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얀붕이가 이상하다


처음 연애할 때는 상냥하고 밝던 얀붕이가


요즘 부쩍 근심 걱정이 많아 보이고 한숨도 자주 내쉰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냐고 물어보면 얼버무리고 나를 요즘 피하는 것만 같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고민하던 때에 얀붕이의 대학 후배인 금태양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짓말...거짓말이야.....이런거 절대 믿을 수 없어..."


"믿든 안 믿든 여기 사진이 찍혔다 이 말입니다 이얀순씨"


얀붕이의 이야기로 카페에서 만나자던 금태양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얀순에게 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에서 얀붕이는 다른 여자와 모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사진....존재할리가 없어.....이런 건 거짓말이야..."


얀순은 얀붕이를 사랑하고 전적으로 믿지만 사진의 인물은 얀붕이가 맞았고, 심지어 그가 입고 있는 신상 외투로 최근에 찍힌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자는 몇 년전 헤어졌다던 얀붕이의 전 여친 이얀진


얀순은 넘치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흑.......흑........나쁜 새끼......."


".......얀순씨......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금태양이 살며시 얀순의 손을 잡았다


"얀순씨 같이 아름다운 분은 분명 얀붕 선배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너무 속상해요 내가 그 새끼한테 해준 게 얼만데......."


금태양이 살짝 미소 짓지만 우는 중인 얀순은 보지 못했다


"혹시....얀붕 선배에게 복수해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나 왔어"


얀붕이와 동거하는 집에 돌아오자 안쪽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왔어 자기? 어서와 밥 해놨어"


식탁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동거 초창기땐 내가 음식을 했지만 어느 날부터 저녁은 얀붕이가 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너무 못해서 결국 내가 만들어야 했던 날들도 많지만 이젠 어느 정도 먹을만한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얀붕이의 그런 점을 사랑했다 날 위해 노력해주는 모습, 날 배려해주는 모습


하지만....이번 일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자기...나한테 할 말 없어?"


얀붕이는 움찔하더니 허허 웃으면서 넘어간다


"음식 식겠다 빨리 먹자"


"대답해 김얀붕"


"........."


얀붕이는 잠시 바닥을 쳐다보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뭐?"


"맨날 핑계만 생기면 날 갈구고 어이없는 질문이나 해대고, 내가 뭐라 하든 믿지도 않을 거면서"


"......."


"너 때문에 항상 너무 피곤해 그냥 나 좀 쉬게 해줘..."


얀붕은 앞치마를 벗어던지더니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아 김얀붕 이 짓은 차마 안 하려 했는데....


다 네 잘못이야....네 잘못이라고.....




금태양은 요즘 인생 최고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 전 친한 대학 선배의 여친 이얀진이 나에게  한 가지 일을 사주해왔다


이얀순이란 여자를 반하게 만들고 현재 남친인 김얀붕과 헤어지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듣자 하니 이얀순은 애정결핍인지 뭔지 여서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줘도 금방 넘어온다고 한다


실제로 울 때 좀 달래줬다고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이야


"이런 쉬운 여자인 줄 알았으면 진작에 꼬셔보는 건데..."


김얀붕 이얀순은 대학에서도 제법 유명한 커플이였다


소문으로는 이얀순은 어디 대기업 회장의 손녀딸이라는데, 이런 횡재가 따로 없다


"저기 기다리셨어요?"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이얀순이 나타났다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어요"


"아....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어...이런 곳은 어떻게 아시고 여기서 만나자고 하신거죠?"


"아....사실 저희 회사 중에 한 곳이 운영하는 곳이에요..오늘은 저희 말고 아무도 없을거에요"


이런 최고급 호텔을 하루 동안 전세냈다니, 그녀는 역시 차원이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그럼 들어가시죠..."


그녀를 따라 호텔로 들어가니, 안은 더욱 화려했다


금태양의 인생에 이런 곳을 올 기회가 또 있을까?이런 미인을 데리고?


그는 실로 이 상황이 꿈만 같았다


방까지 둘은 아무 말도 없었고, 들어가서도 침묵은 유지되었다


"....저 먼저 씻고 올게요"


이얀순이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금태양은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들어 침대로 던져버렸다


"꺄악! 잠시만....기다려주세요...콘돔은 하고..."


