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방주에 간호사 얀데레 보고 싸질러보는 글 - 01 - 얀데레 채널 (arca.live)

2편 : 방주에 간호사 얀데레 보고 싸질러보는 글 - 02 - 얀데레 채널 (arca.live)

3편 : 방주에 간호사 얀데레 보고 싸질러보는 글 - 03 - 얀데레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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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병원 규모가 규모다보니 구내식당도 그에 걸맞게 크고, 또 소란스럽다 싶다.

분명 한명 한명을 보면 다들 그렇게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는것도 아니지만..


'사람이 어지간히 많아야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고있으려니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나를 일깨웠다.


"얀붕씨, 얀붕 씨? 피곤한건 알겠지만 그렇게 가만히 서서 멍때리는건.. 아무튼, 난 저쪽에 가봐야하니까. 그럼 나중에 봐요?"

"아, 넵! 식사 맛있게 하세요 과장님."


피곤하면 휴게실에 담요하고 있으니까 쪽잠이라도 자고. 알겠죠?

그 말을 끝으로 휘적휘적 다른 선생님들을 향해 걸어가는 과장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눈가를 비비며 식판을 들었다.


피곤하고 자시고 아무튼, 오늘도 이렇게 오전 일과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돌아왔다.

기분탓인지 최근엔 진료소 말고도 여기저기 일손이 필요한데라면 어디든 불려가서 일하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삭제되는듯한..


..훌쩍.


..그리고 이놈의 콧물은 최근들어 날씨가 좀 따뜻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날마다 오락가락 하는 기온에 당최 멎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집에 가면 감기약이라도 챙겨먹을까.

근데 집에 감기약이 남아있던가..? 하고 고민하던 그 때, 옆에서 슬슬 익숙해진 목소리가 들렸다.


"얀붕 씨, 감기라도 걸리셨어요?"

"아, 안녕하세요 얀순 선생님. 감기는 아니고 그냥 밖에서 바람맞고 서있다보니까.. 코가 건조해서 그런지 콧물이 안멈추네요."

"흐음..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약이라도 좀 챙겨드릴까요?"

"오.. 안그래도 퇴근하고 감기약이라도 좀 먹어야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잘됐네요. 주시면 저야 감사히.."


감기약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고민하고 있던 참에 때마침 먼저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니, 오늘따라 재수가 좋네.

그렇게 생각하며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이자 재밌다는듯 웃는 얀순 선생님의 모습에 나도 마주 웃었다.


"그럼 마주친 김에 식사 같이 하시고, 얀붕씨는.. 어쩐지 좀 피곤해 보이시는데 1층 휴게실에서 기다려주실래요? 약 챙겨서 가져다드릴게요."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한데 제가 너무 귀찮게 해드리는건 아닌지.."

"어차피 제 상비약은 간호사 실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되게 피곤해 보이시거든요. 좀 쉬셔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걱정스럽다는듯 나를 올려다보는 얀순 선생님의 얼굴에 나는 무심코 얼굴을 돌렸다.

몇번을 봐도 이 얼굴은 반칙이라니까.

그런 생각도 잠시,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하하하.. 어쩐지 오늘따라 다들 저보고 피곤해 보인다고 하시네요. 아까 저희 과장님도 '얀붕 씨, 피곤하면 휴게실에서 쪽잠이라도 자고 와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헤에.."

"얀순 선생님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음, 오늘은 잠이나 자야겠네요."

"..기왕이면 아예 끊는게 좋을텐데.."

"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얼른 가죠, 라는 말과 함께 테이블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두르는 얀순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고 있으려니 어쩐지 선생님의 귀가 조금 빨개진 것 처럼 보였다.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하신건가?'


목소리가 작아서 제대로 듣진 못했어도 딱히 이상하거나 부끄러울만한 말을 하신 것 같진 않은데.. 영문을 모르겠네.

그렇게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신걸까..' 라는 묘하고 쓰잘데기 없는 생각에 빠져 얀순 선생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정신없이 점심을 먹던 와중이었다.


"저.. 얀붕 씨?"

"?"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시면 좀.. 그, 부끄러운데요."

"..! 죄송합니다.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실례를.."

"아뇨, 실례랄 것 까진 아니고.. 오히려 좋.. 아니,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조금이라도 더 주무시려면 빨리 드셔야 할 것 같은데.."

"아, 넵."


서로 뻘쭘하게 시선을 피한것도 잠시, 짧은 대화가 끊어진 이후론 진짜 다른 생각이라곤 할 겨를도 없이 밥먹는데만 온 집중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중간과정은 어디로 가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휴게실에 앉아있는 내 모습만 있었으니까.


"...."


그나저나 휴게실 한쪽에 걸려있는 작은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내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오늘따라 왜이렇게 다들 나보고 피곤해 보인다고 성화였는지 알 것 같았다.


내려앉은 다크서클, 살짝 충혈된 두 눈, 어쩐지 퀭하게 들어간 것 처럼 보이는 홀쭉한 얼굴까지..


최근에 알바에, 집안일에, 복학 준비까지 병행하느라 조금 피로가 쌓였던걸까?

담배랑 카페인으로 버티는것도 한두번이지 역시 하루에 세네시간만 자면서 하루종일 몸이며 머리며 굴려대는걸 두달 세달씩 이어나가는건 나같은 놈한텐 무리였던 모양이다.


"..일단 좀 자자."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은.. 아직 30분 정도 여유가 남아있었다.

그러니까 30분만 자고.. 일어나서.. 오후 일을..


'..아, 얀순 선생님이 약 갖다주신다고 하셨는데..'


"...씨? 얀ㅂ...... 많이 피곤....."


잠결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내 의식은 깊은 수면 속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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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자... 염ㅂ.. 아니 현생 ㅈㄴ 바빠서 미루고 미루다가 새벽에 반쯤 졸아가면서 한시간 갈아서 겨우 썼더니 본문 2400자밖에 안나왔다는게 충격. 아니 뭐 당연한 소리긴 한데?

아 솔직히 이쯤되면 분량은 포기하더라도 퀄리티라도 좀 잘나왔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어림도 없지!

젠장.. 이런 똥글이라도 일단 읽어줘서 고맙고.. 현생을 위해 자러감.. 이번주에 두세편정도는 더 올리도록 노오오오력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