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이 내리고, 차 안은 조용해졌다.
일현이나 재진이나 본래 말이 많은성격은 아니였고, 무엇보다 둘은 남자와 대화햐는 것을 즐기는 쪽은 아니였다. 그래도 가족이니만큼 남들보다야 많은 대화를 하지만 말이다.

재진은 말없이 중간 정도의 밀도를 유지하는 도로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힘내라. 너도 어른이구나. ...너무 빠른 것 같지만. 나한텐 너도 이현이도 아직 어린애 같은데."

일현에게 있어서, 이 망할 게임은 플레이하는것 자체가 고통이였다. 어떤 것이든 퀄리티가 좋지 않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것, 또는 제작 의도에서부터 '기분 나빠져랏 끼히힛'하는 것은 애초에 의도부터가 불순하니 당연한 일이였다.

감금과 폭력, 원치않는 중독, 주변인들이 피해를 입는 장면을 보는 것은, 그 고통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였다.
그렇지만 무엇일까. 가장 큰 고통은, 그것은 아니였다.

진짜 가족도 아닌데.
기껏해봐야 프로그램과 설정으로 이어진 사람일 뿐인데.
자신이 망가지거나 다치는 일을 보고 슬퍼해주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이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을 보는 것.

그 중 일현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은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아버지인 장재진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시잖아요. 발등에 불 떨어지면 어떻게든 끄는거."
"...자랑은 아니지, 그게. 되도록이면 발등에 불이 안나게 해야하지 않겠어?"

재진은 얕게 웃음을 흘리며 운전을 계속했다.
적어도 아들 걱정은 이제 그만해도 되는건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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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 다리 긴거는 알겠는데 다리 꼬면 관절에 안좋대요."
"...그래. 저녁에 보자."

아카데미의 정문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판타지 소설에 나오듯이 톨게이트 부분에서 볼수있는 16차선 도로만큼은 아니였고, 적당히 3차선 도로 정도의 크기였다.

이름은 청풍. 완벽하게 푸른 하늘을 되찾을 때 까지, 라는 숭고하기 그지없는 뜻이였다.

장재진의 자동차가 떠나고, 일현은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서야 왔네?"

그리고 일현이 교문을 지나자 마자, 반대편 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지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깨끗하게 정돈된 검정색 단발, 우아한 갈색의 눈동자,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회색의 교복과 베이지색의 치마가 분명 예쁜 옷이긴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옷걸이의 승리였다.

"방학 잘 지냈어?"
"응. 뭐 나야 평소랑 똑같았지. 학교 안간다고 출근 안하는건 아니니까."
"너도 고생이다."
"글쎄. 별로 고생은 아니라고 생각해. 누리는 것에 대한 대가인거지. 여하튼, 어때? 잘 어울려?"

굳이 생각하고 내뱉을 필요는 없었다.

"응. 내가 본 아카데미 교복중 최고야."
"야, 지금까지 너가 본 교복 입은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거짓말은 안했어. 아... 물론 좀.. 작긴 하네."
"야!!!"

물론 작다는 것은 희롱이였다. 교복은 장인이 직접 제작하는 것이니 사이즈가 맞지 않을일이 있을리가 없었다. 말하는 것은 이지은의 체형이였다.

굳이 평가하자면 그녀는 하체가 튼실한 쪽이니까.

"펜 안가져왔다는건 무슨 헛소리야? 그냥 김기사님 볼펜 뺏어오면 되는거잖아."
"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니..."
"글쎄."

장일현에게 이지은은 소꿉친구였고,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중학교를 함께 다녔으며, 이제는 아카데미에 같이 입학하는 동기였다.

[이지은의 기분이 좋습니다.]

"첫날이라 빨리오긴 했는데... 좀 너무 빨리온거 아니야?"
"그럼 산책이나 좀 하다 들어가자."
"뭐 그러던가."

아카데미의 부지는 신입생들의 기대나 생각보다는 넓지 않고, 재학생들의 귀찮음이나 피곤함보다는 넓은 적당한 넓이였다.
각 클래스별 교실과 교무실이 마련된 7층 높이에 큼지막한 본관이 하나, 본관 앞의 넓은 운동장 반대편에는 실습과 수련을 위한 수련실과 헬스장이 같이 들어있는 체육관이 하나, 그리고 운동장의 위가 체육관-아래가 본관이라면 동아리실과 창고로 활용되는 4층 건물이 하나가 존재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정문은 운동장의 우측 방향에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산책로와 실외 코트가 있었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예비 헌터들이라고 해도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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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가슴은 굴곡이 있는게 겨우 보이는 정도
대신 골반이 크고 엉덩이가 탱탱함
장일현과는 서로 성희롱을 주고받아도 장난이라 생각할 정도로 친근한 사이이며
아직 얀데레로 각성하진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