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좆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좆이 되었다.
팔의 자유도 구속되고,
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심지어 먹는 것 조차 남이 씹어주는 걸 받아먹어야만 한다.
내가 하는 것이라곤, 얀순이와 얀희가 올 때마다 좆을 세우는 것 뿐.
좆이 나고, 내가 좆이다.
나는, 이목구비가 달린 좆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좆임에 틀림이 없다.
************
나에겐 누나와 여동생이 있다.
누나인 얀순, 동생인 얀희.
얀희는 내 친동생이지만, 얀순 누나는 그렇지 않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새아버지가 들어오면서 오게 된 가족이다.
"누나 엄마가 밥상 치우래~"
"네가 치워~"
미친년.
단 한번도 날 도와준 꼴을 보지 못했다.
다하고 나선 밥처먹고 상 준답시고
몰래 방으로 데리고 와가지곤 입던 팬티를 벗어준다.
정신나간년.
얼굴만 이쁘장하지 성격은 좆박았다.
솔직히 이런 일이 처음 일어났을 땐
아랫마을에 사는 존슨 씨(서양 출신,추정)
가 무척 화가 나셨지만,
지금 와선 그저 좆같다.
이 미친년은 또 '교환' 한다면서 내가 입고 있던 팬티를 강제로 벗기고선 가지고 도망쳤다.
거부하면 팬티 벗고 소리지른다나.
그리고 여동생 얀희.
어... 잘 모른다.
친여동생인데, 대화를 해본 경험이 손에 꼽는다.
17년을 같이 살았는데, 잘 모른다.
예전에 엄마가 얀희 한글공부시킨다고
나를 얀희에게서 멀리 떨어뜨려 놓기도 했었다.
어쨌든, 둘다 정상은 아닌건 확실하다.
하지만 이년들을 볼 시간도 이젠 끝이다.
"엄마...나 독립하려고.
돈은 짬짬이 알바하면서 모아놨어."
""어?""
왜 엄마를 불렀는데 니들이 대답해.
라고 물어보려던 찰나.
"그래,보증금만 내주면 되지?"
역시 우리엄마, 쿨내가 진동한다.
*************
"야, 안 가면 안 돼?"
아닌 밤중에 노크해서 열어줬더니만,
다짜고짜 하는 말이 이거라니.
게다가 이미 내 물건들은 그곳에 있다.
이미 계약도 했고.
이럴 땐 단호하게,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갈 거..."
"닥쳐."
순식간이었다. 내가 제압당한 건.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에 본 건, 전기충격기.
'그건 반칙이지 미친년아...'
정신을 잃었다.
...
...
...
...
...
낯선 천장이다.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인 낯선 천장, 그것을 오늘 처음 경험해본 것이다.
아니, 사실 본 적은 있는 것 같다.
내가 살 집.
내가 살아야 할 집.
그리고...
철그럭 철그럭
"뭐지?"
다리도, 팔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얀순이.
내가 소리를 빼액 질렀다.
"일어나 김얀순!"
"아... 얀붕아 잘잤어...?"
사람을 기절시키고선 데려와 놓고 뻔뻔하군.
하지만 나는 지금 팔도 다리도 움직일 수 없다.
압도적인 을의 입장.
일단 깨우긴 했어도, 절대로 심기를 거슬러선 안된다.
"얀순 누나...? 왜 저 기절시키고 묶어놨어요...?"
"왜 안쓰던 존칭을 써 얀붕아...?"
"하...하하... 그러게요..."
"오늘부터 넌 내 생체 딜도(좆)이니까 얀순이라고 불러도 돼"
그렇게 난 생체 딜도(좆)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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