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학교



쏴아아ㅡ



"야 씨발.. 비 내린다!!"


"뭐?! 나 우산 안 챙겼는데!"


"조용! 조용!! 그리고 지금 욕한 금태양! 넌 남아서 청소 돕고 가렴, 알겠니?"


비가 내리는 것에 원망어린 원성을 내던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의 호통 소리에 조용해졌다.


"앜?! 네! 죄송함다!!"


"그래 그러면 방학식은 이정도로 하고 여름방학 잘 보내라 애들아~"


""네!!~""


입이 좀 험하고 놀기 좋아하지만 천성은 착한 금태양이 선생의 말에 금방 수긍하고 미소로 화답하더니 짝꿍 얀붕이한테 말을 건다.


"야 얀붕아 이따 여자애들 좀 껴서 노래방 갈 건데 너도 갈 거지? 오늘은 튕기지 마라?"


"아.. 하하.. 우리 이제 고3이잖아? 나 오늘도 남아서 독서실에서 공부 좀 더 하다 가려고 했는데 미안.."


"뭐? 야.. 새꺄 너 어제도 그 소리였잖아 방학때도 그 지랄할 거냐?"


말은 저렇게 해도 삐진 듯한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금태양한테 얀붕이는 연신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얀진이가 금태양을 거둔다.


"얀붕아~~ 다른 애들도 오는데 넌 맨날 빠지잖아? 오늘은 같이 어울려주면 안될까?.. 얀붕아?"


얀진이가 유혹하는 미소를 지으며 얀붕이랑 팔짱을 끼더니 자신의 큰 가슴을 어필하듯 부비댔다.


부드러운 감촉에 얀붕이의 시선이 얀진이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셔츠 틈 사이로 얀진이의 브래지어색이 그대로 비췄다.


'헉! 검은색!!'



"씨발.."


모쏠아다 얀붕이가 얀진이 가슴의 감촉에 느껴 폭발하려는 쥬지를 최대한 진정시키고 있을 때 갑자기 조그맣게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뭐지?'


욕지거리가 들려온 곳을 보니 얀순이가 남들 떠드는 소리에 전혀 연연하지 않으며 문제집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얀순이와 얀진이. 이 둘은 외모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성격은 정반대였다. 얀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공부도 잘하는 놀땐 놀고 할땐 하는 아이였고 반대로 얀순이는 낯가림이 심해 고3이 될 때까지도 친구 하나 없이 공부만 하는 아이였다.


학기 중 내내 조용하던 얀순이의 욕지거리에 놀래서 몇몇 친구들이 그녀를 돌아봤지만 엮이기 싫어서 곧 관심을 끊었다. 오직 얀붕이만이 의문을 품고 그녀를 바라봤다.


"얀붕아? 응? 갈꺼지?"


얀진이의 다시 시작된 요구에 얀붕이가 정신을 차린다.


"아.. 그러면 너네 이따 저녁 먹을 거지? 그때 참가해도 될까? 하하.."


"응!! 당연하지~~ 그럼 이따 저녁에 보는 거다?"


"와.. 얀붕이쉑 내가 말할 땐 귀똥으로도 안 듣더니 얀진이 말은 듣네 씹새끼"


"뭐? 야!! 너 말 좀 곱게 써! 우리 얀붕이 귀 썩겠다!"


"웩.. 우리 얀붕이는 니미~"


"하하.. 그럼 이따 봐~"


얀붕이가 서로 투닥거리는 둘을 뒤로하고 가방을 챙겨 독서실로 향하기 위해 일어났다. 그리고 동시에 얀순이도 가방을 챙기고 일어났다.


얀붕이가 학교 독서실로 향하는 동안 얀붕이는 눈치 못 챘지만 얀순이가 조금 거리를 둬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끼이익ㅡ



얀붕이가 독서실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원래는 2~3명 정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방학식이다 보니 그들도 해방감에 일찌감치 학교를 떠난 거 같다.


얀붕이가 독서실 구석에 자리를 잡자 얀순이가 그 맞은편에 앉았다.


'어.. 얘도 왔네?'


얀순이가 자리를 잡고 책을 피더니 한 번 얀붕이를 흘깃 쳐다본다. 그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책에 집중한다.


'왜 굳이 내 맞은편에 앉는 거지? 어색하게'


얀붕이와 얀순이는 전 학년을 같은 반으로 지냈다. 1학년땐 서로 대화가 없었지만 2학년이 돼서도 같은 반이 되자 얀붕이가 반가움에 몇 번 말도 걸어봤었다. 하지만 얀순이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얀붕이도 그녀를 점점 상대하지 않게 되었고 3학년으로 올라가 같은 반이 돼서도 서로 대화를 나눌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얀붕이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


결국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 얀붕이가 입을 연다.


