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화 올렸다 삭제한 -던- 팬픽인데 1화는 너무 급하게 쓴 것 같아서 싹다 삭제하고 다시 씀

이 두명이 등장인물








눈을 뜨는 것보다 먼저 몸의 감각이 돌아왔다.
깨질것만 같이 지끈거리는 머리,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핏줄, 울렁거리는 속

굉장히 불쾌한 감각들을 느끼며 눈을 뜨고 나서는 내가 맨바닥에 누워있다는 것과 손발이 강하게 묶여있는걸 깨달았다.

아직 남아있는 적세력의 납치인가 싶어 등골이 오싹해져 앞으로 고꾸라져 있는 몸을 힘겹게 움직여 봤지만 꼼짝도 하지 못하고 시선만을 힘겹게 돌리며 주위를 확인하자 바닥에 길게 늘어져있는 익숙한 금발의 땋은 머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프레이야..."

단지 머리로만으로도 그녀임을 확신 할 수 있었던 나는 갈라질것만 같은 목의 통증을 참고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무릎에 박고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정신 차리셨어요?"

평소와 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내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앉도록 만들었다.

벽에 닿는 순간 등에 느껴지는 근육통에 작은 신음이 세어나와버렸다.

"여기가 어디지..? 어쩌다 오게된지 기억해?"

"어딘지도 알고 기억도 하고 있어요"

미친듯이 뛰는 심장이 느껴질 정도로 혼란스러운 나에 비해 그녀는 굉장히 냉정한 태도로 내 말에 차분히 대답했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 안나요?"

"...저녁을 먹고있었지 너랑, 아마도 크게 싸우면서"

"그렇죠"

건조하게 대답하며 허리춤에서 작은 물병을 꺼내어 나의 입 가져다대었다.
찢어질 것만 같은 목에 들어온 물은 단맛이 나는것만 같다.

"푸하!..그리고..그리고.."

조금은 통증이 가라앉은 머리를 진정시키고 마지막 기억을 되집는데 집중했다.

어젯밤...어제가 확실한지는 모르지만 그녀와는 크게 싸웠다.
화두는 내 예전 동료들, 그 중에서도 내 '여성'동료들을 주제로

대화를 하다 그녀는 답지않은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더 이상의 대화는 무리라고 판단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한걸음 가자마자 머리에 강한 충격을 느끼고 이상을 깨달았을땐 이미 시야는 땅바닥에 바짝 붙은 후였다.

"...그러니깐.."

기억들을 조합에 나온 사실들은 추측하긴 쉬웠지만 믿기에는 어려워 쉽사리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제가 했어요, 머리를 때리는건 위험했는데..더 좋은 방법을 쓰지 않은건 미안해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이 상냥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쳤어? 뭐하는거야"

고개를 튕겨 그 손을 쳐내고 쏘아붙히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표정의 변화가 그리 많지않은 사람이기에 지금은 굉장히 심기가 뒤틀렸다는걸 쉽게 알 수 있다.

"하아..뭐..정상적인건 아니죠.."

한숨을 한번 푹 쉬고 일어 선 뒤 몸에 차고있던 탄띠를 의자 옆에 걸었다.
철컥 하고 류탄들과 총알들이 의자와 부딫혀 묵직한 쇠소리를 내었다.

"..근데 이미 멈추긴 늦었어요"

무게를 받고있던 어깨와 목이 뻐근한듯 팔을 앞뒤로 몇번 돌리고 내 앞에 시선을 맞추고 앉았다.

"...그럼..이해가 안되시는 것 같으니 미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왜 이렇게 된건지 처음부터 이야기해 보죠, 어제는 좀 흥분했으니"

선명하게 뜬 눈매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처음의 그날처럼



"부대원들을 모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나라의 힘이 제대로 닿지 않는 무법지대에 생긴 카르텔과의 전쟁이 한창일 때, 전투 중 바다 밑의 대륙에 떨어져 버렸다.
그 후 많은 일들을 거쳐 몇년만에 겨우 다시 올라온 내 고향은 여전히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

하지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과 달리 나에게는 힘과 전투중 아랫세계에 떨어졌다 영웅이 되서 돌아왔다는 그럴듯한 서사가 있었고 중심이 없이 흩어진 패잔병들과 자경단을 끌어모아 카르텔을 중심부에서는 밀어내었다.

그 과정에서 부대원을 모으던 중 그녀는 내게 찾아왔다.

낡은 천막에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고풍스러운 걸음걸이와 고급스러운 복장은 나에게 굉장한 이질감을 주었다.

"모집은 이제 끝났습니다. 인원이 충분해서, 죄송하지만.."

-쾅!

당신에게 관심 없다는듯 시선을 다시 아래로 내리고 사무적으로 대답하자 책상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집 공문이 처박혔다.

"거리에 아직 수습도 못한 시체가 나뒹굴고 후퇴하지 못한 카르텔 패잔병들은 도시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약탈질을 하고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인원이 충분하다는 말을 믿는다면 그건 멍청이겠죠"

내쪽으로 허리를 굽히곤 똑바로 시선을 마주치고는 '솔직히 말해주세요'라고 덧붙혀 말했다.
나를 무섭게 째려보는 힘있는 눈매와 거친 말투와는 다르게 눈가에는 깊은 다크서클이 파여있었다.

