 모험가를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불쌍한 처지의 사람들을 모아 만든 나의 모험가단.


세리아를 잃은 나의 마음을 치료해주었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전부 다 나에게 적의와 살기를 내뿜고 있어, 이 사람들도 그만큼 카엘이 소중했던 모양이야."


그들과 함께 해온 모험, 그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지내온 시간, 그들과 생사를 함께하며 고비를 버텨온 열정, 하나나도 빠짐없이 내게 소중한 것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아? 나는 그들보다도 카엘을 소중하게 여기는 데 어째서 그들은 나에게 검을 겨누는 걸까? 솔직히 나 이상으로 카엘을 사랑하는 존재는 없는데....... 아니 없어야만 해. 그러니까 없애버려도 되겠지?"


"세리아! 그만 둬!! 걔네들을 죽여선 안돼!!"


"내가 왜? 정작 카엘은 나를 잔인하게 밀어냈잖아? 심지어 카엘은 너를 더 좋아하는 내가 아닌 그들을 택하려고 했잖아? 그런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들을 살려줘야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전부 잘못했으니까! 제발 그들만큼은.......!!"


"카엘, 내 육신은 언데드가 된 건 맞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살아있던 때와 마찬가지야. 네게서 칭찬받은 마법과 검술을 계속 연마해왔던 노력가의 마음, 백성들을 지키는 검이 되고자했던 기사의 마음, 카엘이라는 사람만을 사랑하며 그의 신부가 되고 싶었던 여성의 마음까지."


세리아의 말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전부 사실이었다.


더 발전해있었던 그녀의 마법과 검술에서 그녀의 노력을 알 수 있었고, 사심보다도 임무를 우선 시하는 기사의 정신이 엿보였으며, 나를 사랑하는 그녀의 연심은 더 볼 것도 없이 뚜렷하였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을 때와 변치 않은 마음을 갖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너 때문이야. 너를 좋아하니까! 너를 사랑하니까! 너한테 사랑받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카엘마저도 이런 나를 거부하네...... 그렇다면 나도 사람이기를 포기할래, 완전한 언데드가 되어 인간들을 학살하고 영혼들을 저주할 거야!"


".......알았어, 세리아. 네 곁에 계속 있을게. 그러니까 그런 짓은 하지말아줘."


"필요 없어, 어차피 언데드로 변한 날 사랑하지도 않잖아?"


"그렇지 않아! 널 싫어하게 된 게 아니야! 그저 지금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야...... 그러니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다고 난 맹세할 수 있어. "


"정말?"


"응."


설령 세리아가 언데드보다 더한 괴물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녀만을 계속 사랑해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럼 말했던 거 계속 해줘."


"어어?"


"키스 말이야! 키스! 하기 싫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카엘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죽여버린다?"


"알았어! 할게! 할테니까, 그런 협박은 이제 그만둬!"


"나를 속여 내 마음에 상처를 준 벌이야, 제대로 안해주면 계속 협박할 거니까!"


이 또한 내가 만들어낸 업보이였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침대에 누워져 있는 세리아의 머리를 살며시 들어 천천히 내 얼굴과 마주 볼 수 있게끔 하였다.


"카엘."


"응?"


"죽어서도 계속 사랑하고 있었어♡"


"갑자기 그런 말하기 있기야? 부끄럽잖아."


"헤헤♡ 그치만 카엘을 좋아하는 걸 어떻게 해?"


다시금 생각하는 거지만 역시 세리아는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머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기괴한 상태라도 세리아의 미모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서 솔직한 사랑 고백을 듣게 된 나의 심장은 당연히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카엘도 해주길 바래, 그 날 하지 못했던 대답을."


처형식 전날, 면회 시간 동안 나는 죽기 전의 세리아에게서 사랑 고백을 듣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나는 당연히 기뻐했지만 세리아에게 선뜻 고백의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녀는 곧 죽게될 운명이었기 때문에, 솔직한 내 마음을 털어놓기 무서워 했다.


사랑을 받아들여서 행복해지는 건 잠시이지만, 그녀가 죽고나서 겪을 슬픔의 고통이 너무나도 두려워졌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당시의 나는 결국 세리아의 고백에 대답해주지 못한 채 그녀를 떠나보내게 되었고, 그 날의 일은 언제나 끊임없는 후회로 돌아와 언제나 나를 괴롭혀 왔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살아돌아온 지금, 나는 그 날 하지 못했던 대답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다.


후회하던 나날들을 떨쳐내며 그녀에게 제대로된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울지말고, 어서 빨리~!"


"으응. 나도 줄곧 너만을 사랑해왔었어, 세리아."


"응! 나도 사랑해. 카엘♡"


그 후, 나는 그녀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지금까지 한번도 못했던 입맞춤을 하였고, 다시 한번 더 세리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녀의 몸이 없었기에 여기서 더한 사랑을 나눌 수 없다는 점이었지만 그래도 한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점도 있었다.


목 없는 기사는 나의 사랑하는 연인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