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방주에 간호사 얀데레 보고 싸질러보는 글 - 01 - 얀데레 채널 (arca.live) 



또, 이 느낌이다.

마치 커다란 뱀이 등허리를 기어오르는듯한 싸늘한 느낌에 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얀붕 씨, 어디 아파요?"

"아뇨.. 최근에 이상하게 소름이 자주 돋네요. 몸이 허한가..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라, 혹시 코로나 걸린건 아니죠?"

"에이, 설마요.. 아무리 알바라지만 나름 병원에서 일한다고 얼마나 관리 철저히 하는데요. 요즘엔 편의점도 병원 편의점 말고는 안가고, 외출도 안하고, 택배도 얼마나 꼼꼼히 소독해서 받는데 설마 걸렸겠어요?"

"당연히 농담이지. 이제 겨우 한달밖에 안 본 사이긴 해도 얀붕 씨 성실한거 하나는 확실하니까. 그래도 혹시 나중에 격리할 일 생겼을 때는 집에 혼자 있지 말고 우리 병원으로 와요, 내가 직원가로 싸게 해줄게."

"아하하하.."


그렇게 몇마디인가 형식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어느새 배식 차례가 다가왔고, 난 평소처럼 점심밥이 한가득 쌓인 식판을 들고 저어어기 구석쪽 자리에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놈의 과장이란 인간은 그래도 부하직원이니 챙겨준답시고 식당까진 같이 오면서 밥은 항상 따로 먹는단 말이지.

딱히 둘 다 혼밥이 편해서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던가 하는 그런 훈훈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저 인간은 자기 동료 의사 선생들이랑 같이 먹는다고 알아서 떨어져 나가고, 자연스럽게 난 내팽겨쳐지면서 혼밥이나 하는 포지션이 된거다.


그렇다고 그리 길게 알고 지낼 사이도 아닌데 억지로 저 자리에 비집고 들어가는 것도, 같은 선별 진료소의 간호사 팀에 나같은 날백수, 그것도 여자들만 있는 그 사이에 남자 혼자 끼여서 앉아있는 것도 불편할 뿐이니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애써 자기합리화를 해보는게 매일의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누구 나랑 같이 밥이나 먹어줄 사람 없으려나..'


..있을리가 있나.


고작 일 시작한지 한달밖에 안된 알바생, 그것도 할 일만 따박따박 끝내고나면 집에 칼같이 돌아가는 모습에서 커뮤니티 능력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 인간 주제에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애시당초 내가 돈 벌러 왔지 사람 사귀러 온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거다.

그렇다면 아무튼 그런거다.


대체 누구한테 하는건지도 모를 짧은 개소리를 속으로 삼킨 난 점심은 빨리 먹어치우고 또 옥상에 가서 담배나 피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식사를 시작했다.


"저.."

"...."


시계를 보니 지금은 12시 45분.

조금 서둘러서 15분 안에 식사를 끝낸다면 옥상에 가서 느긋하게 담배 한 대 피우기에는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


"저, 저기..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

"...?"


하?


밥먹다 말고 앞쪽에서 들려온 여린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자 웬 간호사 한 명이 눈앞에서 식판을 든 채 우물쭈물하고 서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진 흑발.

얼핏 보기엔 날카롭고 매서운 고양이상 특유의 그것같이 보이면서도 우물쭈물하고 있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강아지상으로도 보이는 묘한 분위기의 눈매.

잡티 하나 없이 희고 깨끗한 피부.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부서질 것 같은 가녀린 몸과 어울리지 않는 가운데의..


'..초면에 실례되는 생각을 하면 안되지.'


우물우물, 꿀꺽.


난 일단 입안에 들어있던 음식부터 목구멍으로 넘기고 입을 열었다.

..참고로 말해두지만 결코 눈앞의 간호사가 예쁘다거나, 예쁘다거나, 진짜 예쁘다거나 하는 시답잖은 이유로 군침같은걸 삼킨게 아니다.


"아 네, 자리같은거 없으니까 뭐 앉으실거면 편하게 앉아서 식사하시지요."

"..네!"


우물쭈물하던게 마치 거짓말이란 것처럼 내 대답이 나오기 무섭게 화사하게 웃으며 간호사가 바로 맞은편 자리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어라, 이게 저렇게 화사하게 웃을 타이밍인가?


심지어 지금 힐긋힐긋 이쪽을 쳐다보는 것 같은데 하느님 맙소사, 이거 기분탓인가요? 기분탓이겠지요?

아니, 혹시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어째 뇌가 제깍제깍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잠시, 체감상 2초도 채 되지않는 짧은 시간동안 살짝 멍청한 표정으로 맞은편의 간호사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오히려 맞은편에선 수줍다는듯이 웃는다.

그리고 난 그 모습에 곧바로 시선을 식판으로 내리깔며 잠시 멈췄던 식사를 계속해서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내 얼굴, 되게 빨갈것 같으니까.'


아니, 얼굴이 화끈화끈한게 선명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질 정도니 두말할 것도 없이 빨갛다 못해 아주 새빨갈게 분명했다.

결국.. 요며칠 내내 바깥의 선별 진료소에서 추위에 떨면서 버티고 있었더니 드디어 머리가 추위에 맛이 가버린걸까.

아니, 이건 맛이 가버린게 분명했다.


'..일단 밥이나 먹고 보자.'


일단은,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았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역겨운 망상으로 방향이 엇나갈 것 같으니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그래, 최근에 좀 무리하긴 했지.

이럴때일수록 옥상에서 담배라도 한대 피우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거다.

오늘은 오랜만에 커피도 좀 마시자.

한달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인 셈 치고 말이지.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지은 난 미친놈마냥 서둘러 나머지 밥을 입안에 욱여넣고선 자꾸만 맞은편 간호사를 향하려는 시선을 애써 억누르며 옥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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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시바.. 분명히 3500자까지 썼었던 것 같은데 수정하다가 보니까 2500자까지 내용이 날아갔어... 시바... 일단 졸리니까 자러갈래..

추가 사료는 내일 일 안나가니까 한두편정도 더 써보는걸ㄹ... 다들 잘자~


+진짜 자러 가기전에 한마디 추가하면 최소 10편 이상으로 계획 잡고있어서 소프트 얀부터 약물쓰는 하드 얀까지 단계적으로 올려볼 예정임.

그리고 얀 입문한지 얼마 안돼서 꺼무위키 참고 열심히 해보긴 할건데 보기 미흡한 부분 다소 있을 수 있음. 그러니 지적질 환영 ㅇㅇ


3편 : 방주에 간호사 얀데레 보고 싸질러보는 글 - 03 - 얀데레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