"하아..당신 황녀의 정원 아니십니까?"

툭 쏘는 말투로 따지자 그녀는 눈썹이 살짝 움찔거리고 침묵했다. 암묵적인 긍정이였다.

"당신이 뼛속부터 귀족인 것처럼 저는 뼛속부터 근본없는 무법자에요, 당신이 5살 때부터 황녀의 밑으로 들어가 훈련을 받을때 저는..."

"그런건 상관 없습니다, 둘러대지말고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해주세요"

설명을 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내 팔을 꽉 쥐어잡으며 내 말을 끊었다.
잡힌 손목에 강한 힘이 느껴진다.

"...정말로 까놓고 말하자면 불편하다 이거죠, 카르텔이란 조직이 생길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지들끼리 놀고먹은 귀족들은"

그녀의 짜증이 가득담긴 말투에 나도 신경질적으로 팔을 쳐내며 감정이 가득 실린 말을 해버리고 그제서야 그녀의 심기를 걱정해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의 얼굴은 처음 천막을 걷고 들어온 그 상태 그대로였다.

"...결론은 안된다는거죠?"

내쪽으로 굽힌 허리를 다시 펴고는 다시금 물어오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주먹쥔 오른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 한숨을 한번 쉬더니 순식간에 허리춤의 권총 홀스터 걸쇠를 풀었다.

"..지금 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뽑힌 권총의 총구는 머리를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닌 그녀의 관자놀이쪽으로

"..총 내려 놓으시죠"

혹시나 그녀를 자극할까 천천히 손을 뻗자 내 손을 피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일평생을 신념도 없이 싸우며 살다보니 '살아간다'라는 개념이 무뎌졌어요"

내가 할걸음 갈때마다 저쪽도 한걸음 뒤로, 이윽고 그녀의 등이 벽에 닿았을 때,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는듯 검지가 방아쇠에 걸렸다.

"그러다가 지금 스스로 뭘 해보자는 다짐이 생겼거든요...하지만 받아주지 않으신다면 결국 시작도 못해보고 좆 되는 건데 그러면 그냥 죽어도 딱히 상관 없어요"

너무나 덤덤하게 자살을 말하고는 '제 머리에 총알을 박는게 그리 어려운건 아니란거죠..이해하셨나요?'라고 정신나간 소리를 태연하게 이어나갔다.

"..황녀의 정원 심사에 험한 말투가 감점이 아니란것 정도는 이해되네요"

솔직하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감상을 전하고 진정시키며 다가가려 했지만 미세하게 움직인 그녀의 손가락에 발을 멈췄다.

"...정신나간 여자라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언젠간 설명 할 수 있어요, 천계 최고의 전력 중 한명이 머리에 총알을 박으라면 박을만큼 충성을 바친다는데 손해보는건 없지 않을까요?"

-철컥

넉살 좋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과정에서 움직힌 총의 슬라이드가 살짝 움직여 쇳소리를 내었다.
총알은 모르지만 적어도 가짜총은 아니다.

"...이유부터 말해 준다면.."

"지금은 일러요, 언젠간 말할꺼란건 약속하지만"

본인 입으로 말한것처럼 천계 최고의 전력이 남의 밑으로 들어오기 위해 자살소동까지 벌이는 이유를 나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무작정 밀어 붙히는건 무리였다.
혼자서 자살해버린 그녀의 시체 앞의 나를 본 사람들에게 변명하기도 애매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서류 작성하시죠"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는 조금씩 머리에서 총구를 떼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덥쳤다.

"아"

-탕!

권총이 하늘 쪽으로 가도록 최우선 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자 권총은 당연하다는듯이 격발되었고천막 천장에는 총알이 뚫고지나간 구멍이 생겼다.

실제 총과 실제 총알, 조금이라도 삐끗해 방아쇠를 누르면 바로 격발 될 만큼 넣은 손가락

본인의 말대로 자살이 진심인 정신나간 여자였다.

"....아직 탄창에 총알은 넉넉한데...촌극은 그만해도 되죠?"

숨결이 느껴질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는 슬며시 미소지으며 '잘 부탁합니다'라고 덧붙혔다.
굉장히 귀여운 그 미소에서 나는 등골에 오싹함을 느꼈다.





"첫 만남이 그리 좋지는 않았었죠, 자 아-"

이야기를 하고 잠시 뒤, 그녀는 어디선가 가져온 스프를 가져와 내게 먹이려하였다.
백색에

"..뭘 넣었을줄 알고"

"적어도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어요, 안드시겠다면 강제로 먹이겠지만"

협박의 말을 살짝 보태고 다시 나에게 수저를 물리려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렸다.

"헤헤..이거 뭔가 기분 좋네요"

내가 먹는걸 확인하자 그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원래는 한달에 서너번 웃을까 말까했던 그녀가 이렇게 쉽게 웃는것과 그녀의 첫만남을 상기하고 새롭게 깨달은 사실에 머리와 등골이 싸했다.


그녀는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나와의 첫 만남 그 상태에서 변하지 않고 여전히 뒤틀려있었다.







던파 몰라도 최대한 이해되도록 쓰느라 쓸모없는 서술이 좀 길수도 있음..양해 해주셈