"어.. 얀순아 너도 남아서 공부하는 거야?"


"응.. 고3이잖아?.."


"아.. 하긴 그렇지 그래도 대단하네 이렇게 방학식 끝나고 남아서까지 하고.."


"너도잖아?.."


"아.. 난 공부 잘 못해서 어거지로 할 뿐이야 넌 전교 1등인데도 쉼 없이 공부하는 게 대단한 거 같아서 말이야"


"고마워.."


얀붕이의 영양가 없는 질문에 얀순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눈도 안 마주치고 대답을 하였다.


'으윽.. 어색해 죽겠네.. 숨 막힐 거 같다..'


둘은 결국 침묵 속에서 공부를 하였다.



지이잉ㅡ



얀붕이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어? 얀톡왔네'


"얀진?"


얀붕이의 말소리에 얀순이의 몸이 움찔거렸다.



얀붕아~~ 언제와? 우리 배고팡ㅠㅠ

빨리 와서 같이 저녁 먹자~♡ ㅎㅎ



'얀진이네 배고팠는데 잘 됐네 지금 가야겠다'


얀붕이가 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얀순아 나 친구랑 약속 있어서 먼저 일어나볼게 공부 쉬엄쉬엄하고 방학 잘 보내~ 안녕~"


얀붕이가 웃으며 작별인사를 건넸지만 얀순이는 들리지 않는지 책에만 열중했다.


'집중력 장난 아니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저녁. 얀붕이가 우산을 펴고 학교를 떠난다.



첨벙첨벙ㅡ



누군가 질척거리는 땅을 뛰며 내는 소리. 얀붕이가 뒤에서 나는 인기척에 뒤돌아봤다. 얀순이였다. 그녀가 비에 홀딱 젖어 얇은 하복에 봉긋 솟아오른 가슴을 감춘 분홍색 브레지어와 백옥같은 피부색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상한 상황에 얀붕이는 그런 것들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얀순아! 무슨 일이야? 왜 우산도 안 쓰고 밖에 나왔어?!"


"얀붕아.. 가지마.."


"응?.."


'이..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가지 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얀붕아.. 너.. 얀진이 그년한테 가는 거잖아.. 아까 교실에서 다 들었어.. 제발 가지마 부탁이야.. 얀붕아.."


"뭐?.. 아니 남의 얘기 엿들은 건 그렇다 쳐도 내가 왜 너 말을 들어야 돼?"


얀붕이는 황당함에 목소리를 높여갔다.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나한테 왜 그런 부탁을 하는 거야?"


"내가 널 사랑하니깐.."


"뭐?! 뭔 소리야?.."


"못 믿겠지?.. 증명해줄게.."


"뭐하?!.."



지지직ㅡ



얀붕이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얀순이는 전기충격기를 꺼내더니 얀붕이를 지져서 기절시켰다.


"좀만 자고 있어.. 얀붕아♡"








"얀붕아.. 얀붕아.."


'윽.. 뭐야 몸이 안 움직여..'


의식을 차린 얀붕이. 하지만 아직 몸에는 힘이 들어오지 않고 오직 귀만이 작동했다.


"얀붕이.. 드디어 손에 넣었어.. 너무 행복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아까 얀순이한테 뭔가 당하고 쓰러졌었는데.. 설마 나 납치당한 건가?!'


"얀붕아.. 사랑해♡"


'얀순이.. 이 미친 년.. 공부만 하는 범생이인 줄 알았는데 사람을 납치하다니.. 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미치겠네..'


얀붕이가 힘들게 눈을 뜬다. 그리고 충격적인 광경에 소름이 돋는다. 얀붕이가 눈 뜬 방 안은 온통 자신의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어머! 얀붕아 일어났어?"


"얀.. 얀순아..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얀붕이가 작동하지 않는 입과 성대를 억지로 열어 얀순이한테 말한다.


"사랑하니깐 그러지.. 후후.. 미안해 많이 아팠지? 어쩔 수 없었어 만약 내가 안 그랬으면 얀붕이 너 얀진이 그년한테 갔을 거 아니야? 나 그 꼴은 죽어도 못 봐.."


"뭐?.. 사랑?.. 우린.. 대화한 적도 몇 번 없잖아.. 무슨 소리야?.."


"얀붕아 우리 2학년때 있잖아?..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나를 넌 내가 힘들 때마다 말을 걸어줬어.. 너가 몇 번 건네준 그 말이 나에겐 너무 큰 힘이 됐어.. 너의 그 따스함이 없었다면 아마 난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거야.. 나는 너로 인해 구원받았어.. 그리고 널 사랑하게 됐어.."