금태양은 음흉하게 웃으면서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 본다


"저한텐 없는데...그냥 하시죠"


"저기....가방에 있어요..."


그녀가 침대 옆에 있던 더플백을 가리킨다


"허 참 준비성도 좋으셔라"


금태양은 실망했지만 일단 비위를 맞춰주는 척하면서 가방을 가져와 열었다....
















"......응?"


가방 안에 있던 건 굉장히 이상한 것들이었다


톱, 메스, 덕테이프, 대용량 쓰레기봉투 등등


"이게....뭐-



갑자기 뒤통수를 가격하는 고통에 금태양은 쓰러졌다


그가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활짝 미소짓는 얀순이였다




"흥~흥~흥흥~흥흥흥흥~"


새벽, 이얀순은 콧노래를 부르며 얀붕이가 있는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녀는 더플백과, 이상한 액체가 흐르는 비닐봉투를 들고 있었다


"얀붕이도 참, 이런 벌레가 붙었으면 말을 해줬어야지 내가 직접 처리를 하게 냅두다니....오늘은 혼 좀 나야겠는걸?"


그녀는 금태양이 얀붕이가 그동안 힘들어했던 이유라고 생각하고 그걸 처리했다는게 뿌듯했다


"그래도 이제 이런 벌레도 없어졌으니 다시 예전처럼 상냥한 얀붕이로 돌아와주겠지? 어쩌면 이런 기특한 날...칭찬해줄 수도...후훗"


그녀는 얀붕이가 상으로 청혼해주는걸 상상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얀붕아 나 왔....."


그런데


분명 얀붕이와 얀순이만 있어야할 집에


신발장에 처음 보는 하이힐이 있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남자와...여자의


"..........."


얀순은 신발도 벗지 않고 조용히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그년한테 내가 나 좀 내버려두라고 했지"


"고작 그 정도 때문에 오빠한테 삐지고 금태양이랑 떡치러 갔다고?"


"말했잖냐, 걍 애정결핍 미친년이라고 ㅋㅋ"


침실에선 얀붕이와 얀진이 알몸으로 나란히 누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그년 꼬실 때 얼마나 쉬었는지 아냐? 대학에서 친구도 없이 맴돌던 거 몇 마디 건네주고 밥 몇 번 같이 먹어주니까 그냥 넘어오더라"


"뭔 대기업 회장 손녀란 여자가 그렇게 쉬워?"


"시발 금수저 새끼들이 애를 제대로 기르겠냐, 애가 어릴 때부터 돈밖에 모르고 자라니까 그렇지"


"그래도 지금까지 잘 빨아먹었으면서 왜 금태양한테 준거야?"


"애가 시발 집착도 적당히 해야 귀엽지 너무 귀찮게 하잖아....밖에서 좀만 놀다 와도 딴 여자 냄새난다고 지랄해대고.."


"맞는 말이잖아 그년이랑 사귈때도 나랑 떡 잘만 쳤으면서"


"야 야 돈보고 사귄거지 걍 비지니스적인 거야 내 사랑 너인거 알잖아"


"흥...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증명할건데?"


".....이렇게!"


얀붕은 얀진을 덮치더니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잠깐, 오빠 그만해 간지러워, 아하하!"


"뭘 그만둬 내 사랑을 의심한 죗값을 치뤄라"

"아하하......잠깐만 오빠....잠깐만..."


"왜 그래 갑자기 목소리 깔고 그럼 무서울 줄 알았냐?"


"아니.....그게...."


갑자기 문쪽을 보더니 당황한 얀진의 모습에 얀붕도 뒤를 돌아본다


"뭔데 그래 귀신이라도 봤....."


그곳엔 뭔가 빨간 것이 뚝뚝 흐르는 비닐봉투를 든 얀순이 서있었다


"어.....시발..."


얀붕은 당황했다 오늘 분명 금태양이 얀순을 밤새 따먹겠다고 했었는데 왜 여기 온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빠....저거....시발 피 아냐?"


봉투에선 계속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는데, 얀순이 방문 앞에 오래 서있었는지 빨간 웅덩이가 고여있었다


"어....얀순아...그게...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얀붕은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서 고민하던 때에, 얀순이 활짝 웃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얀붕아"


"뭐...뭐?"


"괜찮다고 나, 그동안 왜 얀붕이가 힘들었는지 알아내고, 벌레도 한 마리 잡았어"


얀순은 침대로 봉투를 던졌다


"이....이건.....오빠...."


봉투에서 뭔가 굴러 나왔는데, 아는 얼굴이었다


"시발!!!오빠!!!!저 미친년 좀 어떻게 해봐!!!!!!"


얀붕은 잠시 멍하니 금태양을 쳐다보다, 정신을 차리고 옆에 있던 핸드폰을 쥐고 112를 누르려 했다


"얀붕아....지금 뭐하는거야?"


얀순이 방안으로 들어와서 얀붕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지마 미친년아!!!!!!"


얀붕은 핸드폰을 앞으로 내밀고  창문 쪽으로 달아났다


"시발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경찰 부를거야!!!"


얀순은 멈추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얀붕아, 벌레는 내가 이미 잡았어 경찰은 불러서 뭐하려고?"


"시발!!!!시발!!!!"


얀진은 패닉에 빠졌는지 침대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얀순은 그런 그녀를 쳐다보더니 뭔가 깨달은 듯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 아직 벌레가 한 마리 남아있었구나? 괜찮아 얀붕아, 이것도 내가 처리할게 잠깐만 기다려줘"


"이 미친년이 진짜 완전 돌아버린거냐 아무리 대기업 뒤에 숨어있어도 이건 살인이야!!!너 시발 감방 가고싶어?!"


얀순은 잠시 얀붕을 쳐다보다,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얀붕아......왜 자꾸 벌레들 편을 드는거야? 얀붕이는 그러면 안되잖아 얀붕이는 벌레들 때문에 힘들잖아"


그녀는 점점 얀붕을 향해 걸어왔다


"시발 멈추라고! 진짜 부른다!?"


얀붕은 112를 누르고 전화버튼을 눌렀다 얀순은 그런 얀붕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네 경찰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시발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 내 눈앞에 살인범이 있다고!"


얀붕은 점점 뒷걸음질 치지만 벽을 만나 멈추었고, 얀순은 천천히 얀붕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진정하시고 현재 위치가 어떻게 되시나요"


"시발 진정을 어떻게 해 내 눈앞에 범인이 있다고!!!"


얀순은 얀붕의 바로 앞까지 와 팔을 뻗었다


"히익!!!"


얀붕은 겁에 질려 눈을 감고 웅크렸다


"뭐 하는 거야 귀엽게"


얀순은 얀붕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더니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괜찮으신가요? 현재 상황이 어떻죠?"


얀순은 경찰의 목소리를 듣더니 잠시 생각을 하곤 말을 시작했다


"박얀진 순경 맞으신가요?"


"어....제 이름을 어떻게..."


"얀챈경찰서 맞죠? 제 이름 아실거에요 이얀순이라고"


".....좋은 밤 보내십쇼"


경찰은 얀순의 이름을 듣더니 알아서 전화를 끊었다


"시발.....뭐야...너 뭔 짓을 한거야"


얀붕은 믿었던 경찰마저 얀순의  손바닥 안에 있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얀붕아.....지금 중요한 건 얀붕이가 이제 정신 차리고 예전처럼 돌아와 주는거지"


얀순은 얀붕을 끌어안고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나....내가 미안해 얀순아 아까 얀진한테 한 말들 진심이 아니였어.....나...나는..."


얀순은 조용히 웃더니 얀붕을 꽉 안아주었다


"괜찮아 얀붕아, 나는 다 알아


얀붕이가 지금까지 벌레들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것도,


금태양 새끼가 협박해서 이얀진 시발련이랑 어울린 것도,


이얀진 저년한테 잠시 홀려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것도,


얀붕이는 아무것도 잘못한 거 없어 그렇지?"


얀붕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이얀진을 한번 보더니, 얀순을 안아주며 말했다


"다...당연하지 얀순아 나 너밖에 없어.....미안해.."


얀순은 그말을 듣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후 더플백을 들고 돌아왔다


"얀붕아 그럼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있어"


얀순은 가방을 열고 피와 뼈, 피부조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톱을 꺼내곤 얀붕의 손에 쥐어줬다


"마지막으로 남은 벌레, 잡아줄거지?"










이렇게 찐얀데레 얀순이를 멘헤라로 오해 하고선


얀진이를 살아있는 채로 토막 내면서 후회하는 얀붕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