"무슨 소리야?.. 나는 그저 반가움에 몇 번 말 걸어줬을 뿐이야.. 널 크게 신경 써서 해준 말이 아니라고!"


"그래 너한텐 별 거 아니었겠지만 나한텐 큰 의미였어.. 아니 사실 이제 이유따윈 필요 없어.. 얀붕이 너가 좋아.. 널 사랑해.."


"너랑 같이 살고 싶어.. "


"너랑 결혼 하고 싶어.."


"너의 아이를 낳고 싶어.."


얀순이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며 젖은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얀순이.. 얀순이 얘는 미쳤어.. 빨리 얠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하든지 뭐든 해야 해!'


얀붕이가 얀순이를 제압하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얀붕이의 손이 얀순이한테 닿는 일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판단력을 잃은 얀붕이가 눈치채지 못한 목줄과 수갑이 그의 목과 손을 막았기 때문이다.


"컥?!! 이게.. 이게 뭐야?.."


"얀붕아.. 놀랬잖아 왜 갑자기 달려들고 그래?"


"야!! 미친 년아!! 이거 당장 풀어!! 너 사람을 뭐로 보고 내가 짐승도 아니고 이런 거로 구속시키는 거야?!!"


"미.. 미안해 얀붕아.. 너가 도망갈까봐 좀 묶어놨어.. 헤헤.."


"대신에 내 몸에 너의 아이를 배게 해주면 풀어줄게.. 응?.."


얀순이가 옷을 마저 벗더니 우아한 몸매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여체를 보자 꿋꿋하게 세우는 얀붕이의 쥬지.



"그러지마.. 얀순아..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아.. 나 처음은 내가 결혼한 사람한테 주고 싶어.. 제발 이러지마.."


"어머.. 얀붕아 너 생긴 거랑 다르게 혼전순결주의였구나?.. 나도야♡ 지조 있는 남자네 얼굴도 그렇지만.. 정말 매력 있어.. 어차피 얀붕이 너는 나랑 결혼할테니 미리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긴장 풀어.. 우리 서로에게 처음을 바치자♡ 알겠지?"


"싫어! 싫다고!! 미친 년아! 꺼져!"



꼬르륵ㅡ



배고팠는지 얀붕이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미친.. 하필 이런 때에..'


"아.. 얀붕아 너 배고팠구나?.. 후후 남편 될 사람을 굶길 순 없지.. 알았어! 지금 집에 아무것도 없거든?.. 그래서 잠깐 밖에 장 좀 보고 올게 좀만 기다려♡"


얀순이가 급하게 옷을 갈아 입더니 얀붕이에게 볼뽀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다행이다.. 좀 부끄러웠지만 오히려 상황이 좋아졌어.. 대견하다 내 위장아.."


얀붕이가 자신의 수갑과 목줄을 풀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얀순이.. 이 년.. 미친 년 더럽게 빡빡하게도 묶어놨네.. 아오.. 시발것.."


얀순이가 나간 뒤 30분동안 얀붕이가 겨우 목줄과 수갑을 풀었다.


'핸드폰! 핸드폰 어딨지? 경찰에 신고해야 돼! 얀순이 그 년이 나간지 30분은 넘었으니 곧 올 수도 있어! 빨리!.. 빨리!!..'


"찾았다!!"


얀붕이가 핸드폰을 찾고 경찰에 신고 버튼을 급히 누르자 현관문이 열렸다.


"뭐해?.. 얀붕아??"


"얀순아.. 이제 그만하자.. 경찰에 지금 신고했어.. 지금 이 상황도 다 듣고 있어.."


"그게 뭐 어때서? 자리에 앉아 밥 차려줄게~"


"뭐?.. 지금 경찰 온다니깐 너 무섭지 않은 거야?"


"우리 집 돈 많아~ 경찰쪽에 아빠 친구분들 많고 정치계에도 엄마 친구분들 많고 밖에도 지금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으니 경찰 와도 돌려보내면 되고 얀붕이 너가 여기서 나가려고 하면 그 분들이 잡아주실테고 게 무서울 게 뭐가 있어? 후후.."


"그러니깐.. 얀붕이 넌 여름 방학 끝날 때까진 내꺼야.. 아빠 엄마한테도 이미 허락받았어 그러니깐 우리 빨리 아기 가지자.. 내가 얀붕이 너 기절할 정도로 기분 좋게 해줄게.. 사랑해 얀붕아.. 아니.. 서방님♡.. 이 대한민국 땅 안에서 우리를 방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지만 너굴맨이 출동하면 어떨까?

납치범은 너굴맨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